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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G20 정상회의와 중동경제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11/19

G20 서울 정상회의가 지난 11-12일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단군 이래 최대 국제행사라는 G20이 한국에서 개최되어 우리의 국력을 드높인 점은 세계 13번째 경제대국으로서의 우리의 힘을 전세계에 보여준 좋은 사례이다. 불과 반세기전 원조를 받는 세계 최빈국중 하나에서 이제는 원조를 하는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의 발전상을 유감없이 발휘한 기회이기도 했다. G20의 성공적 개최로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의무가 큰 나라임이 확인되었다. 아울러 G20 서울 정상회의가 보여준 합의는 이제 세계경제의 중심이 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이란 자본 유출입이 급변동할 경우, 위기에 처한 국가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부담감 없이 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조치이다. 그 다음 단계는 IMF 대출체계에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와 같은 지역 금융안전망까지 연계해 2-3중의 안정장치를 거쳐 단기간의 유동성 문제로 인한 국가부도를 방지한다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G20 정상들은 탄력대출제도(FCL) 개선과 예방대출제도(PCL)의 신규도입을 핵심으로 한 IMF의 대출제도 개선안을 최종 승인했다. FCL은 최우량 국가에 대해 사후정책이행 요건에 관계없이 예방적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며, PCL은 FCL 기준에 미달하지만 건전한 정책을 수행하는 국가에 예방적 유동성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물론 최종 승인은 차기 프랑스 G20로 넘겨지긴 했지만 그래도 하나의 시발점이 된 것은 중요한 발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G20 서울정상회의가 지나치게 미-중국간 환율대립으로 비쳐져 마치 G20가 환율조정회의 같은 이미지를 보였다는 점은 G20의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되기도 했다. 다행히 미중의 극도의 자제로 이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무역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G2로 좁혀진 대결에서 이 문제가 피해나갈 수 있었던 점은 역시 BRICs를 포함한 신흥국가들의 역할과 목소리가 커졌다는 데에 기인한다. 이런 점에서 “전세계의 무게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터키의 압둘라 귤 대통령의 발언은 커다란 힘을 얻고 있다.


미중일의 한율 갈등으로 주요 의제가 희석되긴 했지만,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역시 국제무역, 즉 무역투자와 해외투자에 관한 내용이 핵심 사안이었다. 이밖에도 출구전략, 인프라 및 자원개발, 에너지 효율 및 신재생 에너지, 청년실업 문제 등 세계적인 현안문제가 다뤄져야하는 회담이 G20이다. 그 가운데서도 세계적인 무역활성화를 위해 2011년까지 마무리 짓기로 한 도하개발라운드(DDR)가 G20이 추구하는 큰 목표 가운데 하나이다.


DDR은 2001년 11월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에서 시작된 다자간 무역협상이다. IMF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 진행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세계무역 질서를 만들기 위해 추진한 합의가 DDR이지만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IMF는 DDR의 실행을 G20로 이양한 것이며 최근 가장 큰 현안 문제가 FTA로 대변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일종의 경제유엔총회라고도 불리는 G20의 기원은 1974년 “G5 재무장관회의”에서 찾을 수 있다. 1973년 제1차 석유위기이후, 세계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제금융위기를 탈피하고자 미국이 중심이 되어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5개국 재무부장관들은 비공식모임을 갖고 세계경제질서를 논의할 모임을 만든 것이 G5이다. 그 다음해에는 프랑스에서 회의가 열렸고 이태리가 가입되어 G6로 불리기도 했다.


1996년까지 세계의 주요 경제문제를 다뤄오던 G7은 1976년 이태리와 캐나다를 받아들여 서방 선진7개국 모임으로 정착되었다. G7은 매년 정상회의와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하면서 세계의 경제문제를 조율했지만, 러시아의 입김이 커지면서 1997년 여기에 합류하여 G8 정상회의가 이루어졌지만, 러시아는 재무장관회의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1997년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선진국 중심의 G8 정상회의를 무력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아시아의 신흥국가는 물론 중남미국가들의 입지강화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대화의 필요성”을 고조시키게 되었고 긴밀한 정책 공조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G13과 G14 정상회의가 논의 되었고, G13은 G7+BRICs(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 4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2개국으로 형성되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역대표로 추가한 G14 정상회의가 제시되기도 했다.


한편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확산되자 G20이 정상회의로 격상되었다. 2008년 11월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세계 주요 경제국 정상들이 참석한 “금융 시장 및 세계 경제에 관한 정상 회의”(Summit on Financial Markets and the World Economy)가 개최되었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미국 부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개최된 이 회의에는 G8(서방 주요 8개국)을 비롯하여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호주,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르헨티나 등 11개 주요 경제 국가들과 함께 유럽연합(EU) 의장국이 참석하였다.


G20 정상회의의 기본 목적은 세계적 금융위기의 타개를 위해 선후진국간의 협력을 위한 것으로 현재 전세계적 금융위기의 발생원인이 되고 있는 현재의 국제적 화폐 및 금융 체제인 ‘브레튼우즈(Bretton Woods) 체제’에 대한 개혁방안을 모색하고자 함이다. 다시 말하면 IMF를 대체할 수준의 국제기구로 탄생한 것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는 세계경제 및 국제금융의 차원에서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과거 국제 금융위기시 IMF에서 주도국으로 작용했던 서방 선진국의 G7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아시아 신흥국이 포함된 G20으로 분산됐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서도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입김은 이번 회의에서 유감없이 발휘됐고, 동반자이던 일본도 이번에는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며 침묵을 지켰다. 여기에 금년도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았던 유럽연합(EU)은 상대적으로 그 영향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G20의 성공적 개최 이면에 미국은 상대적 고립감을 감출 수 없었다. 미국은 전후 최악의 실업률과 9‧11 테러사태이후 아프간을 비롯한 중동전쟁에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붇고 일자리 창출과 무역확대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달러 가치하락을 방어하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6천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풀어 중국, 일본과 환율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은 매년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내며 무역불균형 해소에 중점을 두며 회의에 임했고, 구체적으로 제시한 경상수지 목표치와 환율수준이 받아들여지지 이번 회의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 이유 또한 금융위기를 겪은 신흥 아시아 국가들의 높아진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내수시장으로라도 버티겠다는 중국의 입장강화는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중동에서 커다란 적수로 작용하며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고 있는 중국의 입김이 커지면서 G20라기 보다는 G2라는 개념으로 압축되고 있는 경제상황에서 미국은 다시 EU와 공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G20에서 세계경제에서 최강자로서의 입지가 좁혀졌음을 보여줬고 새로운 힘의 변화가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인식시켜 주게 되었다. 이 같은 여파는 세계경제에서 주도권이 아시아 신흥국으로 이전되고 있고, 그 가운데서 중국이 국제무역의 주도권 장악에 커다란 장애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준 계기가 되었다.


중동국가들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만이 G20에 들어 있다는 상황도 미국에게는 그다지 장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중동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터키의 경우 BRICs와 호흡을 같이하며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조치에도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 물론 자금력이 풍부한 사우디아라비는 큰 힘이 될 수는 있지만, 아직 국제적 경험이 미숙한 상태이기에 미국에게는 큰 힘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울러 중동에서 문제되는 것은 핫머니(hot money)이다. 중동의 경제는 지난해 두바이사태이후 아직 큰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유가의 하락은 중동경제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핫머니의 흐름은 G20에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이 흐름은 또 다른 국제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투기자본화한 핫머니는 국제 원자재 시장, 식량 및 금융시장에서 큰 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IMF는 중동산유국들에 대해 내년도 지출을 늘릴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IMF는 GCC 산유국들의 2009-2011년 성장이 연평균 GDP의 약 7%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낮은 부채수준과 금융위기 이전에 구축한 충격 흡수력 때문에 재정 투입여력이 확대됐다면서 재정지출의 확대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국제 유가수준에 좌우되기 때문에 성사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다.


중동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큰 변수는 국제유가이며, 이는 정치적 변수에 크게 의존하며 달러화의 가치에 따라서도 등락이 변화한다. 아울러 달러화의 가치는 곧바로 금(金) 가격과 연계돼 있으며, 금가격의 폭등은 중동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조짐은 이미 G20가 개최되기 직전에도 나타났다. 지난 10일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1400달러를 돌파함으로써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은 가격도 30년만에 최고치를 달성하였다. 국제유가 또한 최근 2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음은 중동의 유가에 새로운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보이는 상황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차 양적완화’ 조치에 이어 유로화 사용 16개국 ‘유로존’의 국가부채 우려까지 증폭되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이 환투기를 위해 금을 매입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핫머니의 개입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등 유로존 변방국들의 재정위기가 새롭게 부각되는 조짐이 보여 금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또한 “FRB의 6000억달러 규모 양적완화 조치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국제 금 가격폭등은 인플레이션의 우려, 외환시장의 불안정성 및 유로존의 재정위기의 재발 등에 대한 심리적 현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여기에 FRB의 2차 양적조치 발표이후 달러화 약세는 상품가격을 인상시키는 용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영향으로 국제유가 또한 배럴당 87.49달러로 상승하면서 2008년 10월 이후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OPEC 관계자들은 원유의 생산량은 늘리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달러가치의 하락에서 오는 손실을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OPEC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쇼크리 가넴 리비아석유공사 대표는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기는 하지만, 교역조건은 OPEC 회원국에 매우 불리하기에 달러가치 하락과 상품가격 상승에서 오는 손실을 상쇄하지 못 한다”며, OPEC 생산량에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러한 발언은 향후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달러가치화의 하락을 보전하기 위해 일정 수준까지의 유가상승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G20에서 미국의 입지약화는 곧바로 중동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달러가치의 하락은 금값 상승과 원자재가격 인상을 부추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국제유가의 가격인상에 매개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석유는 단순한 경제적 자원이 아니라 전략자원이기에 정치적 변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중동에서의 정치적 안정이 중요한 것이다. 만일 현재 진행중인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나 “알-카에다의 준동”이 중동의 정치적 변수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에는 국제유가는 다시 요동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폭으로 감축시키면서 더 이상의 달러가치 하락을 방지하는 길만이 중동에서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G20의 기원도 따지고 보면 1973년 석유위기로부터 출발하여 2001년 카타르의 DDR, 즉 다자간 무역협정을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파생된 정상회의이다. 다시 말하면 그 중심에 중동산유국이 있으며, 그 매체는 국제유가라는 점이다. 범세계주의를 표방하며 출범한 WTO 체제에서 FTA의 이행을 촉구한 IMF의 기치가 다시 보호주의로 회귀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 현재 G20의 현실이다. 원유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중동에서의 유가가 안정되어 또 다른 금융위기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바라뿐이며, G20의 해결책 또한 중동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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