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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모라토리엄 이후 포스트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12/01

불과 1년전, 정확히 말해서 지난 25일은 두바이월드가 채무유예상환인 모라토리엄을 선언한지 만1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전세계 언론과 한국의 금융계는 두바이의 모라토리엄 소식에 바짝 긴장하며 중동진출에 관한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그 후 정확히 1년이 지난 지금 두바이 소식은 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의 다뤄지고 있지 않다. ‘냄비경제’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우리 현실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한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하더라도 “두바이 경제는 살아나는가?”라는 화두를 갖고 있던 게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두바이의 모라토리엄은 두바이정부 소유의 최대 지주회사인 두바이월드가 대형 프로젝트를 과도한 차입자본에 의존하며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2008년 국제금융위기와 함께 유동성 악화로 채무상환을 이행하지 못해 발생한 사태이다. 두바이 정부의 전체 부채규모는 800억∼1천억달러 정도이다. 두바이의 몰락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아부다비는 지난해 3차례에 걸쳐 총250억달러를 지원하며 급한 불을 끈 상태이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두바이의 존재가치’이다. 왜? 두바이는 중동국가들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가라는 점이다.


두바이의 존재가치는 우선 지리적 위치에서 찾을 수 있다. 두바이는 전세계 원유 수출물량의 약40%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맞은편 지역에 있으며, 전세계 수출입 물량의 20%가 스웨즈-홍해를 통과하여 아덴만을 거친 후 두바이로 오거나 아니면 인도양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아프리카로 돌아오는 수출입 물량의 대부분도 교역을 위해 이 지역을 통과한다. 그만큼 두바이는 중계무역항으로 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둘째는 안정적인 치안유지와 문호개방을 통한 대외정책에 있다. 두바이는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의 한 가운데, 그것도 이라크와 이란에 인접한 곳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치안유지와 통신, 금융, 물류 및 교통 등의 모든 분야에서 누구나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잘 구축하고 있다. 전체 인구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변에 있는 산유국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이란, 오만 등의 국가들이 자유롭게 두바이의 자유무역항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그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곳이 두바이이다.


셋째는 잘 발달되고 개방된 자유로운 중계무역항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이라크전쟁시에는 이라크의 블랙머니가 이곳으로 들어와 쉽게 세탁될 수 있어 많은 자금이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고 한다. 또 그 과정에 이란-이라크 이중국적자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밀무역으로 큰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UN의 경제제재조치가 발효되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도 두바이를 통한 밀무역은 감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만큼 중요한 것이 두바이의 중계무역항이고 그 시설이나 활용 또한 선진화 돼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미래산업 투자하는 정책개발과 선구자적 정책실행에 있다. 조그만 어촌에서 출발하여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발돋움하기에는 차별화된 정책 실현이 그 뒷받침을 했다. 유전이 별로 없는 두바이 통치자는 이미 1980년대에 첨단산업에 관심을 두고 1990년대에는 두바이인터넷시티(DIC)와 같은 첨단분야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해저호텔, 7성호텔 등 감히 상상조차 힘든 프로젝트를 계획하여 성공시켰고, 항공기와 공항 또한 현대적 인프라 구축 및 선진 경영기법을 받아들여 기반확충에 주력하였다. 이 같은 인프라구축이 확충되자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과감하게 대외개방정책을 실현하였고, 이러한 노력이 2003년 이라크전쟁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두바이는 이라크전쟁의 최대 수혜자일지도 모른다.


두바이 모라토리엄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단순히 두바이 팜랜드나 부르즈칼리파와 같은 대형프로젝트에 과도한 차입이 불러온 채무불이행으로 이해하는 경우 두바이의 존재가치를 망각할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대부분 “두바이는 회생하는가?”에는 관심을 갖지만, 그래도 “두바이는 중요하다”는데 공감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두바이를 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아부다비를 비롯한 주변국들 또한 두바이의 몰락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바이 몰락은 주변국들에게도 동반자살과 같은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이 점이 ‘포스트 두바이(post Dubai)’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경제규모로 친다면 두바이는 UAE의 두 번째 도시이지만 그 내실은 수도인 아부다비에 비교가 안 된다. 대부분의 유전이 몰려있는 아부다비가 UAE 전체 재정의 85%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아부다비가 재정지원을 하며 두비이의 모라토리엄 차단에 앞장 선 것도 포스트 두바이를 염두에 둔 지원이었다. 아직은 무역항이나 인프라 구축면에서 두바이를 압도하지 못하며 국제적인 인지도나 브랜드에서도 두바이에 뒤쳐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마찬가지이다. 유전규모나 경제력 면에서 UAE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막대한 오일머니를 갖고 있지만 당장 개방의 문호를 열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두바이를 자유무역항을 활용하는 것이 큰 이점이다. 우리는 두바이의 부활 그 자체 보다는 이점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두바이가 회생하는 동안 주변 아랍국가들 또한 포스트 두바이를 꿈꾸며 성장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은 아부다비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이 수주되는 것을 보더라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두바이 경제에 회복 그 자체에만 간심을 두는 것은 바람직한 전망이 못 된다. 이미 두바이의 존재가치는 주변국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입증되었다. 두바이의 회생은 이제 단순한 경제회복의 차원을 넘어 크게 말하면 세계경기, 작게 말하면 ‘중동경기의 지표’가 되고 있다. 그렇기에 두바이경제의 회생은 중동경기의 회생과 같은 선행지표로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세계 경기침체와 두바이의 심각한 채무위기에도 불구하고 걸프 아랍국가들이 2013년까지 서비스와 호텔분야에 78억달러를 지원할 것이라는 약속은 그 대표적인 예라 볼 수 있다. 걸프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UAE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2013년까지 실행가능한 프로젝트라 한다. 이와 관련하여 UAE는 43억 4천만달러, 사우디아라비아는 17억 4천만달러, 카타르는 9억 2,300만달러, 바레인은 4억6,300만달러, 오만은 3억 달러, 쿠웨이트는 9천만달러를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카타르는 금년에 약1억 30만달러, 바레인은 6,530만달러, 쿠웨이트는 3,170만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실행할 것을 결정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투자규모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쏟아내고 있다. 사우디투자청(SAGIA)의 아므르 알 답바그(Amr Al Dabbagh) 청장은 향후 10년간 에너지, 교통, 산업 부문에 5천억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프로젝트들은 향후 10년 동안 3.5%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하여 작성된 것으로, 분야별로는 석유화학, 광물, 발전 및 물 등 에너지 부문에 3천억달러, 공항, 항만, 철도 및 물류 등 교통 인프라 확충에 약1천억달러, 교육 및 IT, 보건 서비스 분야에 1천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계획돼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빈라덴그룹(Saudi Bin Ladin Group: SBG)이 72억달러 규모의 젯다(Jeddah) 소재 킹압둘아지즈(King Abdulaziz) 국제공항 개발 프로젝트의 1단계 공사 2건을 수주했다. SBG가 수주한 40억달러 규모의 1단계 공사는 67만㎡ 규모의 여객터미널, 수화물처리장, 비즈니스 라운지 및 상업시설 건설 등이며 2단계 공사는 32억달러 규모로 133m의 세계 최대 항공관제탑과 주차장, 발전소, 쿨링센터(Cooling Center) 및 인프라시설 확충에 관계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킹압둘아지즈 국제공항의 여객수송능력은 현재 연간 1,700만명에서 3,000만명으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 한다.


UAE 또한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UAE는 대규모 담수저장시설 및 담수 플랜트를 계획중에 있다. 전 국토의 약90%가 사막인 UAE는 지속적으로 담수설비에 집중투자해오고 있다. 아부다비는 물 공급의 95%를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통해 해결하고 있으며 예비 저장용량은 2일분 정도밖에 안된다. 이에 따라 아부다비 수전력청은 아부다비 물 수요가 2011년 약 7.6억 갤런/일에서 2015년까지 10.6억 갤런/일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90일간의 예비담수저장 능력인 4,000만갤런/일을 목표로 저장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또한 철도부설에도 커다란 역점을 두고 아부다비-두바이 연결을 거쳐 샤르자로 통하는 철도부설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제1단계 광역철도망은 루와이스-샤 가스전-합샨간의 265km구간이며, 제2단계 철도망은 리와-무사파-타월라-제벨 알리를 연결하는 구간이다.


최근에는 2014년 개장 예정인 자에드박물관의 조감도가 발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연면적 6만6천㎡ 규모로 건설되는 이 박물관은 전 통치자의 이름을 따서 자에드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가 가장 좋아했던 매(현재는 UAE 상징동물)의 날개를 본떠서 124m 높이의 전시관 5개로 구성된다고 한다.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인 아부다비 사디야트 섬에서는 현재 루브르박물관과 구겐하임 박물관 중동분관 건설 공사도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사막의 루브르(Desert Louvre)’라는 이름의 루브르 중동분관은 2013년 문을 열 예정이다. 두바이의 그늘 뒤에는 이처럼 큰 거목(巨木)이 있다는 사실은 두바이의 주요성을 한층 부각시켜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모라토리엄이후에도 두바이 경제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항공 및 관광산업은 계속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바이공항 이용객은 지난 10월 기준으로 약4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310만명에 비해 약 22.5% 증가했으며, 금년도 상반기 호텔 투숙객 수는 41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5만명보다 비해 8.6% 증가했다. 1991년 이후 두바이공항 18년 연속 이용객이 증가해왔으며, 2009년 처음으로 4천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금년에도 이 기록은 추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두바이의 관광산업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관광수입이 국내 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두바이에서 항공 및 관광산업의 호조는 모라토리엄 여파로 힘겨운 두바이 경제에 커다란 활력소가 될 수 있다.


2010년 11월 현재 980개의 건설 프로젝트 가운데 거의 절반에 수준인 495개 프로젝트가 세계금융위기 이후 중단된 상태이고, 2년전 부동산 버블로 그 가치가 절반정도 하락한 두바이 부동산 값이 내년에는 20% 정도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 두바이의 현주소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악조건속에서도 두바이에 계속 인력, 물류 그리고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보아야한다. 국제통화기금, IMF도 세계 경기회복과 두바이의 무역 및 관광부문 호조에 힘입어 금년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0.5%의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관광수입이 GDP의 20%를 차지하는 두바이에서 관광산업의 호조는 두바이경제의 회생에 좋은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두바이경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서 잃었던 ‘신뢰회복’일 것이다.


다시 언급하지만 두바이경제의 회복은 두바이 자체의 경제회복보다는 세계경기의 회복에 의존하며 그 회복의 관건은 신뢰성의 회복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뢰성 회복은 두바이 자신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포스트 두바이를 꿈꾸는 주변국들의 협력은 두바이 신뢰성 회복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포스트 두바이에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스트 두바이를 꿈꾸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비다비의 자본력은 두바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같은 국가인 아부다비투자청 국부펀드(SWF)의 자본금만해도 8,750억달러에 이른다. 총부채 800억달러 정도로 고전하는 두바이의 부채는 아부다비에 있어서는 큰 문제가 안 되는 소액의 돈이다.


따라서 우리는 두바이경제의 회복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이에 관계없이 두바이 진출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두바이 뒤에는 포스트 두바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국제유가가 큰 문제로 대두되지 않고 있지만, 국제유가 또한 중동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차제에 오일머니에 대한 관심도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이 지역의 경제는 국제유가에 크게 좌우되고 있으며, 오일머니는 중동경제를 떠받치는 주춧돌이자 디딤돌이다. 지금까지 다져놓은 두바이의 주춧돌을 건너서 자본의 바다로 나가야 한다. 중동의 국부펀드에 관심을 갖고 두바이를 찾는 길이 포스트 두바이를 대비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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