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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라크전 종료와 향후 중동정세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09/14

2003년 시작된 이라크전쟁이 7년 반의 세월이 흐른 지난 8월31일 공식 종료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종전연설에서 “미국과 이라크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그 책임을 다했으며, 오늘 미군의 전투임무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전쟁이 개시되던 2003년 3월 이전 세계의 언론과 반전단체들의 결렬한 저항을 기억하면 매우 싱겁다는 느낌마저 든다. 30년 이상 전쟁의 그늘에서 살아온 이라크 국민들은 더 큰 허탈감을 가졌을 것이다.  


일각에선 개전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전쟁이라는 평(評)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개전초 침공의 명분을 분명히 했고, 그 당위성을 입증하기 위해 ‘악의 축(axis of evil)’을 설정하여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고, 민주화 달성을 위해 사담 후세인(Sadam Husein) 제거를 천명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미국은 분명 실패한 전쟁을 치룬 것이다.


이라크에서 전쟁기간동안의 전투에서 약 4천 500명의 미군이 전사했고, 약1조 달러의 전비가 투입된 반면에 내년 말 철수할 예정인 약 5만명의 미군은 아직도 그곳에 주둔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그 엄청난 피의 대가와 비용을 희생하면서 무모한 짓을 했겠는가?”라는 반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라크전쟁의 이면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석유자원’이다. 석유자원에 초점을 맞춰보면 “미국의 이라크전쟁은 성공한 전쟁”이다. 이라크전쟁의 경제적 배경은 중동의 ‘석유자원에 대한 집착’에 있다. 아프간 장악으로 동아시아에서 석유자원에 대한 지배의 틀을 구축한 미국의 야심은 중동의 이라크, 이란 및 리비아로 이어졌다. 그 가운데서도 이라크와 이란은 미국에게는 매우 중요한 국가이며, OPEC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라크전쟁은 걸프전(The Gulf War)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란-이라크전쟁 직후 미국은 이라크 전후복구 사업의 선결조건으로 이라크의 대외채무 해결을 요구했고, 그 방법으로 국영석유산업의 민영화를 제시했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은 정권의 돈줄인 석유주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미국이 걸프만에 개입하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걸프전으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애초부터 미국의 이라크공격 의도는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을 마무리하는 전쟁이라기보다는 중동에서의 질서재편을 위한 전초전”으로 시작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종전 연설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기업들의 이라크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전력, 에너지 전문기업인 ‘워머 인터내셔널’이 바그다드에 사무실을 개설하는 등 일부 서방기업들은 이라크의 에너지 분야의 진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석유 매장량이 세계 3위인 이라크는 일일 산유량이 현재 240만 배럴에서 향후 7년간 1천200만 배럴까지 증대시킨다는 목표로 국제 석유기업들과 연이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국의 이라크전 최대의 성과는 이라크 석유산업의 민영화와 이권장악”이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함으로써 이라크는 자주적인 독립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이라크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험하고 멀다. 그 이유는 이라크의 땅속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라는 막대한 석유(石油)가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프라테스, 티그리스강은 향후 중동의 생존에 필요한 급수원이자 농공업용수이기에 주변국들은 물론 세계의 이목(耳目)이 다시 쏠리고 있다. 이라크 석유산업을 손아귀에 넣은 미국의 행보는 결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라크 다음 목표가 이란으로 설정돼있기 때문이며, 그 방법은 이미 ‘이란의 핵개발제재’로 가시화된 상태이다. 따라서 이라크전 이후 중동정세 또한 이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며, 그 해법 또한 <중동의 평화로드맵>에서 찾아야 한다.


이점은 오바마 대통령도 분명히 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전쟁 종료 선언을 계기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평화협상 타결’, ‘이란 핵개발 저지’, ‘이라크 정국안정’ 등 중동지역 3대 현안문제 동시해결(triple play)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특히 지난해부터 이스라엘의 행보는 이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레바논과 시리아문제로 이란과 대립 각을 세우고, 핵개발을 구실로 공공연히 ‘이란 침공설’을 내세우던 이스라엘이 최근에는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상문제로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에 향후 이스라엘의 행보는 중동질서변화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자명해진다.


이제 미국은 이라크에서 한발 물러나 ‘홍해(The Red Sea)’ 쪽으로 관심의 초점을 돌릴 것이다. 그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된 알-카에다(al-Qaeda)의 활동도 그 영역을 아덴만(The Aden Gulf) 혹은 때에 따라서는 스웨즈운하(Suez Canal)까지 확대할 것이다.


여기서 간관할 수 없는 점 또한 국제유가(國際油價)이다. 국제금융위기이후 국제유가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국제유가는 곡물가격과도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적인 이상기후현상으로 곡물작황이 좋지 않아 이미 가격폭등이 나타나고 있고, 일부 북아프리카 및 중동국가에서는 폭동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대부분 중동국가들이 물가상승 압력과 실업문제에 봉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식량-석유’ 가격 움직임은 수면아래의 암초라 할 수 있다. 이 또한 물, 즉 수자원과 관련돼 있기에 중동에서 또 다른 정치적, 군사적 변화를 예고한다.


그러한 조짐은 9-11테러의 진원지였던 그라운드 제로에서도 감지된다. 2014년 완공목표인 ‘프리덤 타워’ 인근에 조성 예정인 모스크 건립이 ‘코란소각’ 사태로 이어지면서 반이슬람 감정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미국인들의 반이슬람 감정은 9-11사태 이전보다 더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우리는 잊고 있지만,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돼 5개월째 감금돼있는 삼호해운 선원들의 석방조치 또한 향후 중동정세에 대한 아덴만에서의 새로운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무튼 이라크전쟁의 종결로 중동정세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징표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라크의 내부적인 문제는 해결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라크 문제가 미완의 문제로 남아있는 점에 덧붙여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평화협상도 진행형이다. 아울러 이라크 전쟁은 아시아에서도 또 다른 세력변화를 남겼다. 아시아에서 세력변화는 ‘미-중의 대결구도’로 그 축이 압축되었고, G20 또한 G2라는 개념으로 강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라크전쟁은 아직 미완(未完)의 전쟁으로 규정할 수 있으며, 그 장래(將來) 또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다만 확실한 점은 서구의 자본(資本)이 이라크에 진출할 수 있는 문호(門戶)가 열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중동정세는 이란 핵문제의 해결과 이스라엘의 행보에 초점이 맞춰지며, 국제유가는 그 과정에서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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