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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칠레 광산개발과 환경갈등-빠스꾸아 라마(Pascua Lama) 광산개발 사례

칠레 하상섭 한국외국어대학교 한중남미 녹색융합센터 연구교수 2012/07/04

I. 들어가며

 

오늘날 광업은 칠레의 최대 산업이자 재정수입의 원천이고 국가기반산업이며 전력, 가스, 통신 등 기타 분야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산업이다. 칠레의 총 수출액 중 광산물 비중이 63.7%(2010년)을 차지할 만큼 광업은 칠레 정부의 주요 세수 수입원이자 칠레 경제의 주요 버팀목이다. 역사적으로 칠레 정부는 광물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광맥 탐사와 광물 생산·수출 부문에서 정부의 영향력을 강화해 왔다. 코델코(Codelco), 에나미(Enami)라는 국영 구리기업을 설립하고 또 적극적인 외자유치를 통해 추가적으로 광산 개발과 첨단기술들을 도입해 광물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왔다.

 

하지만 칠레의 이러한 시장개방 정책으로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자유로운 자원 탐사·개발 보장은 역으로 각종 사회문제와 환경문제를 불러 오기도 했다. 특히 광물 채광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환경오염 문제는 인근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주변 금속광산에서 흘러나온 납이나 카드뮴이 함유된 물을 식수로 사용해야 하고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에서 농사를 경작해야 하며 바람 등에 실려 온 광산 폐기물에 노출되는 이러한 생활환경에서 지방주민들의 삶과 환경권은 많은 침해를 당해 왔다. 본 페이퍼는 비록 하나의 사례로 칠레의 경우를 통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이러한 광산개발과 환경오염 사이 갈등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II. 칠레의 광업 발전과 사회적 비용

 

위에서 언급했듯이 광업은 칠레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 산업이다. 1542년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연간 2,000kg의 금을 생산하고 이 후 18세기 스페인의 산업성장에 따라 광물자원의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칠레에서는 본격적으로 광맥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칠레가 독립을 하는 19세기 초에는 광업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하였고, 유럽의 산업혁명 시기에는 국제 수요가 약 3배 이상 증가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구리 공급국의 지위와 함께 세계 시장에 안정적인 수출국 역할을 담당해 왔다.

 

1930년대 세계 경제 대공황이 일어났을 때에는 잠시 침체되었지만 이후 미국의 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칠레의 광업은 다시 한 번 도약기를 맞이하게 된다. 오늘날에는 광물 생산의 효율성이 더욱 극대화되어 2007년 기준으로 광산물 수출이 칠레 수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3.7%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중남미 지역에서 2004년 한국과 최초로 FTA협정을 맺을 정도로 칠레는 정치․경제적 안정성을 인정받아 중남미 주요 투자국으로 각광 받고 있는데 특히 광업 분야에 있어서 자연적 이점, 축적된 채굴․채광 기술력과 전폭적인 정부의 지원 등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여 실제 여러 다국적 기업들이 칠레 광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표 1>처럼 다양한 광물자원 보유와 활발한 생산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그에 못지않은 사회적 비용(social costs)도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사례는 빠스꾸아 라마(Pascua Lama) 광산개발 사례로 이 개발은 칠레 사회에 많은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암석에는 황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암석이 물과 공기, 그리고 황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티오바실러스 페로옥시단스(Thiobacillus Ferooxidans)’라는 박테리아와 결합하면 산성광산배수(AMD;Acid Mine Drainage)가 만들어진다. 채광 과정에서 암석들이 작은 조각으로 부서져 공기 및 물과 접촉할 수 있는 표면이 늘어나 AMD 생성에 좋은 조건이 되면 티오바실러스 페로옥시단스는 AMD에 서식하면서 광물에 있는 황이 소진될 때까지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AMD를 만들어 낸다. 중요한 것은 강산성의 AMD가 광석에 포함된 비소, 납, 카드뮴, 수은, 아연, 철, 구리,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과 같은 중금속을 녹여낸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광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광산의 갱도에 물이 들어차게 되면 고농도의 중금속 성분이 AMD에 의해 용출되어 인근 지역의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키고 이곳에서 생산된 농작물이나 생선, 식수를 섭취한 사람은 중금속 중독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바람은 광산 주변의 중금속 먼지를 멀리까지 운반하여 폐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점에서 금속광산은 여타 광산보다 더 위험한 존재이다. 광석에 포함된 채 1%도 안 되는 금속성분을 얻기 위해 엄청난 양의 암석을 파헤쳐야 하므로 그만큼 광산 폐기물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금속광산에는 AMD를 중화시킬 수 있는 석회암이 매우 적게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III. 칠레의 광산 활동 증가와 환경갈등의 증폭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들 중 하나인 칠레 북부 산악지대의 생태계는 증가해 온 광산 활동으로 인해 심각하게 황폐화 되었다. 세계 최대의 금광업체인 배릭 골드(Barrick Gold)사는 지난 1997년 칠레 정부와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빠스꾸아 라마(Pascua Lama) 광산 허가를 받게 되었고 이 후 2000년에 두 나라의 투자 및 개발 법령에 의해 완전히 광산개발이 승인되었다. 2012년 현재 투자기업의 현지 탐사가 진행 중이며 금 생산은 2013년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칠레 정부의 고민은 이런 미래 개발 계획과 함께 등장한 사회적 혹은 환경운동 세력들의 저항이다.
 
안데스 대산맥을 터전으로 삼는 농촌공동체와 지역 대표자들은 광산 회사의 노천 채굴 작업 때문에 지역 생태계와 일상 주민들의 거주 생활이 파괴될 것이라고 호소하며 광산 업체의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우아스꼬(Huasco) 계곡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광산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먼저 배릭 회사의 광부들은 흙 속에서 시안화물(Cyanide) 가루를 뿌리는데, 이 가루는 금을 표면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것은 어떤 종류이든지간에 독성이 있고 대기에 쉽게 증발되며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우아스꼬 계곡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시안화물의 사용을 규제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금 생산을 위해 파헤쳐진 땅과 화학 처리된 암석가루는 광산 주변을 사막화하고 식수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더불어 주민들이 사용할 물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칠레 북부 지대에는 엄청난 양의 광물 자원이 매립되어 있어 그동안 수많은 광산 업체들이 다녀갔는데, 그 사이에 칠레 빙하의 71%가 사라졌다. 채굴업자들이 광산 활동을 강화하면서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과 함께 오늘날 칠레의 빙하는 120개 빙하 가운데 절반 이상의 크기가 줄어들고 있으며 10년 전 기록보다 두 배나 많은 빙하가 사라져 가고 있다.

 

또한 광산 채굴 때문에 원주민공동체들의 문화유산들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 수 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원주민공동체들의 문화유산들이 아무 가치 없는 하나의 돌덩이로 취급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원주민의 삶과 유물을 소중하게 간직해 오던 주민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이것이 엄연한 위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세계적인 대기업의 사업 앞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한다. 오히려 배릭 회사 측의 신고를 받아 출동하여 계곡을 보호하기 위해 시위하던 주민들을 공권력으로 억압하고 있는 형편이다. 자본의 논리가 문화권 논리를 앞서고 있다. 국가 공권력의 모순된 행동 앞에 환경을 수호하고 생존권을 보장 받기 위해 구호 시위를 벌이던 주민들의 저항운동은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저항운동은 배릭 골드 사의 무책임한 행동을 고발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연대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 칠레지질환경연구소와 공동으로 배릭 회사의 환경영향보고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자국의 최대 금광업체인 배릭 골드 사가 진출한 칠레 북부 지역에서 주민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캐나다 정부 측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였다. 캐나다 정부 측은 주민들 앞에서 자국의 대기업인 배릭 사가 칠레의 광업에 더욱 큰 발전을 도모할 것이며 칠레에 50,000여 개의 일자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환경권과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위험성을 간과한 전략적인 자원외교로 간주된다. 

 

IV. 결론: 광산개발과 환경보호 갈등의 함의

 

오늘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와 환경운동과의 갈등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관계이다. 개별 국가들마다 다소 차이는 존재하지만 광산개발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비슷한 환경문제에서 비슷한 환경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라틴아메리카 어느 정부도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교훈 삼아 올바른 정책 및 제도 개선으로 환경문제를 대처해 나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광업의 경우 채광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도 심각하지만 채광 이후의 관리부족으로 드러나는 환경문제는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칠레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닌 21세기 오늘날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갈등에 대한 많은 경험들을 통해서 이제는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시점이다. 정책이든, 기구이든 아니면 정부의 개입이든지 뭔가 방법을 모색해야할 때이다. 칠레의 광산개발은 칠레 경제발전의 버팀목이기도하지만 칠레인들의 삶과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또 다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칠레 식 지속가능발전 논리와 정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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