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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고비 맞이하는 2011년 중동 -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란, 이집트를 중심으로 -

사우디아라비아 / 아랍에미리트 / 이란 / 이집트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2011/01/06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회 연단에 선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29명의 장관후보 이름을 각각 호명하였다. 의원들은 각 이름에 대해 짧게 손을 들어 각 장관후보를 인준하였다. 이어 말리키 총리를 중심으로 29명의 내각이 단상에 올랐고, 의원들은 짧은 박수를 보냈다. 이처럼 12월 21일 총선 9개월 만에 이라크 정부는 어렵게 출범하였다.
2010년을 밝게 마감한 또 다른 사건은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 성공이었다. 외국인까지 합쳐도 인구가 200만 명에 불과한 나라, 국토 면적은 한국 경기도와 비슷한 카타르가 12월 2일 지구촌 최대 스포츠축제인 월드컵 유치에 성공하였다. 오일머니가 월드컵을 사들였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지만, 중동 최초의 2022 월드컵이 중동 평화정착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12월에 들려온 이 두 긍정적인 사안 외에는, 중동의 2010년 정세는 실망으로 점철되었다. 버락 오마마 대통령 집권 이후 보다 밝은 서방과 중동 간의 관계를 기대하였지만 결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미국이 약속하였던 이-팔분쟁의 해결에는 큰 전기가 마련되지 못하였다. 오히려 이란 핵 문제는 더욱 국제사회 전반과 중동을 긴장시켰다. 더불어 끊이지 않는 테러 위협으로 이슬람권과 서방 간의 불신의 골도 깊어졌다.
2011년도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유엔과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한 타격이 본격화하면서 이란의 정정이 불안해 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 해 이-팔분쟁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예멘, 이라크, 소말리아 등에서의 테러도 지속될 전망이다. 2011년의 가장 큰 화두는 수단 문제일 것이다. 새해 벽두인 1월 북부 수단으로부터 분리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남부 수단에서 치러진다. 순조로운 투표 진행 여부와 투표 결과에 따라 중동 전체가 큰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은 이런 주요 사안을 중심으로 2010년의 중동정세를 되짚어 보고 2011년 중동의 상황을 진단하여 볼 것이다.


지도부 노령화의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86)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허리 디스크 수술을 위해 미국 뉴욕 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 만인 12월 21일 퇴원하였다. 압둘라 국왕은 퇴원 후 물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치료가 끝나면 사우디로 귀국할 예정이다. 압둘라 국왕의 부재에 따라 사우디의 국정은 국왕 승계 1순위인 술탄(85) 국방장관이 맡고 있다. 압둘라 국왕의 이복동생인 술탄 장관은 암으로 추정되는 지병으로 인해 미국에서 치료를 받은 뒤 모로코에서 요양하던 중 압둘라 국왕의 미국행에 따라 11월 22일 급거 귀국하였다.
압둘라 국왕은 치료 차 미국으로 향하기 직전인 11월 18일 아들인 미테브 빈 압둘라 왕자를 내각의 각료 겸 자신이 맡고 있던 국가방위군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였다. 왕실직속 국가방위군사령관직을 아들에게 이양한 것이다. 사우디의 국가방위군은 정규훈련을 받은 10만-12만 명의 병력에 자체 공군력 구비도 추진 중인 왕실 직속 군사력으로, 국방부 휘하 지상군과 병렬 및 견제 관계이다.
압둘라 국왕이 아들을 전면에 앞세우고 있는 것은 형제간 왕위 계승이 아니라 아들에게 직접 물려주는 것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992년 파흐드 국왕 칙령으로 왕세자는 기존 왕의 형제 승계에서 왕의 아들도 승계가 가능토록 승계 가능 범위를 확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고령의 형제가 왕위를 계승하면서 이번에는 아들에게 승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 국왕과 승계 1순위 술탄 국방장관 모두 심각한 지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2011년 사우디의 정권 이양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UAE, 안정화 지속


중동 지역에서 가장 안정적인 정권을 유지하는 나라는 단연 UAE다. 2011년에도 UAE의 안정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최대 에미리트인 아부다비 통치자 故자이드 대통령의 신망과 석유 수입의 에미리트간 적절한 안배를 통해 현 대통령 칼리파도 전체 연방의 화합을 원만하게 유지하고 있다. 안정된 정치 환경을 기반으로 UAE는 원유 수익의 기간산업 개발 집중투자와 사회보장제도 확충 등을 통해, 현재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무역․금융․통신․교통․관광 중심지로 부상한 상태다.
현 칼리파 대통령은 부친인 자이드 대통령의 자유주의 노선 계승하면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온건하게 유지하면서 국가발전을 꾀하고 있다. 칼리파 국왕의 아들 무함마드 왕세자도 칼리파 대통령의 강력한 협조자로 아부다비 경제 개발 및 개혁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칼리파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민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 파격적인 사회보장정책 단행하여 고유가로 인한 정부의 막대한 수입을 국민들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지속적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2006년에는 최초로 연방 평의회 선거를 실시하여 점진적인 민주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2009년 두바이월드가 채무유예를 요청하는 등 두바이의 경제위기가 부각되는 상황에서도 2010년 지속적인 유동성 지원 등으로 아부다비의 연방 내 지도권과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2011년에도 UAE가 안정된 정국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다.


위기의 이란


2010년 12월 19일 보조금 삭감 정책을 실시한 이후 이란 정국은 불안한 선상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급속히 물가가 인상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팽배하고 있다. 경제적 시각에서는 이란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주던 보조금을 삭감함으로써 경제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유엔과 30여 개국의 서방 국가들이 참여하는 포괄적 그리고 개별적 제재로 인해 급속히 취해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혼란과 연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조금 삭감 등의 정책을 긴급히 추진해야 할 정도도 현재 국제사회의 제재가 실질적인 경제적 고통을 이란에 안겨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부문 투자에 대한 제재가 2011년에는 이란 정치 경제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물가상승 및 실업률 증가 등 이란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서민경제의 악화는 이란 지도부의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핵 개발에 대한 입장을 바꾸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그동안 아흐마디네자드 행정부의 지지 기반이었던 서민들의 민심 이반이 뚜렷해지고 정정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09년 대선 직후의 반정부 시위구도와는 또 다른 형태의 불안정성을 의미한다. 민심 이반으로 인한 반정부 심리 고양은 이란 정부에게 2년 전 녹색혁명 세력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부 정치 불안정성 심화는 연임으로 임기를 마쳐야 하는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이후 정치 역학관계와 직결되어 권력투쟁 구도를 조기에 가시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1년 이란의 정국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내홍 겪을 이집트


2011년 중동 내 가장 큰 정치적 사안은 9월에 실시될 이집트 대통령 선거이다. 중동의 후계세습 문제에 있어 태풍의 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왕정국가를 제외하고 이미 시리아가 공화정임에도 불구하고 부자세습에 성공하였고, 현재 중동 최대의 정치 강국인 이집트마저도 부자세습을 단행한다면 이로 인한 중동 내 파급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1981년 집권한 이후 29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는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금까지 부통령을 임명하거나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에 치러지는 대선에 재출마할지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발표를 유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82세인 후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차남 가말 무바라크의 출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령인데다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 현 대통령을 대체할 인물로 집권 국민민주당의 정책위원회 의장인 차남이 가장 확실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올해 3월 독일에서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한때 건강이상설에 휘말렸으나 여러 차례의 국외 순방을 무난히 소화하면서 이런 소문을 어렵게 잠재우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차남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미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2010년 9월 미국에서 열린 중동평화 회담에 아들 가말과 함께 참석하였다. 이로 인해 이집트의 대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가말을 차기 대통령으로 옹립하려는 지지자들이 카이로 시내 곳곳에 그의 얼굴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게재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현재 가말은 집권 국민민주당 내 핵심 요직인 정책위 의장으로서 이집트 주요 정책 결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사실상 부통령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집트 집권 국민민주당은 2011년 상반기에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며, 야권 후보로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인권변호사 출신인 아이만 누르 알-가드당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집트 대선에서의 권력세습이 이뤄질 지 여부가 2011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중동의 판도라 상자 수단


2011년 중동 정세 전반에 영향을 줄 사안으로 수단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2011년에도 “예멘의 폭력사태 그리고 이-팔 분쟁의 교착상태는 큰 변화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이집트의 알-아흐람 정치전략연구센터 가와드 가말 술탄 소장은 예상하였다. 술탄 소장은 또 “이란으로부터의 물리적 압박이나 위협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걸프지역의 정치적 안정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러나 그는 “2011년 중동 정세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는 수단에서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2011년 1월 실시될 남부 수단 분리 독립 관련 국민투표를 둘러싼 갈등이 향후 중동에 거센 소용돌이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국민투표는 이슬람계 북부 정부와 기독교계가 주축인 남부의 반군 조직 ‘수단인민해방운동’(SPLM)이 2005년 1월 20년간의 내전을 종식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분리독립 문제를 남부 주민의 뜻에 맡기기로 합의하여 시행되는 것이다. 2011년 1월 9일 실시될 국민투표에서 남부의 유권자 60% 이상이 투표에 참가해 50% 이상이 찬성하면 남부 수단은 독립국으로 거듭나게 된다. 아랍권에 새로운 국가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남부 수단이 아랍권으로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재 아랍연맹 등 지역 내 기구들과 정부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더불어 이슬람권 국가에서 기독교가 주축이 되는 새로운 국가를 분리 독립시킨다는 점에서 이슬람권에서도 크게 반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수단 문제는 중동의 과격 이슬람세력들에게 새로운 투쟁과 테러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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