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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소말리아 해적과 홍해(紅海) 안보

홍성민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 2011/01/25

아덴만의 여명


2011년 1월 21일 한국은 중동에서 새로운 역사를 다시 썼다. 한국군 역사상 가장 먼 지역에서 최초로 군사작전 성공이라는 기록이다. 유난히 많은 눈과 함께 거의 100년에 가까운 기록들을 갈아 치우면서 추운 겨울에 움츠리고 있던 우리에게 얼마나 통쾌한 낭보였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구제역에 조류인플렌자 AI 때문에 온 국민이 긴장하고 손을 써 보지도 못한 채 죽어가는 가축들을 지켜보아야만 했던 이 추운 겨울에 중동의 아덴만에서 사막의 열기(熱氣)가 우리를 환호케 했다.
전세계 언론도 깜짝 놀랄만한 기습작전이라고 극찬한 '아덴만 여명작전'은 4시간58분 동안 극비리에 긴박하게 치밀하게 진행됐다. 이 작전으로 비록 선장이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한국인 8명과 미얀마 11명, 인도네시아 2명 등 선원 21명은 안전하게 구출됐다. 이 과정에서 해적 13명 가운데 8명은 사살되고 나머지 5명은 생포하여 우리 해군이 억류하고 있다.
이번에 피랍된 삼호주얼리호가 삼호해운 소속이라 우리에게 주는 충격은 더 컸다. 지난해 4월 인도양에서 소말리아해적에게 납치되어 온 국민의 피를 말린 끝에 217일 만에 약100억원 (900-950만 달러)이라는 사상 최대의 몸값을 치르고 지난해 11월 6일 풀려난 지 겨우 2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같은 해운회사 소속 상선이 피랍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구출작전의 시사점은 해적과는 협상할 수 없으며 내국민은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라 볼 수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50개주의 연방정부에 다인종으로 이뤄진 미국의 강점은 애국심에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행크스가 열연한 1998년의 이 영화는 전세계에 흥행을 기록하며 미국의 인간애를 알렸다.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마셜 장군이 라이언 4형제 중 3명이 전사했다는 보고를 받은 후, 막내인 제임스 라이언을 무조건 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겁쟁이였던 라이언 일병은 어느새 용감한 병사로 바뀌었고 전우애를 발휘하며 귀국까지 거절한다. 결국 라이언 일병은 무사히 구출되었고 전장터는 인간애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는 큰 위험과 희생을 각오하면서도 단1명의 미국시민을 구출하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정신은 모든 미국시민들이 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자긍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러한 예는 한국전과 베트남전 그리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미국시민들은 전세계 어느 지역을 방문하더라도 조국을 믿고 자랑스럽게 어깨 펴고 다닌다. 부럽기 그지없다. 우리도 그 일을 중동에서 최초로 실현한 것이다. 좋은 아침이 중동에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한국 물동량의 약 30% 아덴만 통과


소말리아 해적들의 우리 상선납치는 값비싼 몸값이외에 한국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세계 교역물량의 20%가 아덴만을 통과하며, 한국의 전체 물동량 가운데 약 30% 정도가 소말리아 해역인 아덴만 지역을 통과한다. 또한 한국은 세계 6대 해운강국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의 1/5이 한국선박이라 한다. 그 만큼 소말리아 해적은 우리 경제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아울러 한국은 무역강국으로 해외수출물량의 선박의존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에 이어 세계 7대 수출강국으로 2020년에는 무역액 2조 달러 달성으로 세계 5대 무역강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교역의 증가추세와 한국의 수출 신장을 고려할 때 한국선박의 이 지역 통과는 한국경제에 있어서는 피할 수 없는 지역이다. 물론 우회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엄청난 손실이 뒤따르기에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만 하는 <운명의 노선>이 소말리아 해역의 아덴만이다.


 <표> 소말리아 해적 한국인 피랍 일지

한국은 1년 동안 약 280척의 선박으로 1500회 이상 이 지역을 통과해야한다. 유럽수출의 관문인 수에즈운하까지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홍해지역이고 최단 코스는 아덴만을 반드시 지나야 한다. 예를 들어 아덴만을 우회하여 희망봉으로 돌아갈 경우 8,200km 만큼의 항해거리가 늘어난다. 이 경우 20만톤 규모의 선박을 기준으로 최소 30일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리며, 항해비용도 최소 10억원 정도 증가한다. 따라서 총 추가비용은 용선료 약 17억-20억원에 항해비용 10억을 합쳐 27억원 정도가 된다. 해적행위의 증가로 보험회사들이 선박보험료를 2008년이후 10배 정도나 인상했음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소말리아 항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비용절감에 있다.    
소말리아 해적행위는 이제 단순한 해적행위의 차원을 넘어 일종의 <납치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적행위는 약 1조8천억원에 달하는 납치산업으로 성장했으며, 해적들이 증권거래소까지 설립했다고 한다. 인질 석방을 위해 필요한 비용도 과거 150만 달러에서 현재는 두 배인 300만 달러까지 급등했다고 한다.
여기에 인질들의 몸값과 보험료 그리고 협상단과 경호원 및 해적들에게 현금을 공중 투하하는 항공화물회사에 지급하는 돈까지 합하면 석방을 위한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이유로 관광회사들도 아예 업종을 바꿔 해적선에 몸값을 투하하는 서비스산업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들이 몸값 배달비용으로 받는 돈은 투하 1건당 무려 25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과거에는 정치적 목적이나 게릴라 활동의 자금모금형태로 이뤄지던 납치행위가 이제는 합법적 산업활동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그 영역도 확대되어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 중남미의 멕시코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세계 피랍선박의 약90%가 소말리아 해적행위라 하니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해적퇴치에 한국이 모델이 되기를 …


인류 역사상 10대 해적행위로 비견되는 소말리아 해적행위에 대해 국제사회가 소탕작전에 나서고는 있지만 국제법의 미비로 그 해결에는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아덴만 여명작전”은 그 해결에 하나의 성공사례를 제공한 모델이며, UN은 주도적으로 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한국은 제7차‘소말리아 해적퇴치연락그룹(CGPCS)’회의의 의장국이다. 2009년 1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창설된 CGPCS는 주요 해운국과 소말리아 연안국 등 50개국과 10여개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으며 소말리아 해적퇴치에 관한 범세계적인 정부간 협의체이다. 아직도 600명에 달하는 인질들이 풀려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한국의 구출작전은 해적들에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생포한 해적의 처리문제는 아직도 국제적인 숙제로 남아있다. 지금까지는 체포한 해적의 90%는 처벌없이 풀어준 것이 국제적인 사례이다. 이에 대해 UN의 해적문제 담당인 랑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인도양에서 약 1천200명의 선원들이 해적들에게 납치됐으며, 체포된 해적을 국제법에 따라 단죄할 수 있는“해적전용 국제사법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조만간 UN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 한다.
국제적인 사법기구 설치가 필요한 이유는 각국마다 다른 국내법의 적용에 한계가 있고, 소말리아 자체에도 문제도 있다. 소말리아는 1991년 이후 정부시스템이 붕괴된 상태이기에 피고인 신원파악과 송환에도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설사 피고인 신분이 인정된다하더라도 16세 이하의 청소년은 교화프로그램에 적용해야하기에 감옥대신 재활프로그램에서 자국의 세금을 지출해야 이중고를 안고 있다고 한다. 국제적인 법체계의 미비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해적들을 석방하고 있기에 해적행위가 더욱 더 만연된다는 게 국제사회의 여론이다. 이번 기회에 국제사회는 한국의 작전을 모델삼아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해적들의 보복이 부메랑되어 되돌아온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헌신적인 노력과 과감한 결단은 소중한 가치를 잃을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케냐에서 나포된 금미호에는 아직도 한국인 승무원 2명이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UN과 국제사회의 동참으로 이들이 하루 속히 자유의 몸이 되어 조국의 품에 안겼으면 좋겠다.


홍해와 아덴만 국제적 관심지역으로 부상


소말리아 해적들이 극성을 부림에도 국제사회의 공조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 이면에는 이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다. 홍해지역의 아덴만은 전세계 모든 국가들의 선박이 통과해야만 길목이다. 홍해의 수에즈 운하는 동서교역에 있어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요충지이며 아프리카로 가는 길목에 아덴만이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은 강대국들의 주도권 경쟁지역으로 언제든지 분쟁을 야기할 수 있으며, 주 당사자는 미국과 중국이 될 수 있다. 특히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본다면, 이 지역의 안보는 아직 끝나지 않은“테러와의 전쟁”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그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무기로 버티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소말리아 해적과 알-카에다의 연계 또한 이 지역을 분쟁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변수도 안고 있다. 현재 이 문제로 가장 골치를 앓고 있는 나라가 예멘이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과 국경을 마주하면서 홍해에 접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알-카에다가 돌아갈 고향으로 삼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에 덧붙여 식량부족과 물가급등으로 야기된 튀니지의 소요사태도 주변 중동국가로 확산되면서 예멘에서도 번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알-카에다 문제와 부족간 갈등 및 분리주의자들의 준동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예멘이 설상가상으로 민주화의 소요사태에 휩싸인다면 예멘 또한 혼미상황에 빠질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홍해지역의 안보문제가 이제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에즈운하까지 연계되는 상황에서‘에너지 실크로드'의 출발점이 되는 예멘의 아덴만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음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이례적으로 한국의 구출작전을 극찬하는 배경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 언론이 한국의 주도면밀한 구출작전 성공을 칭찬하면서도 “작전성공에는 미국을 비롯한 러시아, 일본, 중국 등 17개국 30척의 함정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덧붙인 점은 무언가 석연치 않은 여운을 남긴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국제사회를 향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한국은 해적퇴치를 위해 선봉에 선 과감한 작전으로 선례(先例)를 남겼기에 국제사회가 모두 동참하여 이 지역에서 해적행위로 인한 자유무역의 피해를 방지해야한다는 점을 전세계에 알려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제적 분쟁지역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싸이는 홍해(紅海)의 아덴만은 국제무역의 요충지이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기에 이 지역의 안보 또한 우리 경제에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해적행위에 대한 대응도 지나치게 군사적 측면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겐 아픈 추억이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예멘에서 값진 희생을 치렀다. 다시는 그런 일이 중동에서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군사적 대응만을 강조할 경우 중동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생길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한국의 무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작전에서 사로잡은 해적들의 사후처리문제가 원만히 잘 처리되어 다시는 이 같은 사태가 중동지역에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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