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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란 제재조치의 파장과 한국

이란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10/08

‘포괄적 대이란 제재법’이 2010년 7월 1일 시행되었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미재무성은 8월 16일 ‘포괄적 이란제재법 시행세칙(CISAEA)'을 마련하여 이미 발효중인 이란제재법에 쓰인 용어의 구체적 의미 조정과 함께 이란제재에 대한 세부절차를 시행에 옮기고 있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한국은 미행정부의 특별제재 대상인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해 2개월간 외국환 업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업무는 10월 11일부터 12월 10일까지 정지되며, 대이란 무역거래는 이란중앙은행과 합의한 원화결제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정부의 사전허가 없는 대이란 금융거래는 금지되며,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이란국영해운회사(IRISL), 멜라트은행을 비롯한 10개 단체와 24명의 개인이 금융제재대상으로 지정되어 금융제한조치와 함께 해당 인물의 입국도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이란수출과 관련된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의 거래는 대다수 중단된 상태며, 미국의 대이란 제재수위와 그 파장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란제재조치의 파장을 살펴보기에 앞서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내용은 제재조치의 ‘배경과 목적’이다. ‘포괄적 대이란 제재법’은 이란의 석유부문에 2천만달러 이상 투자하는 해외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이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집요하게 경제제재조치를 고집하는 배경은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압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개발과 관련된 제재조치라기 보다는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석유산업과 관련된 경제제재조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한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의 이라크침공시 상황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명분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핵심 사안이었다. ‘명분없는 전쟁’으로 알려진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분명 석유이권을 챙겼고, 민주화(民主化)는 뒤로 한 채 철수한 상태이다. 이란의 핵개발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란의 핵문제는 경제제재에 관한 수단에 불과할 뿐이지 목적이 되지 못 한다”는 것이 이란제재의 핵심이다. 그렇기에 이란제재에 관한 핵심문제가 세계 제4위의 원유생산량과 제2위의 가스매장량을 갖고 있는 이란의 에너지자원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는 이란 지도부로서는 정권의 젖줄인 에너지자원을 어떠한 희생을 치루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란정부로서는 오히려 대내외적으로 지지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1979년 호메이니혁명으로 팔레비정권이 붕괴된 이후 30년 이상 지속돼온 미-이란간 애증(愛憎)의 관계는 이란의 대외개방에 큰 걸림돌이 되었고, 그동안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부족으로 시설의 노후화를 면할 방법이 없었다.


미국은 팔레비정권시절 이란에 핵(核) 기술을 전수하였고, 호메이니혁명이후 이란-이라크전쟁(1980-88년)시 이라크를 지원함으로써 그 공백을 구(舊) 소련이 메워 온 상태이다. 그 후 걸프전(The Gulf War)을 거치면서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제재조치 강화에 주력하였고, 그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 2003년 ‘이라크전쟁’이다. 이라크 전쟁이후 미국은 ‘당근과 채찍’을 계속 반복하면서 이란의 석유산업 개방에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그 수단으로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으로서는 정권의 젖줄을 포기할 수 없기에 혁명수비대를 통한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서구기업들을 유치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미국에 강경한 자세로 맞서는 이란은 이번기회에 두 마리 토끼를 - ‘핵개발과 석유산업의 개발’ - 잡으려는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이란은 1979년 기간산업의 국유화조치 이후 헌법 81조에 "무역, 산업, 농업, 광업, 서비스분야는 외국인에게 양도를 금지 한다"고 명시하여 외국인이 핵심산업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수호위원회는 1990년 “주재국과 법적 계약을 체결한 이란주재 외국투자회사는 헌법 81조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 외국기업 진출을 허용한 이후, 특정 자원개발을 제외한 일반산업 투자분야에 대해 외국인의 49% 이하 지분취득을 인정하였다.


이란정부는 1996년 프랑스 Total사의 Sirri A&E 유전개발 투자(총 6억달러 규모)를 승인함으로써 자원개발 분야에서도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는 획기적 정책전환을 가져왔다. 이란에서는 1997년 20억불 규모의 사우스 파(South Pars) 가스전 개발투자 계약을 NIOC와 Total사 컨소시엄간에 체결하는 등 자원개발 투자가 점차 본격화되었다.


하지만 1995년 5월 미국기업의 대이란 무역거래 및 투자를 금지하는 경제제재 조치를 시행하였다. 미국은 1996년 8월 이란의 원유 및 가스개발 분야에 연간 4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제재조치를 부과하도록 하는 경제제재 법안인 ‘다마토(D'Amato)법’을 통과시켜 이란을 인권탄압국 및 국외테러 수출국으로 지목하고, 정치적으로 이란에 대한 고립화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경제재제 조치를 시행해왔다.


1996년 6월 발효된 다마토(공화-뉴욕) 상원의원에 의해 제안된 미국의 이란, 리비아 제재법, 즉 다마토법의 주요내용은 석유 및 천연자원 개발을 위해 4천만달러 이상을 신규 투자하는 기업에 적용되며, 1997년 6월부터 투자규모를 4천만달러에서 2천만달러로 줄여 제재조치를 강화해 오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미국 수출입은행 및 금융기관의 금융지원 거절, 미국 정부구매참여 금지, 관련회사 제품의 수입금지, 미 정부기금 운영 에이전트 자격 중지 및 수출허가 발급금지 등 6개 조치사항 가운데 2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현재 실시중인 ‘포괄적 대이란 제재법’에 동참하는 유럽국가들의 대응조치에서도 석유이권에 관한 EU국가들의 속셈을 읽을 수 있다. 프랑스 석유화학회사 토탈(Total)은 새로운 UN제재결의에 따른 합법적 거래이기에 계속 이란의 석유를 매입하고 있으며, 노르웨이의 스타트오일 또한 이란에 기술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이탈리아 석유회사 ENI도 자신들과의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 거래를 계속하겠다고 미국의 압력에 저항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의 제재조치에 대한 유럽의 석유메이저들과의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석유메이저에 속하지 못한 일본과 한국의 입장은 매우 난처한 상태이다.


오바마 행정부 초기의 유화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미국은 당근을 포기하고 채찍을 든 것이 ‘포괄적 대이란 제재법’이다. 그러나 미국의 복병은 중국과 러시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럽에도 있다. 그래서 미국은 최근 더 강한 채찍을 들고 서구기업은 물론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조치가 대이란 제재조치에 동참하지 않은 외국기업들에 대한 조사이며, 이란에 대해서는 2009년 선거이후 논란이 되었던 개혁파에 대한 인권문제를 새롭게 들고 나와 이번 제재조치에도 연계하고 있다. 이란에 정유제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 터키회사에 대해 제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호주,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 일본, 말레이시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베네수엘라 등이 이란의 에너지 부문과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프랑스의 토탈, 노르웨이의 스타트오일, 이탈리아의 ENI, 영국 및 네덜란드의 ‘로열 더치 셸’ 등 4개 국제 석유기업들은 대이란 투자를 중단하고, 이란의 에너지 분야에 신규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하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이란의 유전개발 사업에서 철수하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한국은 GS건설이 지난 7월 1일 서둘러 12억 달러 규모의 가스탈황시설 공사계약을 취소했기에 제재기업 리스트에서는 배제되었다. 미국은 곧 발표될 이란 제재법의 제재대상 기업 리스트에 아자데간 유전개발을 맡고 있는 일본의 국제유전개발(INPEX)이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일본정부에 공동보조를 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일본의 대이란 에너지외교의 상징으로 알려진 총투자액 20억 달러인 아자데간 유전개발에 대한 INPEX의 개발후의 원유지분은 2004년 이란 국영석유회사와 계약 당시에는 75%였으나 이란의 핵개발 의혹 등으로 유전개발이 늦어지면서 2006년 10%로 축소된 상태이다.  


이란제재조치의 파장은 석유산업에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중동질서의 재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란의 배후에는 중국이 있다. 그 밖에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인도와 러시아가 있다. 이란이 항전하는 이유도 바로 이점에 있다. 이 과정에서 터키와 이스라엘의 행보는 이란제재조치의 해결에 하나의 나침판 역할을 할 것이다.


이란이 강경한 자세로 나오는 배경에는 거대 영토와 인구를 포함하는 이른바 브릭스(BRICS)의 지지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란의 현 상황은 1990년와는 매우 다른 측면이 있다. 걸프전이후 경제력이 최악인 상황에서 이란에서 미국의 공백을 메워주었던 구 소련을 대신하여 중국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점이 그 핵심이다. G2로 대별되는 미국과 중국에 뒤이어 러시아는 이미 G8에 진입하였고, 인도와 브라질은 G13의 반열에 올라있다. 여기에 2000년 이후 중동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등장한 터키는 브릭스와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이란 제재조치의 승패는 브릭스 국가들에 속한 국가들의 참여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한국은 이란의 제재조치에 대한 터키의 대응태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친미국가로 알려진 터키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이후 중동에서 가장 부상하는 국가중 하나가 되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G20에 속한 터키는 IMF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 세계 경제위기 이전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분기에 터키경제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3%를 성장하여 중국과 더불어 G-20 국가 가운데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친미국가이기는 하지만 지정학적 특성, 특히 경제적 기반의 관점에서 볼 때, 터키는 이란과 보다 밀접한 관계에 있다. 경제협력의 차원에서 보면 터키-이란-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비아랍의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의 주변영역에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영향력은 이들 3국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핵개발 의혹에 따른 대이란 경제제재조치는 이제 단순히 경제적 상황에 머물지 않고 정치적, 군사적 상황으로 확대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이란관계는 미중(G2)의 대결로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배후인 이스라엘과 이란의 배후인 중국이 버팀목으로 작용할 것이며, 터키의 행보는 이 과정에 매우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에 동참하는 수위를 보더라도 이 점은 보다 명백해진다. 여기서 간과하지 못할 변수가 러시아이다. 세계 3위의 곡물수출국으로 이미 세계경제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는 있는 러시아 또한 중국의 부상을 그대로 용인만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이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의 파장을 헤아려볼 수 있는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다.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의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점을 간파해야한다. 일본이 고심하는 이유도 바로 이 문제에 있다. 결국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의 파급효과는 중동질서재편과 연계돼 있다는 점이고, 그 파장은 경제적 파장을 넘어 정치적, 군사적 파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 미-이란 상황이 악화될 경우,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이란공격’이나 새로운 ‘이란-이라크전’도 하나의 변수로 상정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한국은 중국을 비롯한 BRICS의 대응상황,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 과정, 이스라엘-터키-이란간의 협력형태와 더 나아가 알-카에다와 관련되는 중동지역 질서 전반과 관련되는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의 대응 또한 장기적 안목에서 새로운 중동질서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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