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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前)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FYROM)>- 스코피아와 그리스 간 자동차 번호판 표기 분쟁

불가리아 / 세르비아 / 중동부유럽 기타 최자영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HK교수 2012/07/02

마케도니아 공화국-스코피아(면적 약 25km2[한반도의 1/8], 인구 약 200만 정도)는 서쪽으로 알바니아, 북쪽으로 코소보와 세르비아, 동쪽으로 불가리아, 남쪽으로 그리스와 접경하고 있고 발칸 반도의 중심에 바다를 끼고 있지 않은 내륙국이다. 1991년 옛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Socialist Federal Republic of Yugoslavia: 존속기간 1945년-1991년)에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과 함께 마케도니아도 분리 독립했다. 현재 국제연합에서 인정된 공식국호는 FYROM(Former Yugoslav Republic of Macedonia ; 그리스어 약자로는 ΠΓΔΜ)측에서 선호하는 ‘마케도니아 공화국(Republika Makedonija)’도 아니고 그리스 측에서 선호하는 스코피아(Skopia)도 아니고, 전(前)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FYROM)이다.

 

이 달(2012.6) 들어 FYROM과 그리스 간에 개인 승용차 번호판 표기 때문에 말썽이 생겼다. 문제의 발단은 올해 2월 FYROM 측에서 자동차 번호판에 전에 없던 새로운 표기 (마케도니아를 상징)를 넣은 것이었다. 그러자 그리스에서는 국경에서 그리스로 들어오는 FYROM의 개인자동차에 대해 표기를 접착테이프로 가리고 그 대신 그리스에서는 ‘전(前)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FYROM: ΠΓΔΜ]’으로 인정됨)이라는 표기를 붙이도록 한 것이었다.

 

그리스의 이런 처사에 대해 FYROM 외무부에서는 스코피아에 주재하는 그리스 외교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매스컴에서 이 문제를 대대적으로 다루게 되었다. FYROM 측에서는 새 번호판 표기가 유럽과 국제 관행에 저촉되지 않으며 그리스 측의 처사를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리스에서는 1995년 중도협약 (Intermediate Agreement)의 추가조항을 근거로 대신 이 적힌 접착테이프를 부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1995년 중도협약이란 미국의 중재로 FYROM과 그리스가 9월 13일 뉴욕에서 합의 서명한 것이다. 이 협약에 따르면 그리스는 당분간 전(前)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FYROM)의 국호를 인정한다는 것, FYROM은 베르기나의 해(아래 참조)로 만든 국기를 당장에 다른 것으로 교체할 것, 또 그리스 테살로니키의 항구에 있는 ‘흰 탑’을 그려 넣은 우표를 당장에 폐기할 것 등이 명시되었다. 특히 중도협약의 11조를 근거로, 그리스는 국제연합에 소속된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FYROM이 아닌 다른 국호의 사용에 항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이 국호는 UN에서도 채택되었다(1993년 4월 7일 안전보장이사회 817/1993호).  

 

한편 스코피아의 한 친정부 뉴스 매체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그리스 자동차가 <마케도니아(FYROM)>에 들어올 때는 어떤 표기를 접착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FYROM의 주민들에게 답을 하게 했는데, 다수를 얻은 대답은 아래와 같으며, 그 내용은 과거 오토만 터키 제국의 식민지 역사, 그리고 현재 재정난에 허덕이며 EU의 도움을 받는 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1. 전(前)오토만 그리스 공화국
2. 현재 빈곤한 그리스 공화국
3. 남(南) 마케도니아
4. EU(유럽연합)의 재정보호국
5. 독일의 그리스 식민지

 

이런 사태의 배경으로서 그리스 측에서는 ‘마케도니아’란 명칭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그리스 고유의 것이므로 제3자가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FYROM의 남쪽에 연한 그리스에는 같은 이름의 마케도니아로 불리는 지역이 있고 그 중심은 유명한 항구도시 테살로니키이다.

 

처음 마케도니아 공화국이 독립하여 ‘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나라 이름을 붙이려 했을 때 그리스에서 강력히 반대했다.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의 역사와 전통이므로 다른 곳에서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지금도 그리스에서는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란 명칭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전(前)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 혹은 그곳 대표 지명을 따서 스코피아(Skopia)로 부른다. 마케도니아 공화국은 2005년 12월 투표에 의해 EU(유럽연합)에 가입했으나, 같은 EU 회원국인 그리스는 여전히 나라 이름을 가지고 FYROM과 다투고 있다.

 

그러나 FYROM에서는 마케도니아에 거점을 두었던 고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전통을 자신의 상징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그 한 예로, 2011년 6월 스코피아 중앙 광장 분수 가운데 말을 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상이 세워졌다. 뿐만 아니라  FYROM은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베르기나에서 나온 것으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아버지 필립 2세의 무덤에서 발굴된 태양빛의 모양을 따서 처음에 국기를 만들었으나, 1995년의 ‘중도협약’에 의해 그것을 변경했다.

 

그리스에서는 1995년 이후 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세계지적재산권단체)에서 이 ‘해의 상징물’에 대한 특허를 인정받고 있고 그리스 내 마케도니아의 일부 군에서는 이것을 군(郡)의 기(旗)로 사용한다.

 

한편 불가리아도 이 FYROM의 영토에 대해 큰 애착을 지니고 있다. 제1차 발칸 전쟁(1912.10~1913.5)에서 오스만 제국이 패배했을 때 당시 불가리아 왕국은 마케도니아 지역에서 세르비아와 그리스보다 더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여기에 불만을 품은 세르비아와 그리스가 불가리아에 항의하게 되고, 불가리아는 마침내 1913(6월29일)년 선전포고를 하고 제2차 발칸전쟁(1913년6~7월)에 들어갔다가 패배하면서 마케도니아 땅 대부분을 상실하게 된다. 1991년 FYROM이 구 유고로부터 독립할 때 불가리아는 그 독립을 누구보다 먼저 지지했다. 불가리아는 FYROM 주민이 자신들과 같은 언어를 쓰는 같은 민족으로 간주하고, 양국의 우호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그 주민 누구라도 불가리아 계라는 것을 밝히기만 한다면 불가리아 신분증과 여권을 발급하고 있다.

 

독립된 FYROM을 둘러싸고 그 주변국가들, 즉 구(舊)유고와 신(新)유고의 전통을 이어받아 한 때 마케도니아의 일부를 차지했다가 상실한 세르비아, 제2차 발칸전쟁(1913)에서 세르비아와 그리스에게 마케도니아 땅을 빼앗긴 불가리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전통을 이어받아 마케도니아의 역사-문화적 전통의 주체로 자처하는 그리스 등이 FYROM의 마케도니아 땅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그곳 주민들 가운데는 나름의 독자적인 ‘통합된 마케도니아’를 꿈꾸는 이도 있다.

 


※참고사이트
 http://www.newsbomb.gr/ethnika/story/214100/skopia-onomazoyn -germaniki- eparhia-tin-ellada 191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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