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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상기후와 중동의 식량안보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10/01

긴 추석연휴가 지나갔다. 주부들은 채소값의 폭등에 한 숨을 자아내며 어렵사리 명절을 준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00mm에 달하는 갑작스런 폭우가 추석전날 수도권을 강타하기도 했다.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다시 치솟은 야채 값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배추 한포기 값이 1만3천800원이라 한다. 추수를 앞둔 곡물 생산도 걱정이 된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만이 겪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이상기후 탓 이라한다. 한국이라고 피해갈수 있는 먼 나라이야기가 아니다. 다시금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새삼 떠오른다.


세계 곳곳을 강타한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각종 자연재해로 곡물뿐만 아니라 식량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아시아와 중동의 식량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원두커피의 가격도 사상 유례없이 폭등했다. 한국이 유난히 무더운 여름을 보냈듯이 중동국가들의 여름도 금년엔 유별났다. 가장 무더운 라마단을 보낸 중동의 아랍국가들을 비롯해 아프리카국가들도 가뭄과 홍수에 시달렸다. 남아라비아반도, 특히 예멘의 경우, 금년에는 겨울이 한달이나 앞당겨져 벌써 겨울의 징후를 보인다고 한다.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식량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으며 경제성장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중동에서는 라마단기간동안 쇠고기와 양고기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가격이 상승했고, 식량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러시아의 극심한 가뭄에 따른 곡물수출 중단으로 사료를 포함한 곡물의 주요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에서는 이미 밀 가격이 절반 이상 올랐고 가축용 사료로 이용되는 보리 가격도 2배 이상 상승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식량가격이 폭등할 경우, 2007-2008년 20여 개국에서 폭동의 형태로 나타난 ‘글로벌 식량대란’의 재연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될 것이다.


세계의 식량과 기업, 정부 관계자들은 2009년 10월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세계식량상(World Food Prize)’ 심포지엄를 개최하고 식량문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2050년에는 전 세계의 식량수요가 현재의 2배에 달하게 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부문에서 상당한 생산증가가 이뤄져야하며 농지의 생산성 향상이 도모돼야 한다는 점이 도출됐다.


한편 유엔의 세계식량프로그램(WFP)에 따르면,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아프리카, 아시아 및 라틴 아메리카에 걸쳐 1억3천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극심한 빈곤속으로 몰아넣었다고 한다. 식량 및 농업기구(FAO)는 36개 위기국가를 선정했으며, 그 가운데 21개 국가가 아프리카에 몰려있다고 한다.


2009년도 식량안보 위험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조사대상 148개국 중 앙골라, 아이티, 모잠비크, 브룬디, 콩고 등이 식량안보 최고 위험국으로 분류됐고, 미국이 식량안보가 가장 튼튼한 나라에 선정됐다. 한편 프랑스, 캐나다, 독일, 체코가 미국의 뒤를 이었다. 불행하게도 후진국들, 특히 사하라 이남의 국가와 남아시아 국가들 대부분이 식량부족국으로 식량안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아프리카국가들(MENA)은 거대한 식량 순수입국이며, 식량수요의 50%를 수입에 의해 충당하기에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커다란 영향을 받고 있다. 더욱이 식량은 국제사회의 분쟁과정에서 무기화하는 경향이 있다. 쿠웨이트는 러시아가 에너지처럼 곡물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며, 정치적 압력수단으로 충분한 식량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식량가격의 상승이 이집트, 인도네시아, 파키스탄을 포함하는 최소한 33개국에서 불안정을 야기하는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북아프리카에서 급진적인 이슬람운동을 강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한다. 전세계 식량은 점차 부족해지며 값이 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을 부양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전세계의 200명 정도의 갑부들은 전 세계 인구의 약40%에 달하는 부(富)를  갖고 있으며, 이미 8억5천명의 사람들은 굶주리며 살고 있다. 식량위기는 세계의 가난한 지역인 아프리카, 남아시아 및 중동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몇 년 동안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였던 쌀, 옥수수, 밀과 같은 식량가격은 과거 3년 동안 180% 이상 치솟았다. 두말할 나위 없이 기근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열악한 삶을 영위해야만 할 것 같다.  


농업 또한 수자원 관리와 함께 기후변화와 같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2억 인구는 절대적인 물 부족 현상과 함께 살고 있으며, 물 부족 현상의 증가는 또 다른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서브 사하라 국가들은 재사용이 가능한 물의 단지 4% 정도를 이용하고 있다. 전 세계는 심각한 토지 감소 요인으로 매년 500백만-1000만 헥타의 농토를 잃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및 중앙아시아에는 경작 가능한 토지의 확장이 매우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중동산유국들은 식량안보를 위해 해외의 농지를 대규모로 매입하고 있다. 세계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중동 걸프지역 산유국들이 해외에서 사들인 농지는 2천만㏊로 300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남한 면적의 2배, 유럽연합(EU) 전체 농지의 5분의 1에 달하는 면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탄자니아에서 농지 50만㏊를 사들였고 UAE는 수단에서 40만㏊, 카타르도 케냐에서 4만㏊의 농지를 매입했다. 걸프지역 산유국들이 해외에서 농지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배경은 이들 대부분의 국가들이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농지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 건조한 사막기후의 영향으로 농업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사회, 특히 NGO 단체들은 부유한 산유국들이 식량부족국가들인 아프리카에서 농지를 사재기한다는 비난을 하고 있어 식량이 부족한 중동국가들은 식량안보를 헤쳐 나갈 방안모색에 고심하고 있다.


한편 농산물 가격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짙다. 다시 말하면 곡물가격의 상승은 상품가격 전반의 상승을 유발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Agriculture + Inflation)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있다. 곡물가격 상승은 서민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 후진국에서는 국가안보의 위협이 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의 공급측 요인으로는 이상기후로 인한 공급감소와 곡물의 바이오연료화로 인한 재배면적 감소를 들 수 있고, 수요측 요인으로는 중국, 인도 등 신흥공업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식량수요 증가와 육류소비 증가에 따른 사료용 곡물수요 증가를 들 수 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식량자원주의”라는 형태로 “식량의 무기화”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곡물의 자급률이 28%인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취약한 식량안보수준으로 석유자원에 이어 식량자원의 안보의식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식량은 인간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물질이다. 그렇기에 한 국가에서 경제발전은 반드시 식량의 자급자족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식량자급과 독자적인 안보체제를 갖춘 선진국들은 세계 제2차 대전이후, 전쟁기간 중 식량자급화의 필요성을 깨닫고 농업을 개발하였다. 오늘날 선진국들은 대부분 식량수출국으로 탈바꿈하였다. 반면에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의 근대화를 따라잡기 위해 수출주도형 공업화 전략을 추구하였다. 


그 결과 과거 농업국가로 식량수출국이었던 국가들은 식량수입국으로 전락하게 되었으며,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형적이 예이다. 현재 이들 국가들은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함께 가뭄, 수자원 부족, 기아 및 식량부족의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도자들은 정치력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은 단순한 인류의 생존차원을 넘어 식량안보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중동은 자원 - 석유와 물 - 에 대한 투쟁이 지속되고 또 그것 때문에 여전히 전쟁이 치러지는 세계에서 유일한 지역이다. 석유는 그것이 부족한 국가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국가들에게 남겨진 가장 희소한 자원중 하나이다. 물 또한 심각한 부족에 직면한 국가들이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다. 이에 덧붙여 중동의 인구성장 증가와 거대한 사막 기후는 중동의 매우 험난한 미래를 제시해주고 있다. 중동 아프리카에서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적인 원조와 지원하에 선진 신기술을 도입하여 농업을 개발하고 충분한 물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다. 글로벌화 된 세계경제는 이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상기후에도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의식을 고취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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