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ㆍ유라시아

11월초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금융공사(IFC)가 발표한 전세계 국가들의 비즈니스 환경 보고서(Doing Business 2011)에 따르면, 러시아는 조사대상 183개국 가운데 123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지난해보다 7단계 하락한 것으로 우간다(122위)와 우르과이(124위) 사이에 위치하는 순위이다. 또한 다른 신흥국인 브라질(127위), 인도(134위) 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중국(79위)에 비해서는 크게 뒤떨어진다.
 

구(舊) 소련 국가들 중에는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타지키스탄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러시아보다 양호한 비즈니스 환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구 소련 국가 중 우즈베키스탄(150위)이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고 그루지아가 12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74위에서 올해 59위로 15단계 상승하면서 비즈니스 환경이 가장 크게 개선된 10개국 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부분의 평가지표들이 전문가 의견 또는 시장의 크기, 거시경제지표, 생활수준 등을 제외하고 법, 제도적 절차와 비용, 시간 등을 근거로 산출되었기 때문에 실제 시장의 성장 잠재력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한편, 그 동안 개발도상국들의 노동규제 완화 및 노동법 개정을 유도하는 핵심 근거로 삼으면서 많은 논란을 빚었던 고용, 해고 부문은 올해 평가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사업 환경 그 자체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신흥국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지침서가 될 수 있다.

BRICs 및 구소련 국가 비즈니스 환경 순위

러시아 비즈니스 환경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건축관련 인허가(182위)와 국제교역(162위) 부문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관련 인허가 부문은 183개국 중 끝에서 두번째 순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건축 관련 인허가를 받는데 53개의 절차를 밟아야 되며 무려 540일이나 걸리고 비용도 1인당 국민소득의 41.4배나 된다. 물론 전년도의 54개 절차, 704일에 비해서는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 평균 202일, 1인당 국민소득의 6.8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모스크바에서 건설에 착수하는데 약 50개의 서명이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으며 다른 지방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제 교역과 관련해서도 수출에 필요한 서류가 8개, 수출까지 36일이 걸리고 수입은 13개의 서류와 36일이 소요되었다. 또한 수출입에 필요한 컨테이너당 비용은 각각 1,850달러나 든다. 이러한 수출입에 필요한 서류와 소요 시간 등이 몇 년간 변화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한편, 창업에 필요한 최저자본금이 매우 적고 재산권 등록 절차나 비용도 비교적 저렴해 사업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실제 사업 수행에서 중요한 세금 납부나 사업 청산 등에는 여전히 문제점들이 많아 상호 모순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채권회수 절차(18위)의 경우 법원의 소송 비용이 낮고 진행 절차가 빨라 러시아에서 가장 양호한 순위를 기록했지만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수준이 낮고 부패가 심한 점을 고려할 때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World Bank 및 IFC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개혁 조치의 85%가 신정부 출범 초기 15개월 이내에 이루어졌다. 러시아는 2008년 5월초 메드베데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부패 척결과 중소기업 발전 법안 등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오히려 비즈니스 환경의 순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것은 다른 국가에 비해 개혁이나 제도의 개선 속도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거나 지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러시아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시장 잠재력에 비해 아직까지 비즈니스 환경의 장애요인이 많고 특히 피부로 느끼는 애로점은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철저한 사전조사와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에 임해야 한다. 러시아 정부는 아무리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외쳐도 외부에서 그렇게 평가하고 있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을 자각하고 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