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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2012년 세르비아 대선, 발칸의 평화와 세르비아의 미래는?

세르비아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대학 교수 2012/06/25

지난 5월 20일 치러진 세르비아 대선의 결선투표 결과 세르비아 진보당(SPP: Serbian Progressive Party/ SNS: Srpska napredna stranka) 출신이자 우파 민족주의자인 토미슬라브 니콜리치(Tomislav Nikolić)가 50.3%에 가까운 선거 결과로 그 동안 3선을 했던 보리스 타디치(Boris Tadić)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되었다.
 
그 동안 국제 사회와 EU는 그 어느 때보다도 2012년에 치러진 이번 세르비아 대선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집권 기간 동안 친 서방 적 성향과 함께 과거 청산을 통한 발칸유럽의 평화 구축, 그리고 EU 가입을 위한 적극적인 활로를 모색하여 왔던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이 계속해서 집권하느냐 아니면 친 러시아 성향을 지니며 세르비아 민족주의의 부활 및 코소보 등 주변 지역에 대한 세르비아의 이해 영역 확보를 재추진하고자 하는 토미슬라브 니콜리치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향후 발칸유럽의 평화 정착 문제와 EU 가입 등 세르비아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은 친 서방 집권당인 민주당(DP: Democratic Party/ DS: Demokratska stranka)의 지원을 바탕으로 그 동안 세르비아의 미래 발전 전략을 위한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정국을 운영하여 왔었다. 그 중 하나는 오랫동안 발칸유럽에서 발생한 여러 내전의 주범으로 인식되어 왔던 세르비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이미지를 제거하고 새로운 미래 도약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타디치 대통령과 민주당은 2010년 새롭게 취임한 크로아티아의 이보 요시포비치(Ivo Josipović) 대통령과 함께 양국 간의 미래 발전과 발칸유럽의 평화 정착을 위한 역사적 합의 도출을 추진하게 된다. 그 동안 양국은 1990년대 치러진 일련의 내전들과 인종 청소(Ethnic Cleansing) 등 민족 간 학살로 인해 극단적 긴장 관계를 지속해 왔으며 이것은 실질적으로 발칸유럽의 평화 정착을 저해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2010년 이후로 양국 지도자는 자국 내 민족주의자들의 강경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하였다. 노력의 결과 2010년 6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Zagerb)에서 양국 간 과거 청산을 위한 마지막 절차라 할 수 있는 군사협력협정 체결 및 합의가 양국 국무장관에 의해 체결되었고 이어 얼마 뒤 세르비아의 수도인 베오그라드(Beograd)에선 양국 법무장관이 만나 부패 및 조직범죄에 관한 양국 간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는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 이어 동년 7월엔 요시포비치 대통령이 세르비아를 방문하여 타디치 대통령과 회동하였고 이 자리에서 양국 피난민의 자유로운 입국 허용, 각 영토 내 소수 민족들의 언어 및 문화 정체성 인정 그리고 문화재 반환 등 과거사 청산에 관한 문제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11월에 들어와서 타디치 대통령은 요시포비치 대통령과 함께 유고 내전 당시 가장 큰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크로아티아의 부코바르(Vukovar)를 방문하여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고 이어 내전 당시 세르비아 민병대에 의해 저질러진 과거사에 대해 유감과 깊은 사과를 표명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유고내전과 보스니아 내전 등 발칸유럽 지역에서 발생한 주요 내전의 당사자들이었던 양국 간의 화해와 미래 협력을 위한 전폭적인 합의는 국제 사회의 커다란 반향을 불러왔고 세르비아의 평화 정착 노력에 대한 관심과 찬사를 불러왔었다. 무엇보다도 과거 내전 당시 저지른 인종 학살에 대한 세르비아의 공식적인 사과는 과거사 극복 및 우호관계 증진 노력이 결과를 맺었다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발칸 유럽 지역의 안정과 진정한 평화적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낳기도 하였다.
 
타디치 대통령은 발칸유럽의 평화 구축을 위한 제스처 및 여러 노력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세르비아의 미래 발전을 위한 두 번째 전략, 즉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위한 발판으로 세르비아는 흑해경제협력기구(BSEC: Black Sea Economin Cooperation)의 정회원국으로 가입하는 등 독선적인 외교 정책을 추진하였던 과거와 달리 여러 국제기구에서 세르비아가 국제 사회의 진정한 일원이 될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과 함께 자신들의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해 왔었다. 또한 2013년 7월로 EU 가입이 확정된 크로아티아와의 화해를 바탕으로 크로아티아 정부로부터 크로아티아가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강력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었고 이를 위한 징표로 세르비아는 EU 가입 조건을 의미하는 공동체 규약집(Acquis Communautaire)의 크로아티아어 번역 집과 이를 담은 DVD를 크로아티아 정부로부터 직접 전달받기도 하였다. 양국 간 언어적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과 함께 규약 집 자체의 번역과 내용 파악을 위한 작업이 오랫동안의 수고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화해 무드는 세르비아의 EU 가입 준비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발칸유럽 분쟁의 대표적인 당사자였던 양국 간의 화해 무드는 곧 바로 경제적인 교류 확대와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10년 통계에 따르자면 크로아티아는 세르비아 내 투자 규모 6위로 상승하였으며 단절 이후 교역량이 8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낳았다. 또한 이것은 크로아티아 기업들의 세르비아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졌고 2011년 현재 약 10억 유로 이상이 세르비아에 투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간의 화해는 과거 연방 구성국이었던 슬로베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 현재 이들 국가 기업들 간의 상호 투자와 교역 관계 확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국영 철도 합작 회사 설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협력이 증진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국제 사회와 EU는 발칸유럽의 평화 정착 노력과 EU 가입을 통한 국제 사회의 진정한 일원이 되고자 노력하는 타디치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을 지지해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2012년 대선 결과 세르비아 국민들은 실리적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니콜리치 진보당 당수를 대통령으로 선택하였다.
 
니콜리치 대통령은 후보 시절 EU 가입에 찬성을 보내고 있던 상당수 세르비아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여 국가의 미래 선택과 전략에 있어서 두 번째 요소라 할 수 있는 세르비아의 EU 가입 논의를 계속 추진해 나갈 것임을 주장해 왔다. 실제 그는 2012년 3월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확보한 이후 진행될 예정인 올해 말 EU 가입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임을 국민들에게 약속하여 왔다. 하지만 서방의 언론들과 EU의 비공식적인 입장은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 및 영향력을 보다 중시여기는 세르비아의 새로운 행정부가 강력한 슬라브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푸틴이 재집권한 러시아의 우려를 무릅쓰고 EU 가입을 위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더불어 EU의 기본적입 입장은 세르비아가 2008년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는 것이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세르비아 국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세르비아의 EU 가입 문제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국제 사회와 EU가 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점은 바로 세르비아의 두 가지 미래 전략 중 첫 번째 요소인 발칸유럽 지역의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 문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 사회와 EU는 이에 대해서도 그리 긍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지난 선거 기간 동안 니콜리치 대통령과 진보당은 코소보 등 세르비아의 이해 영역 지역에서의 세르비아 이익 확대를 공공연하게 부르짖어 왔으며, 현재 이를 구체화화기 위한 일련의 작업 등을 준비 중에 있는 상황이다. 1990년대 내전 기간 동안 니콜리치는 전범으로 이송되어 2006년 헤이그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슬로보단 밀로쉐비치(Slobodan Milošević) 정권 하에서 부통령을 역임하였고 영토적 확대에 기초한‘대세르비아주의(Great Serbianism)’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정치 전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현재 전범으로 기소되어 헤이그의‘국제 구(舊)유고 전범재판소(ICTY: International Criminal Tribunal for the former Yugoslavia)’에서 재판 중인 급진당(SRS: Serbian Radical Party/ SRS: Srpska radikalna stranka) 당수인 보이슬라브 쉐셀리(Vojslav Šešelj) 등 세르비아 전범들에 대한 지지를 과거에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니콜리치 대통령의 민족주의 성향과 과거 전력을 근거로 국제사회와 EU는 세르비아가 진정 발칸유럽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EU 가입을 계속 추진해 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해 깊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점으로는 니콜리치가 점차 심각해져 가는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과거 타디치 정권이 추진해 왔던 여러 평화 정착 노력과 EU 가입 준비들을 그대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실제 그가 강경 우파적 성향 속에 이념 주장만을 추진해 국민의 민심을 잃었던 사회당에서 이탈하여 보다 중도 성향의 진보당을 새롭게 설립했던 과거 정치 전력과 함께 이상적인 이념 대신 현실적 실리를 택하려는 그의 정치적 성향에 일련의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세르비아는 발칸유럽 평화 정착의 주도 국가가 되어 국제 사회의 신뢰를 확고히 할 수 있을지, 그리고 EU 가입을 통한 세르비아 경제재건 및 국민들에게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따라서 발칸유럽 미래의 큰 획을 긋는다는 점에 있어서 이번 2012년 세르비아 대선과 그 향후 진행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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