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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트라키의 터키계 무슬림 소수민족을 둘러싼 터키와 그리스 간의 갈등

튀르키예 최자영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HK교수 2012/08/17

트라키 (혹은 트라키아)는 발칸 반도 동북쪽에 있는 유럽 땅이다. 오늘날 이곳은 불가리아 남부인 북부 트라키, 그리스 동북부인 서부 트라키, 유럽 땅으로 터키에 속한 동부 트라키로 구성된다. 이 트라키는 흑해, 프로폰티스(흑해와 에게해 사이의 바다), 에게해 등 세 바다에 연해 있다. 이곳은 로마제국 및 비잔티움  제국의 영토로 있다가, 15세기 이래 오스만튀르크의 지배를 받았다. 19세기 오스만튀르크가 약화되면서 나머지 발칸 지역과 함께 그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1878년 성(聖)스테파노스(아기오스 스테파노스) 조약에 의해 ‘대(大) 불가리아’가 나라로 탄생하면서 트라키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조약의 내용이 베를린 회의에서 수정되면서 불가리아 영토가 축소되고 북부 트라키가 독립국가가 되어 ‘동부 로밀리아’란 국호를 가지는 동시에 오스만튀르크 술탄의 권위에 종속되었다. 그러나 1886년 다시  쿠데타에 의해 ‘동부 로밀리아’는 불가리아에 병합되었다.

 

1912~13년 발칸전쟁 때 서부 트라키는 불가리아에 남아있었으나, 동부 트라키는 하드리아노플과 함께 오스만튀르크의 영역이 되었다. 1919년 헤이크 조약에 의해 서부 트라키의 대부분이 그리스에 속하게 되었고, 이어서 세르비아 조약에 의해 동부 트라키의 대부분이 그리스 땅이 되었다.

 

그런데 그리스와 터키 간 싸움에서 그리스가 1922년의 이른바 ‘소아시아의 재앙’으로 불리는 패전의 고배를 마신 후, 그리스는 동부 트라키를 빼앗기고 에브로스 강 서쪽으로 물러났다. 이어서 1923년 로잔느 조약에 의해 터키와 그리스 간에 정해진 국경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동시에 이 로잔느 조약에서는 터키와 그리스는 주민교환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 터키 영토 내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 그리스 인 총대주교 산하의 모든 기독교(그리스정교)인이 그리스 영토로 이주하되, 이스탄불과 임브로스, 테네도스 섬사람들은 예외로 했다. 반면, 그리스 내 무슬림은 터키 영토로 이주하되, 트라키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은 예외로 했다.

 

당시 교환된 주민들은 양 편 각기 동족 출신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었다. 그리스로 이주해온 기독교인들은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러시아(조지아)어, 아랍어는 물론 터키어 사용자도 있었다. 또 터키로 이주한 무슬림 가운데는 터키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알바니아어, 불가리아어, 블라키(발칸 중부 산지인들)어, 심지어는 그리스어를 쓰는 ‘그리스인 무슬림’도 있었다. 이런 현상은 오스만 튀르크 제국 시절 제도적으로 종교와 민족의 개념이 서로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점에 그 큰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그리스 정교(기독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리스인들은 이들을 ‘터키계 소수민족’이라기보다 ‘무슬림계 소수민족’으로 규정한다. 이 무슬림계 소수민족은 여러 민족으로 구성되며, 터키계 뿐 아니라 포마키 인과 칭가니(혹은 ‘로마’)인 등 세 민족이 중심이 된다. 1991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그리스 내 무슬림계는 약 10만 명으로 그리스 전체 인구의 0.95% 정도이다. 그리스 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들 10만이 넘는 그리스 국적을 가지고 있는 무슬림 중 50% 정도가 터키계이며, 35%가 포마키 인, 15%가 칭가니 인이다.

 

그 중 많은 수가 트라키에 모여 있으며, 그곳 인구의 33%를 차지한다. 트라키의 로도피 군(群)에는 전체 인구 110,828명 중 55,000명에 달하고, 크산티 군(郡)에는 101,856명 중 37,000명, 에브로스 군(郡)에는 150,580 주민 중 약 7000명에 달한다. 오늘날 트라키에는 3명의 무슬림 율법학자, 270명의 이맘(무슬림 종교지도자), 300개 정도의 무슬림 사원이 있다.

 

트라키 뿐 아니라 아시아 남서쪽 터키 영토에 인접해있는 에게해 연안의 그리스 영토인 코스, 로도스 섬에도 터키계 등 무슬림계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반면, 현재 터키 땅인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에는 그리스계 혹은 기독교계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이들 지역 중 특히 서부 트라키는 매일같이 민족, 종교 관련 문제가 발생한다.

 

그 한 예가 최근에 들어와 ‘평화와 우정의 평등 당[KIEF (ΚΙΕΦ: 그리스어), DEB(터키어)]’를 둘러싸고 그리스 인과 터키계 소수민족 간에 벌어진 갈등이다. KIEF(DEB)는 트라키의 터키계 소수민족을 대변하는 당이다. 최근 트라키의 그리스 한 군(群)인 크산티의 일간지, ‘트라키’에서 KIEF(DEB)와 해체된 ‘터키 연합’을 ‘극우(極右) 터키인들’로 정의한 대 대해 KIEF(DEB)는 항의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www.xronos.gr). 2012년 6월 13일 신문 ‘트라키’에 <공조하는 SYRIZA(좌파개혁연대)와 터키 극우파>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기사가 문제가 된 것이다. 그 내용은 같은 해 1월 7일 ‘KIEF(DEB): 평화와 우정의 평등 당’의 크산티 군 지부가 크산티의 SYRIZA 당사를 방문하고, 또 SYRIZA가 ‘크산티의 터키연합’ 지부를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동시에 KIEF(DEB)와 ‘크산티의 터키연합’이 ‘극우 터키인들’에 속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KIEF(DEB) 측은 이와 같은 신문의 보도에 대해 반발하면서, 자신의 당은 극우와 무관하게 우정, 평등, 평화를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KIEF(DEB)가 ‘SYRIZA’를 방문한 것은 다른 여러 당을 함께 방문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인데도, 유독 SYRIZA의 방문만 언급한 점, 그리고 자신들을 ‘극우파’로 규정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트라키의 터키계 소수민족이 산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그리스를 위협하는 것은 소수민족의 존재가 아니라, 소수민족이 존재한다는 사실, 혹은 그들 소수민족이 그리스를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 자체라고 말했다. KIEF(DEB)는 극좌파나 극우파, 그 어느 것과도 무관하게, 민주와 권리를 위해 소수 인을 대변하는 입장에 있음을 천명했다.

 

최근 터키 외무부장관(Achnmet Davoutoglos)은 민중공화당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하면서, 그리스 측이 로잔느 조약을 어기면서 그리스 내 터키계 소수민족의 권리를 짓밟고 있다고 그리스를 비난했다. 서부 트라키의 다수 터키 인들이 부당하게 그리스 국적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1998년까지 유효했던 그리스 국적 취득법 제 19조에 따른 것으로, 그 내용은 ‘그리스계가 아닌 자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그리스를 떠나면 그리스 국적을 상실한다,’는 것이었다. 이 터키 외부장관의 말에 따르면, 이 조항이 폐지된 것이 수 년 전이지만, 이미 부당하게 국적을 상실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리스의 국적을 다시 취득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터키 측은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터키 영토 내 이스탄불에 사는 그리스계 소수민족에게  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외무부장관은 덧붙였다.

 

한편 7월 13일 트라키의 로도피 군(群), 흘로이 마을에서는 터키계 정치가 집단이 해마다 거행하는 이른바 ‘천년축제’가 벌어졌을 때, ‘터키계 텔레비전(TRT)’에서는 ‘터키계 민주당’이 소수민족의 권리를 위해 기여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KIEF(DEB)의 당수(터키 인)는 TRT 기자와의 대담에서 “우리나라 그리스는 터키에 의해 혼이 나야 한다.”라고 하고, 또 로잔느 조약을 위배한 데 대해 “그리스는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터키계 무슬림의 행보에 대해 그리스 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통해 공연히 그리스 인을 비난하는 이들의 행위가 뻔뻔하고 파시스트적인 집단적 횡포의 소치로 간주한다. 더구나 그리스는 트라키 지역에 대해 흑심을 가진 터키 정부가 그리스 내 무슬림계 소수민족을 불법적으로 은밀하게 사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그리스 내 터키계 무슬림의 입장에 대해 그리스 인들은 ‘그러면 어쩔 테냐? 썩어빠진 하수꾼(스파이)들, 더 참을 수가 없으면 도시 게릴라전(戰)이라도 벌일 테냐?’라며 서로 맞장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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