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중동 반정부시위의 전개와 전망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홍성민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 2011/04/05

중동의 민주화와 정권퇴진 운동


튀니지의 ‘재스민혁명’이 불을 지핀 민주화요구는 순식간에 이집트로 번져 단2주일 만에 30년 철권통치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중동의 민주화요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리비아, 요르단, 시리아, 알제리, 모로코로 확산되면서 사막을 가로질러 산유국이 집중된 아라비아반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중동의 민주화요구는 리비아, 예멘, 바레인에서 발목이 잡힌 채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 이제 중동의 반정부시위는‘악의 축’국가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으며, 향후 이란과 북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중동의 반정부시위는 <경제문제>에서 출발하여 <정권퇴진>운동으로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TV와 SNS를 포함한 <미디어>가 커다란 가교(架橋) 역할을 했다. 이집트에서 혁명이 성공했을 때만 해도 최소한‘민주화’라는 용어가 <신세계질서>와 맞물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반정부시위가 리비아와 바레인, 예멘과 시리아로 확대되면서 정권퇴진운동은 오히려 <절대권력>을 강화하는 양상으로 변하면서 민주화요구는 목표를 상실한 채 외세개입이 합법화되고 있다. 리비아와 바레인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민생의 근본문제인 빈곤과 소득불평등의 문제는 뒤로한 채 정권퇴진운동으로 시위의 양상이 변질되었고 시위대에 무력진압이 합법화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인권단체들이 침묵하는 이유도 석유권력과 관련된 경제문제에 기인한듯하다.


중동의 민주화요구와 민주주의는 다른 측면이 있다. 민주화운동은 일종의 독재권력이나 권력독점에 대한 투쟁이기에 자본주의체제하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과거 이라크의 예가 그러하듯이 리비아나 시리아의 경제체제는 사회주의국가이다. 시리아의 바아쓰(Ba'ath)당은 아랍통합을 목표로 한 정당이며, 종교와 국가 및 정치를 분리하는 사회주의 정당이다. 1958-61년 동안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는 바아쓰 이념하에  한때 통일아랍국가(UAR)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라크 전쟁이전까지만 해도 이라크는 바아쓰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주의국가였다.


반면 리비아는 사회주의체제를 택하면서 자본주의체제를 부정하는 <제3세계>를 강조하는 국가이다. 아랍산유국의 왕정국가들도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택하고 있지만, 권력이나 통치적 관점에서는 왕정국가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중동의 민주화요구는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와는 다른 경우이고 그 대표적인 예는 예멘이다.


예멘의 경우 1990년 사회주의 남예멘을 통일하여 자본주의체제의 민주공화국으로 재출발한 국가이다. 중동에서는 유일한 민주자본주의국가인 동시에 산유국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예멘에서 민주화요구는 성립되지만,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산유국에서의 민주화요구는 곧바로 석유산업의 민영화를 의미한다. 주변의 비아랍국인 이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중동에서의 민주화요구는‘석유자원의 민영화’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리비아 사태, 국제사회에 새로운 관례 남길 듯


전세계는 지난 2월 15일 벵가지에서 시작된 리비아 반정부시위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리비아의 반정부시위는 애초부터 튀니지와 이집트와는 다른 목적으로 시작되었고 국제사회의 대응도 달랐다. 2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분노의 날' 행사를 열자고 제안한 것이 불씨를 지폈다. 이 행사는 2006년 벵가지에서 열렸던 이슬람주의자 집회에서 14명이 숨진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정권퇴진운동으로 비화되었고, 이 과정에 무력충돌이 발생한 것이 리비아사태이다.


국제사회의 대응도 무척 신속했다. 시위발생 직후인 2월 19일 유엔이 민간인 보호를 위해 공습을 허용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는 만32일이 걸렸다.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고 약 1주일 뒤인 2월 27일 나토(NATO)의 28개 회원국이 모여 나토가 서방의 대 리비아 군사작전 지휘권을 행사키로 합의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정권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1990년 8월 2일부터 연합군이 1991년 3월 '사막의 폭풍' 작전을 시작하기까지 5개월 반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고속 대응이라 볼 수 있다. 이라크전쟁시 보다 신속한 대응이다.


국제사회의 무력개입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서방 주요국가와 국제기구 대표 등 40여명(주요국 외교장관, 유엔, 아랍연맹, 아프리카연맹, 유럽연합, 나토 등의 지도자들)은 런던에서 리비아사태와 관련한 회합을 갖고 향후 사태에 대한 대처방안에 합의하여‘리비아 연락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 대해 리비아 지도자 카다피는 런던회의에 참가하는 서방 주요국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리비아에 대한 `야만적' 공습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리비아 관영통신 자나(JANA)가 공개한 서신에 따르면, "카다피는 리비아에 대한 야만적이고 부당한 공격을 중단하라"면서 "리비아는 리비아인들에게 맡겨라. 당신들은 평화적인 국민과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를 상대로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정부시위대도 애초에는 외세개입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리비아사태는 이제 전쟁(War)의 형태이다.

 

리비아사태의 진전에 관계없이 국제사회는 포스트-카다피를 논의하고 있으며, 군사적 개입은 합법화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다국적군이 공습을 통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축출하는 데 실패할 경우, 유엔 결의하에 반정부군에 대한 무기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런던회의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유엔결의 1973호 하에서 반군에 대한 "합법적인 무기양도"가 가능하다고 언급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밖에도‘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 있다. 컨틴전시 플랜은 위급사태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만든 세부지침이다. 자연재해나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나 기업이 준비하기도 하며, 특히 국가의 안보를 위협할 만한 군사적 사태에 관한 컨틴전시 플랜은 국민의 안전보장은 물론 적을 압박하기 위한 일종의‘선전포고’로 사용된다.


미국의 경우, 9/11 테러 발생 이후 “'제2의 9/11 사태'가 발생할 경우 (테러의 배후세력으로 추정되는) 이란을 대대적으로 공습하며, 이 공격은 핵무기 공격을 포함하며, 미 영토에 대한 또 다른 테러가 발생할 경우, 미군은 미주요 도시에 특수부대를 파견해 작전을 주도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9/11 테러 이후 마련된 컨틴전시 플랜은 그동안 미 중앙정보국(CIA)에 집중돼 있던 대테러 전략의 주도권이 군으로 상당부분 넘어갔음 의미하며, 이 같은 작전은 '비상사태'라는 이유로 의회 승인이나 민간기구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리비아, 이라크, 예멘에서의 알-카에다의 등장은 중동지역에서 새로운 군사개입이나 전쟁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알-카에다(Al-Qaeda)의 등장


리비아사태는 중동의 민주화요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이는 정권퇴진운동의 차원을 넘어 중동지역에서의 또 다른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중동지역에서 아직 종결되지 않은‘테러와의 전쟁’의 부활이며, 알-카에다의 움직임이 다시 중동지역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에서 반정부시위 초기인 2월 25일 카다피는 국영TV를 통한 두 번째 연설에서 반정부 시위 배후에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이번 사태는 알-카에다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자위야에 있는 당신들은 빈 라덴 편으로 돌아섰다. 그들이 당신들에게 마약을 줬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AQIM)도 리비아의 반정부 세력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도 알-카에다의 개입여부를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3월 2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상원에 출석한 스타브리디스 나토 사령관은 리비아 반군에 대해 "정보에 따르면 알-카에다, 헤즈볼라의 존재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보였다"도 전하며.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이들 중 알-카에다나 다른 테러리스트들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말하기에 충분한 세부사항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예멘에서는 알-카에다의 활동이 이미 발생하였다. 3월 28일 알-카에다 추종 무장단체가 장악했던 예멘 무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110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이러한 상황은 야당과 첨예하게 대치해온 살레 대통령의 연내 사퇴안을 철회시켰고, 국민의회당(GPC)은 이날 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살레 대통령이 오는 2013년까지 남은 임기를 모두 채워야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에서도 알-카에다의 활동의 재개되기 시작했다. 이라크 무장단체 대원들이 3월 29일 지방의회 청사에서 폭탄공격을 감행한 뒤 인질극을 벌이며 경찰과 교전을 벌여 모두 58명이 숨지고 97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지방의회 의원 3명, 프리랜서 기자 1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망자 중 6명은 무장단체 대원들이라고 현지 경찰은 전했다. 무장 괴한들의 배후나 범행 목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관리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동의 반정부시위 군사개입의 가능성 열어둬


국제유가가 이미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은 상태에서 일본의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에 관한 회의론이 대두되면서 중동의 평화문제는 우리의 현실적 경제문제로 다가왔다. 금년도 OPEC이 석유수익이 1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중동사태는 원유 순수입국인 한국에게는 그저 바라보기에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은 매일 TV앞에서 중동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이유이며, 이제 다른 나라의 일은 그저 남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시간이 돼버렸다.‘세계화’가 가져온 결과이며, 우리는 이제 하나 된 세계에서 세계인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야하는 국제화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금년 들어 불기 시작한 중동에서의 반정부시위는 3개월을 넘긴 채 해결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장기화하고 있기에 수출강국인 한국으로서는 초조하기 이르데 없다. 더욱이 민주화열기로 시작된 중동사태가 군사적 대응으로 치닫고 이제 국제적 개입이 현실화하는 시점에서 다국적군의 군사개입으로 민주화는 가려진 채 <중동평화> 그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그렇기에 리비아사태의 해결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던질 수 있다. 특히 국가내부문제의 해결에 있어 국제적 군사개입은 UN의 역할에 새로운 좌표를 제시할 수 있으며,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있어서 <인권문제>의 해결에도 새로운 지평이 될 수 있다.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민주화요구와 리비아의 민주화 요구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대응방식은 확연히 다른 형태를 취하기 때문이다.


알-카에다의 부활 또한 중동지역에서 새로운 <폭력사태>를 부추길 수 있다. 소말리아해적의 아픈 추억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알-카에다와 소말리아 해적이 연계된다면 중동지역은‘제2의 테러와의 전쟁’에 휩싸일 수 있다. 여기에 분리독립 투표를 마친 수단도 아직 분쟁이 가라않지 않은 상태이다. 금년 7월 분리 독립국가를 수립해야하는 남수단과 북수단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테러와의 전쟁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화요구가 종결된 것으로 보이는 튀니지, 이집트에서의 내부문제도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며, 현재진행중인 그 밖의 아랍국가들의 반정부시위도 원만히 해결되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시리아의 반정부시위는 확산 일로에 있으며, 시리아의 반정부시위가 하마스나, 헤즈볼라 등의 무력단체와 연계된다면 이스라엘-이란까지 확대되는 범위로 중동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중동에는 <식량위기>의 불안요인이 자리 잡고 있으며, 수자원 부족현상이 주된 이유다. 유엔에 따르면, 2025년 수자원부족 30개 국가들이 중동-북아프리카에 집중돼 있고 세계인구 30억명 이상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며, 곡물 생산량이 약 30%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치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이상기후 현상으로 이미 원자재가격은 치솟고 있으며, 일본의 대지진도 이상기후를 부채질 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물전쟁(water war)이 발생한다면 그 지역도 중동지역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리비아의 사태안정과 그에 따른 예멘의 안정은 중동지역에서 매우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전세계 교역물량의 약20%는 아덴만을 통과한다. 수에즈-홍해만-호르무즈의 안보에 이상이 생길 경우 고유가는 물론 한국의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세계경제 성장률이 1/4정도 감소한다는 지표는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하루속히 중동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 중동에 평화가 유지되기를 바랄뿐이다. 그만큼 석유권력은 국제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며, 21세기에도 여전히 석유자원은 세계경제의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