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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에게해 및 키프로스를 둘러싼 터키와 그리스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분쟁

튀르키예 최자영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HK교수 2012/05/30

터키와 그리스는 지중해 동북쪽 에게해를 중간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오늘날 터키가 있는 소아시아 땅과 그리스는 오랫동안 한 나라로 역사와 전통을 공유해왔다. 4세기 전반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제국의 수도를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 그 전 그리스 식 명칭은 비잔티온)로 옮겨왔는데, 이 천도를 전후하여 소아시아와 그리스 본토는 같이 로마제국 영역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다. 이것이 중세에는 비잔티움 제국으로 불린다. 천도 후 약 천 년이 흐른 다음, 1453년 무슬림의 터키 민족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 그리스는 오스만 터키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오스만 터키는 20세기 초 아타튀르크(케말 파샤)의 쿠데타로 터키 공화국이 출범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다른 한편, 그리스는 19세기 초(1821)부터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20년대까지 약 100여년에 걸친 투쟁을 통하여 오스만 터키로부터의 발칸 반도의 영토를 점진적으로 회복했다.
 
에게해(그리스와 터키 사이의 바다)와 키프로스

그런 가운데 1920년대에는 양국 간의 강압에 의한, 이른바 ‘민족 교환’이 이루어졌다. 이것은 사실 생물적인 차이에 의한 민족의 교환은 아니고 종교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서, 터키 내 그리스 정교도는 그리스로, 그리스 내 무슬림은 터키로 강제 추방되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이들을 생물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은 종교에 따라 살던 터전과 짓던 농지를 모두 놓고 떠나야 했는데, 실제로는 소아시아에 살던 그리스 정교도는 대거 추방되었으나, 그리스 내 무슬림은 추방되지 않고 그대로 눌러앉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에게해 북쪽 트라키아 지방에는 무슬림들이 많아서, 그리스 내에 살고 있는 이들 터키 무슬림의 세력은 오늘날 양국 간에 또 하나의 분쟁의 씨앗으로 남아있다. 그 외에도 터키 인들이 그리스로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터키 수상 투르구트 오잘(Tourgkout Ozal)은 ‘우리는 그리스와 전쟁을 할 필요가 없고, 수백만 무슬림을 그리스로 들여보내기만 하면 된다’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렇게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터키와 그리스는 여러 가지 점에서 미묘한 관계에 놓여있으며 그것이 자칫 첨예한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다. 특히 소아시아에 서해안에 연해 있는 에게해 섬들은 거의가 그리스 땅이다. 에게해는 섬이 많은 다도해인데, 소아시아 서북쪽 해안에 있는 두 개 섬, 임브로스(Gökçeada)와 테네도스(Bozcaada)와 그 외 소아시아 연안의 거론할 필요가 없는 자잘한 섬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섬이 그리스 영토이다. 실제로 이들 섬사람들은 채소, 과일 등 많은 일상생활 용품을 멀리 떨어진 그리스 본토가 아니라 가까운 터키 땅에서 배를 타고 가서 구입해 온다. 그리스에 속하는 많은 소아시아 연안의 섬들 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소아시아 해안의 도시들도 사실은 무슬림 터키 민족이 들어오기 전 그리스의 유적이다. 트로이, 밀레토스, 에페소스, 페르가몬,  스미르나(이즈미르) 등이 그러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 양국 간에는 에게해를 둘러싼 <배타적 경제수역(EEZ: Exclusive Economic Zone)> 문제가 심각하다.

바다의 이권에 대한 UN(국제연합)의 관심은 1974년에 시작되어 8년 후인 1982(4.30일)년에 <바다의 권리에 대한 국제협정(이하 <협정>으로 줄여 씀)> 제안서가 채택되었다. 이 때 그리스를 포함한 130개국이 UN의 안에 찬성했으며, 4개국(미국, 이스라엘, 터키, 베네스웰라)은 반대, 기권이 17개국이었다. 그 후 각국의 비준을 거쳐서, 마침내 1994년 UN 총회에 <협정>이 상정되어, 총 184개국 가운데 128개국이 투표하여, 그리스를 포함한 121개국이 찬성, 반대는 없고, 기권이 7개국이었다. 이 때 터키를 비롯하여 이스라엘, 스코피아는 아예 참가하지 않았다. EU(유럽연합)는 1998(12.10일)년에 이 <협정>에 비준했다. 다른 한편, 12해리 영해의 개념은 UN의 결의 이전에도 이미 관습적으로 존재했으며, 터키도 1956년 이후 이 관습법의 적용을 받아왔다.

UN <협정>에 따르면, 기준선(바다의 거리를 측정하게 되는 해안의 출발선)에서 12해리까지를 영해로 하고, 닫힌 만의 경우 그 입구가 있는 곳까지 24해리를 영해로 한다. 이 권한은 각국이 구체적 입법을 통하여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스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입법에 들어가지 않고 있으나, 이 원칙이 적용될 경우, 섬이 많은 그리스의 영해가 터키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날 전망에 있다. 그리스의 경우 53,000km2, 터키의 경우는 1,800km2의 영해가 늘어나는 반면, 공해는 에게해에서만 54,800km2가 줄어들게 되고, 또 섬들로 인해 영해가 연결되어, 공해는 폐쇄된 공간이 되어버린다.

터키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에게해를 <예외의 경우>로 취급하도록 하기 위해 UN에 부단히 압력을 행사해왔다. 이미 터키는 1964년 입법(n.479)에서 흑해와 지중해는 12해리 영해, 에게해는 6해리를 영해로 함을 규정하고, 또 1982년 입법(n.2674)에서는 영해를 6해리로 규정하고, 그 외 형편에 따라 6해리 이상으로 확대하는 결정권을 각료회의에 부여했다.  

또 같은 UN의 <협정>(55~57조)에서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기준선에서 200해리(370km)까지로 규정하고, 그 안의 생물, 무생물 자원의 이용권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륙붕의 이용권은 자동적이며, 배타적 경제수역의 권한은 해당 국가의 구체적 입법을 통하여 행사된다는 점이다.
터키는 UN의 이 <법안>에 비준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에게해에 대해서는 UN <협정>(122, 123조)에 규정된 ‘닫힌’ 바다, 혹은 ‘반(半) 닫힌’ 바다의 규정이 적용되어야 하며, 인접한 당사국 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문제는 법률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가 에게해에서 <협정>에 따른 영해의 개념을 적용하려 한다면, <협정>(300조)에 규정된 권리의 남용에 해당되는 것이며, 그것은 전쟁을 도발(Casus beli)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남(그리스 키프로스)과 북(터키 키프로스)으로 분단된 키프로스

이 배타적 경제수역 문제로 최근 들어 터키와 그리스 양국을 자극하는 것이 해묵은 분쟁의 단초가 되어왔던 키프로스(사이프러스)이다. 이 섬은 지중해 동북부 터키 연안에 있는 섬으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가 이곳으로 왔던 것으로 알려있고 또 중세에는 오랫동안 유럽 봉건 기사들이 무슬림을 공략하는 군사 기지로 쓰이기도 했다. 19세기 말(1878년) 영국이 오스만 터키와 협약을 맺어서, 형식적으로 오스만 터키의 종주권을 인정하는 가운데 영국이 지배했다. 1914년에 영국은 키프로스를 병합하고 1925년에는 공식적 식민지로 했다. 당시 약 20%의 터키계를 제외하면, 주민의 대체가 그리스 계였던 키프로스는 20세기 전반 수차례 그리스와의 병합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는데, 이 때 영국은 터키인들을 이용하여 키프로스를 공략하게 함으로써 키프로스와 그리스의 병합을 방해했다.

마침내 1959년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그리스와 터키 수상이 함께 키프로스 문제를 협의하게 되었고, 그 결과 영국은 키프로스에 공군기지 두 개를 갖는 조건으로 그 독립을 인정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그리스인, 부통령은 터키인으로 하고, 그 외 각종 장관이나 공직을 일정 비율로 배분하도록 함으로써, 1960년 키프로스 공화국이 성립되었다. 그 후 1974년에 이르러서는 그리스 내부의 독재정권 종식에 따른 정치적 변화 따른 일련의 사태에 영향을 받아 터키 군대가 키프로스를 침공함으로써, 키프로스는 북쪽의 터키계 키프로스와 남쪽의 그리스계 키프로스로 분단되었다. 이 때 터키계 무슬림은 북쪽으로, 정교 그리스 인은 남쪽으로 강제 이주된 채,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키프로스의 경제적 배타구역에서 남키프로스가 석유매장을 의미하는 탄화수소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추작업에 착수하면서 터키와 그리스 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터키는 키프로스 섬 대륙붕 전체의 자연 자원에 대해서 터키 키프로스 인이 그리스 키프로스인과 <동등하고도 불가분한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천명하면서, ‘남 키프로스’의 그리스인이 독자적인 월권행위를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것은 섬 서쪽 지중해의 한 곳에서 남부 키프로스의 그리스인 행정부가 탄화수소 탐사의 도발 행위를 시작한 곳이 터키의 대륙붕과 마주치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북 키프로스가 그곳의 탐사권을 이미 터키국유석유회사(TRAO)에 넘겨준 사실이 있고, 또 20일 전에는 터키 각료회의에서 같은 회사에 탄화수소 탐사권을 넘겨준 사실이 있음을 터키 외무부에서 공식 발표(2012.5.18일 : 일간지 Kathimerini 5.19일자 참조)했다.

터키 외무부장관은 터키는 북키프로스의 모국인 동시에 보호자로서 이 사태를 절대 관망하지 않을 것이며, 남키프로스의 탐사사업에 관련된 국가와 기업에 대해서는 키프로스 분쟁에 끼어들지 말고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어느 누구라도 키프로스 탐사에 가담하는 회사는 앞으로 터키 내에서의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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