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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도에 대한 새로운 이해

인도 김봉훈 맥스틴인도자문 대표이사 2012/01/31

우리가 인도를 접하게 되는 것은 대부분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이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인도 뉴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나 나올만한 신기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들도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측면에서는 우리가 알아야 할 정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인도에 대한 다른 측면이다.

 

한국의 대우자동차가 외국회사로 넘어가면서 상용차 부문이 인도의 최대 자동차 회사인 타타자동차에 인수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마도 일부의 전문가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왜냐하면 상용차는 일반인들이 접하는 승용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GM사가 대우의 승용차 부문을 인수해 GM 대우로 알려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지도가 낮은 인도 기업들이 인수하여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위와 같은 경우는 타타자동차가 자신의 브랜드를 내세워 영업하기 보다는 글로벌적 마인드를 가지고 기업을 인수하고 경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자신의 브랜드를 널리 광고할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같은 맥락으로 보면 대우 자동차의 상용차 부문 대표이사도 인도사람이 아닌 한국사람이 맡고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된다. 이런 타타자동차가 이미 수년 전에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반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타타자동차의 예와 같이, 인도의 기업들이 한국에 소리 없이 진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인도의 기업이 우회하여 한국에 들어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영국의 대표적인 해저 케이블 회사도 인도의 릴라이언스가 인수하여 서울에 법인을 두고 사업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많은 수의 인도기업이 한국에 진출한 것은 아니지만 위와 같은 인도 기업들의 글로벌적 사고를 감안한다면 향후 한국에 투자하는 인도 기업이 점차 증가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우리나라 올레TV의 영화메뉴 중에 인도의 발리우드 영화 목록이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인도의 문화가 이미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한국으로 퍼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밖에 요가, 아유르베다(인도 전통 의학) 등도 우리나라로 전파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인도에 대한 정보를 인도 진출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인도 기업의 글로벌 전략에도 관심을 갖고 어떤 점을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2010년 한-인도 간 CEPA(경제적 동반자 협정) 발효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른 FTA와는 달리 인력교류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인도의 우수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이며,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인력들이 인도에 진출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로 유입된 인도 인력들은 다른 개발도상국의 인력들과는 달리 기술 인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비숙련 단순인력이 아니라 대부분이 학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기술자들이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우리가 인도에 대해서 아직도 배낭여행의 최적지, 원주민들의 기이한 사건 등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인도와의 교류를 통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인도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남미 등의 다른 개발도상국과는 달리 특정 산업 분야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앞서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이 아직까지 한국의 1/15 에 불과하다고해서 모든 것이 우리보다 뒤쳐진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도를 보는 시각을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인도는 아직 후진국이라서 경제가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의견은 어느 정도는 인정할 수 있다. 인도의 거리를 지나가나 보면 한국의 70년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의 원동력은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인도는 다른 개발도상국과는 달리 전체 산업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업이 전체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구조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제조업의 뒤처진 발달 수준으로 인한 가시적인 모습을 가지고 인도 경제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인도는 인공위성 자체의 발사체를 만들어 쏘아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이다. 반면 손톱깎기 하나를 만드는 기술은 부족한 실정이다.
즉 인도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물론 모든 산업을 고르게 발전시키기 위하여 인도정부가 “제조업경쟁력 위원회” 등을 통해 활동하고 있지만 제한된 자원 내에서 자신들만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둘째, “인도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이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필자가 인도 남서부의 케랄라 주에서 호텔 CEO와 미팅한 적이 있는데 이 사람은 인도의 델리 쪽 비즈니스맨들이 너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다. 어느 쪽이 맞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인도도 지역적인 차이가 있음이 분명하다. 하물며 우리나라 같은 좁은 지역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인도처럼 다양한 인종과 종교로 구성된 사람들의 태도를 하나로 규정한다는 점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인도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북부에 진출한 LG, 삼성과 남부에 진출한 현대자동차의 직원관리 방법이 다르다. 그 만큼 지역적 차이에 따라 근로자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도인들은 비즈니스를 할 때 문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즉 증거에 의한 사실 확인을 중시한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증거가 없으면 언제든지 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도의 조금은 특이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비즈니스에서 늘 문제가 발생한다. 즉 말을 수시로 바꾸기 때문에 신뢰를 할 수 없는 인도 비즈니스맨이 생기게 된다. 반대로 우리가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인도인들도 거짓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인도인들이 거짓말을 한다기보다는 사실에 대한 부분을 잘 이용한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판사가 재판에서 말을 믿지 않고 증거에 의해서 판결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인도인들은 항상 검사와 변호사와 같은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인도에서 살 때에는 운전수에게 가솔린 값을 주었으면 언제 얼마를 주었는지 기록하고 운전사의 사인을 받아두는 일이 중요한 일 중에 하나였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다른 말을 하는 경우가 생기고는 했다.

 

셋째, “인도의 문화는 한국과 너무 다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가 너무나 기괴한 일들만 접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도의 문화가 우리와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인도와의 문화적 거리가 중국보다 멀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도는 자국 내에서도 지역별로 매우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각각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즉, 인도는 남미의 모든 국가를 다 알아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인도는 28개 주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마치 서로 다른 국가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인도를 1~2번의 출장으로 아니면 영화 한 편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코끼리 뒷다리 만지기에 불과하다.

 

인도가 카멜레온처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한다면 우리가 인도에 어떠한 환경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당장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의 기술자들에게 어떠한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냐에 대해서도 판단을 잘 내려야 한다. 그리고 향후 인도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인도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철저히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인도-남아시아처럼 아직 정보가 부족한 많은 신흥국가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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