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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향방과 한국의 진출

중남미 일반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교수 2012/07/03

유럽 발 경제위기가 세계경제 위기로 발전하고 있다. 유럽 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귀결이다. 21세기 들어 세계경제는 미국의 모기지론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와 재정위기에서 시작된 유럽경제 위기로 경제위기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고, 특정한 경제 단위가 초래하는 위기가 세계경제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최근 안정적이고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으며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앞 다투어 진출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 경제도 세계경제체제에 속한 지역경제이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성장가능성은 높다. 이런 부침이 있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최초의 FTA를 체결한 지역, 매년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주요 수출시장이며,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의 보고이다. 따라서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향방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진출이 눈부시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경제위기에 중국이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의 어떤 가능성을 보고 이 지역에 대한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한국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어떤 전략으로 진출해야 하는가를 알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어디로?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세계경제체제에 편입된 이후 유럽, 미국, 일본, 중국으로 이어지는 세계경제 센터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라틴아메리카 경제가 원자재 생산과 수출, 소비 수입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세계경제에 편입된 지난 5세기 동안 경제적 지위를 변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세계경제의 흐름에 따라 투자와 무역이 집중되어 왔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유독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런 경향에서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유럽 경제 위기로 지난 몇 년간 유지해온 경제성장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하는 몇 가지 증거들이 있다. 우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유럽으로 많은 차관과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민영화 이후 스페인의 많은 자본이 라틴아메리카 금융시장을 비롯한 많은 영역에 진출했다. 유럽 경제 위기의 한 축을 스페인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라틴아메리카 경제도 자본 회수나 투자 감소 등으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주로 수출하는 원자재의 주요 소비지가 유럽이라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내수 시장을 위축시키고 그에 따라 소비감소로 이어지며 소비 감소는 다시 생산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과정에 따르면 자연스럽게 원자재 수입도 감소하게 된다. 즉, 라틴아메리카의 수출 부분이 큰 타격을 입게 되고 그에 따라 내수시장도 위축되는 이중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1차 산품 중심의 경제는 생산탄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외부분에 매우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인 국가인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여기에 속하는데 라틴아메리카 경제 전체의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이전과 다른 경제구조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원자재 상승으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인하면서 외채규모를 상당한 수준으로 축소시켰다. 경제위기가 진전되더라도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의 영향을 덜 받게 되었다. 최근 세계 최대의 외채 국이었던 브라질이 순 채무국에서 벗어나 순 채권국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외국인 투자의 많은 부분이 인프라 투자와 제조업 부분으로 집중되었다. 외국인 투자가 고용창출로 이어져 전체적으로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내수시장이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라틴아메리카 경제성장이 대외 부분보다는 내수시장 성장에 기인한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국인 투자가 집중되는 분야에 자원과 인프라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그 동안 라틴아메리카 경제발전에 가장 큰 장애는 인프라 부족이었다. 남미지역의 경우 열대우림과 안데스 산맥으로 막혀 있는 물류시스템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생산되는 자원과 상품의 효율적인 이용과 이동을 불가능하게 했다. 최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 국가 수준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기구를 통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고 실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인프라 투자는 개별 국가들이 추진하는 경제개혁과 무관하지 않다. 개별국가들은 다양한 경제개혁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실시 이후 나타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사회정책을 통해 내수시장을 부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이런 경제정책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

 

사실 라틴아메리카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제시한 요소들은 역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항상 존재했던 내용이다. 지금의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외부적인 조건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내부적인 변화에서 그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 내수시장에서만 보면 라틴아메리카는 충분히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 라틴아메리카 경제성장이 중국의 성장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이유이다. 또한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대외부분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점점 옮겨가고 있는 것은 역사적인 교훈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의 생산 공장으로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고 그 대부분을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져오고 있다. 중국은 유럽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상품의 수출 시장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유럽이 제공하는 규모의 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중국에게서 배운다.
최근 중국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대해 공격적인 진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규모나 상품의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있는 중국의 진출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29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UN 라틴아메리카 경제위원회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라틴아메리카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100억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 국가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통화스왑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으며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간의 상호 은행 지점 개설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환보유고를 지니고 있는 중국의 지원으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든든한 후원국을 얻은 셈이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유럽 경제 위기 이후 금융과 수출 대상 국가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접근을 늘려가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라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인 지원 약속 외에도 중국-라틴아메리카 협력 포럼 창설과 정례적인 외무장관 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은 식량안보, 혁신, 과학·기술과 지속적인 발전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제조업 발전을 위해 50억 달러, 중국은행을 통해 인프라 협력 기금으로 100억 달러를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은 브라질, 칠레, 베네수엘라와 페루에서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향후 5년 내에 4,00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칠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할 것이며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3년 내에 무역규모가 3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국은 광업, 농산물 수출 확대, 농산물 가공기술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고 극지방, 대양, 우주, 지진 부분에 대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필요한 자원과 식량을 확보할 수 있고 칠레 입장에서는 농산물 수출과 과학 기술을 전수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윈-윈 하는 전략적 제휴라 할 수 있다.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역시 세계의 공장이면서 소비시장인 본국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이미 오래 전에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통해 많은 양의 자원을 수입하고 있다. 이 수입 규모가 커지면서 이 지역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두 번째는 투자와 소비 시장으로서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가치 인정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소득 대비 소비성향이 높은 곳이고 최근 안정적인 경제 운영으로 소비 시장이 확대되면서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발전에 대한 시각 변화로 인프라 부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중국 진출이 훨씬 용이해졌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진출은 1970년대 일본의 라틴아메리카 진출과 같은 맥락과 패턴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미 진출한 우리기업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기업에게도 기회인가?
사실 양국의 경쟁은 외교적인 부분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라틴아메리카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의 행보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전략으로 이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멕시코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후 콜롬비아와 칠레를 방문하여 경제외교를 펼쳤다. 콜롬비아와는 전격적인 FTA를 체결했고 칠레와는 자유무역협정의 2단계 심화 확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경제지원이나 확대방법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규모와 내용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한국이 중국보다 먼저 FTA를 체결하고 접근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나 중국의 경제지원 규모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중국의 적극적인 공세로 한국정부와 기업이 구축하고 있던 시장을 상실할 위험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유럽 경제위기로 시작된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성장 둔화와 중국의 진출로 인한 높아진 경쟁적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성장 가능성은 경제위기 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여전히 높다. 미국과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투자와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에 등장하면서 마주치는 경쟁이 오히려 한국 기업들이 극복해야 할 난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시장적 측면에서 보면 라틴아메리카는 여전히 한국 기업들에게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건전성에 기초하고 중국 기업들과 견주어 경쟁력을 지닌 분야로의 진출은 분명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일 수 있다.


 

※참고문헌

신중남미 경제 동향, 삼성경제연구소,
China offers US$ 15 billion, in Aid to Latin America, Bern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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