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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사우디아라비아로 다가가는 알-카에다(Al-Qaeda)

사우디아라비아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11/04

알-카에다가 개입된 ‘테러와의 전쟁’이 은밀히 제2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 같은 징후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정보당국이 유럽, 특히 프랑스에 대한 테러공격 가능성을 경고한 사실에서도 읽을 수 있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며, 오사마 빈 라덴은 육성 테이프를 통해 지난 9월 니제르에서 발생한 프랑스인 납치사건은 “프랑스가 무슬림국가들을 상대로 자행하고 있는 폭정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도 국내에 자생하는 알-카에다가 국가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가 되고 있으며 9‧11 테러 10주년을 앞두고 미국내 대규모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오바마 미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개념을 포기하고 대선공약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완결에 전력하였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아프팍(Afpak)전’으로 표현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쟁이 2009년 4월 시작되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카에다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계속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라크전쟁이 종결되고 미군이 철수했지만 ‘이란의 핵개발의혹’ 문제로 강도 높은 미-유럽 경제제재조치가 실행되고 있어 중동에서의 평화는 아직 안개속이다. 이러한 상황에 알-카에다의 준동은 사우디-예멘 국경, 소말리아, 수단 등 북아프리카를 비롯해 마그레브(Maghreb)지역 까지 확대된 상태이고, 유럽으로까지 그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홍해(紅海)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집중되는 알-카에다의 행동은 중동의 평화질서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시작된 (좁은 의미에서) 알-카에다와의 전쟁이 이라크를 지나 이란에 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알-카에다의 활동이 왜? 홍해지역의 아덴만으로 집중되는가?”라는데 있다.


그 실체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알-카에다(기지 혹은 기초라는 뜻의 아랍어)는 이슬람 근본주의에 기초한 반미, 반유대 노선을 추구하는 국제테러조직으로 1988년 결성되었고, 그 지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이다. 빈 라덴은 2001년 9‧11 테러사태의 배후로 지목되어 미국과 영국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감행케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알-카에다는 구(舊)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에 침공에 대항하기 위하여 이슬람 무자헤딘(성전을 위해 싸우는 전사(戰士)라는 의미)이 결성했다. 그 후 1991년 걸프전(The Gulf War)이후 빈 라덴은 그 활동영역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 테러의 대상을 중동은 물론 전세계로 확대하였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1993년 뉴욕시 세계무역센터 건물 폭파사건, 사우디아라비아 주둔 미군기지 폭파사건,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폭파사건, 예멘의 아덴항 미항공모함 콜호 폭파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 밖에도 동남아시아 각국의 반정부 이슬람 과격파 조직과도 연계도 의심받고 있다. 2003년말 이후에는 이라크에도 다수 잠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아라비아반도 그것도 이슬람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서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지역은 그렇지 않아도 최근 소말리아 해역에서의 선박나포를 통한 해적행위로 전세계의 무역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 우리도 아덴만에 청해부대 해군함정을 파견하여 해적활동 퇴치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그 기세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재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소탕작전은 전세계 4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해적퇴치의 기미는 크게 개선되지 못한 상태에서 20여척 이상의 선박과 선원 약 400명 정도가 억류돼 있다. 세계 인류역사상 10대 해적행위로 알려진 소말리아 해적행위가 “어떻게 현대 문명국가에서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에 더해 알-카에다와의 연계구축은 홍해연변의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잠재적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한국의 피해도 적지 않다. 한국 (혹은 한국인 관련) 선박 납치는 2006년 4월 동원수산 피랍사건(한국인 8명을 포함한 선원 25명이 117일 만에 풀려난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10월 9일 금미호가 다시 피랍되었다. 7번째에 달하는 한국선박에 대한 피랍사건으로 아직도 2009년 4월 피랍된 삼호드림호 선원(한국인 5명)은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우리 돈 약 1조8천억에 달하는 <납치산업>이라는 표현으로 소말리아 해적행위를 언급하면서 인질들의 몸값도 2배이상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납치산업은 소말리아의 경제상황에도 큰 영향을 미쳐 급격한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예상박의 큰 몸값이 소말리아에 유입됨으로써 일반 생필품의 가격도 2-3배로 급등하여 주민들은 커다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해적들은 ‘증권거래소’까지 설립하여 일반 주식시장처럼 상장을 한다고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조건을 갖추면, 무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하며, 납치에 성공하면 투자수익율을 분배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납치산업의 금융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과거에는 정치적 목적이나 게릴라 활동의 자금모금형태로 이뤄지던 납치행위가 엄연한 하나의 산업활동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제는 그 영역이 확대되어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 중남미의 멕시코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국제무역의 커다란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전세계적 공포단체인 알-카에다가 이러한 행위에 동참하여 연계를 시도하도 있다는 점에 있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도 중요하지만 국제사회는 이 점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덴만에서 홍해지역으로 확대되는 소말리아의 해적행위의 근절에 국제사회는 동참해야하며, UN을 통한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홍해지역에서 해적행위의 증가와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알-카에다의 관심은 향후 이 지역 평화질서에 새로운 뇌관(雷管)이 될 것이다. 지난 8월 알-카에다 예멘 지도자중 하나인 사에드 알-시리는 녹음 메시지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군내부에 침투한 조직원들에게 “왕실을 전복하고 관료와 기독교인을 살해하라. 그리고 이스라엘을 향해 무기를 들어라!”고 선동한 바 있다.


실제로 사우디-예멘간 국경지대 약1천 760km에 이르는 지역은 알-카에다의 주요 활동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09년 11월 3일 예멘정부군과 내정중인 후티반군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예멘 반군이 사우디 국경을 침범하여 경비대원 2명을 살해하자 사우디는 즉각 군대를 파견하여 이들은 몰아냈다. 현재 예멘정부는 사다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후티 반군들과 내전상태에 있다. 예멘의 북부지역 사다지역을 본거지로 하고 있는 후티 반군들은 후티의 형인 후세인이 정부군에 의해 살해되자 2004년 이후 현재까지도 휴전과 교전을 반복하며 반정부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이란의 지원설이 제기되어 예멘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알-카에다와의 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예멘이 사우디와의 국경에서 알-카에다 문제로 부딪칠 경우, 자칫하면 국경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1990년 통일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오만과 국경충돌을 잘 조정한 바 있는 예멘으로서는 새로운 국경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러한 틈새를 노려 알-카에다는 점차 사우디-예멘국경으로 집결하고 있다. 예멘 외무성에 따르면, 예멘에는 약400명 정도의 알-카에다 조직원이 있으며, 예멘의 혼란을 일으키는 조직원들 가운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자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ABC 방송은 9‧11 테러 10주년을 목표로 알-카에다의 새로운 테러를 시사한 가운데, 미국의 대테러 전문가들은 알-카에다가 국제적 관심을 얻고 미국인들을 동요시키기 위해 테러를 조장하고 있다고 한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은 최근의 언급에서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국내 테러를 준비하고 있는 알카에다 요원들이 있다는 전제하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 가운데서도 미국 거주자인 예멘계 성직자 안와르 알-올라키를 빈 라덴에 이은 제2인자로 규정하고, 현재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알-올라키는 2009년 발생한 포트 후드기지 총기난사 범인과 연계돼 있으며 미수로 끝난 디트로이트 항공테러 기도의 주요 배후세역으로 의심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에 덧붙여 미국은 향후 15-20년에 걸쳐 사우디아라비아에 600억달러 규모의 무기판매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의 무기판매 가운데 사상 최대의 규모로 알려지고 있으며,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고위급과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국방부 군제안보담당 차관보는 “이스라엘은 이번 판매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앤드루 샤피로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도 사우디아라비에 대한 무기판매 방침은 중동지역 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며, “순전히 이란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무력증강은 (과거 걸프전 이전처럼) 아라비아반도에서의 무기경쟁을 부추킬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아라비아반도는 다시금 ‘중동의 화약고’라는 과거의 분쟁지역으로 회귀할 수 있다. 


사실 금년초 미국은 알-카에다의 근절을 위해 예멘에 미군주둔을 강력히 바라고 있었지만, 정부와 종교지도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1억5천만달러에 달하는 경제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최근 예멘계 성직자 안와르 알-올라키에 대한 감시 및 살해압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은 미국의 예멘 개입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라 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으로 향하는 알-카에다의 활동 길목에 예멘이 있음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자칫하면 과거 있었던 사우디-예멘간 국경분쟁까지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을 안고 있으며, 큰 의미에서 “홍해만(紅海灣)에서 분쟁의 신호탄”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쪽으로 향하고 있는 알-카에다의 활동은 어떻게 보면 빈 라덴이 추구했던 이상(理想)을 쫒아 고향을 찾고 있는 형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슬람 근본주의를 외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을 벌여 온 그의 활동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그의 활동은 단순히 사우디아라비아 전복에 그치지 않고 홍해만의 지정학적 위치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현 상황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그 실례가 아덴만에서 소말리아 해적들과의 연계이며, 예멘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이다. 그렇기에 제2인자로 부상한 알-올라키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제 전세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알-카에다의 테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소말리아 해적을 퇴치해야 한다. 소말리아 해적과 알-카에다가 연계된 상태에서 예멘의 알-카에다가 사우디아라비아 중심부를 직접 겨냥할 경우 아라비아반도는 다시금 혼란으로 치달을 것이다. UN의 역할이 다시금 기대되는 시기이다. 진정 세계평화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이란제재조치에 앞서 소말리아 해적퇴치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들과 연계된 알-카에다의 활동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알-카에다의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서 예멘이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될 경우, 걸프전에 이은 새로운 <홍해전>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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