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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아기아(聖) 소피아를 둘러싼 터키 무슬림과 그리스 정교도 간 갈등

튀르키예 최자영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HK교수 2012/09/18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아기아(聖) 소피아’ 사원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아기아 소피아의 뜻은 그리스 어로 ‘성스러운 신의 지혜’인데, 여성 형으로 성모 마리아에게 바친 교회인 것으로 되어있다. 이것은 6세기 비잔티움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때 건립된 것이다.
 

 

<이스탄불의 아기아 소피아 사원의 전경. 주위에는 15세기 터키 무슬림이 이곳을 점령한 다음 생긴 것으로 이슬람 교의 상징인 네 개의 미나레(첨탑)가 서있다. 뒤쪽으로 흑해로 이어지는 보스포로스 해협이 놓여있다.>

 

사원 안에는 성모 마리아를 중심으로 하여 양측에 콘스탄티누스 대제와 유스티니아누스 대제가 각각 그려져 있다. 이것은 4세기 초 그 때까지 박해받던 기독교를 용인하고 이곳 이스탄불로 로마제국의 수도를 옮겨온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도시의 모형을, 그리고 유스티니아누스 대제가 자신이 세운 아기아 소피아의 모형을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기독교는 이곳 이스탄불, 즉 당시의 콘스탄티노플을 수도로 하던 392년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었고, 동․ 서 로마제국이 분열(395)된 이후 기독교를 바탕으로 하여 약 천 여년에 걸친 비잔티움 제국(동로마제국)의 역사가 이어졌다.

 

<흑해의 서남쪽에 이스탄불, 그 해협 맞은 편 가까운 곳 소아시아의 내륙에 니캐아, 흑해의 동남쪽 연안에 트라페준다(트랍존)가 있다.>
 

터키 각 지역에는 중세 비잔티움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아기아 소피아라 불리는 또 다른 사원들이 남아있다. 비티니아의 니캐아(터키 지명: 이즈니크), 흑해  남부  연안의 트라페준다(터키 지명: 트랍존) 등에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프랑스 파리에 영화 ‘노트르담의 곱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트르담(‘우리들의 귀부인[성모 마리아)’이란 뜻) 사원이 있으나, 다른 도시에도 같은 이름의 ‘노트르담’으로 불리는 성당이 있는 것과 같다. 이 노트르담도 아기아 소피아와 같이 성모마리아와 관련이 있다.

 

<이스탄불의 아기아 소피아는 기원전 5세기 비잔티움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 만들어진 것으로 도움 양식 등 고도의 건축 기술로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그리스 인 건축가 안테미우스와 수학자 이시도로스가 설계와 축조를 주관했다.> 
 

그런데 최근 이스탄불, 니캐아, 트라페준다 등에 남아있는 아기아 소피아 사원을 둘러싸고 터키 무슬림과 그리스 정교도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발단은 20세기 초 이래 박물관으로 사용되던 이들 교회를 터키 무슬림이 회교(이슬람) 사원으로 개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1453년 이스탄불(당시 비잔티움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이슬람교의 오스만 터키에게 함락된 이후 이곳 아기아 소피아는 정교회에서 무슬림이 예배하는 ‘자미’로 바뀌었다. 20세기 초 케말 파샤의 쿠데타에 의해 오스만 터키제국이 터키 공화국으로 바뀐 다음인  1934년, 이스탄불의 아기아 소피아 사원은 박물관으로 변신하여 오늘까지 내려오게 된다.

 

그런데 올해 봄(2012.5.27일) 수천 명의 과격 무슬림 터키인들이 아기아 소피아 사원 앞에 집결하여, 터키 정부에 대해 이 사원을 자미로 다시 쓰일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아기아 소피아를 다시 ‘자미(무슬림 사원)로!’, ‘알라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인 다음 사원 앞에서 집단 예배를 드렸다. 무슬림 과격 집단인 <동방사원연합>의 의장인 셀리흐 투르칸 씨의 말에 따르면, ‘아기아 소피아’를 자미로 하지 않은 것은 75백만 터키 무슬림은 물론 3천만 쿠르드 인을 더한 이들을 모독하는 처사이며 서구인들이 자신들을 백안시하는 결과라고 한다. 또 그는 로이터 합동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항의시위는 1453년 터키 무슬림에 의한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 함락 이후 559년째 해를 기념한 것’이라고 하고, ‘수호자 무하마드의 후손으로서 우리는 아기아 수피아가 다시 자미로 거듭날 것을 요구하며, 그것은 우리의 정당한 권리’임을 주장한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비티니아 지방 이즈니크의 아기아 소피아에서 현실화되었다. 이즈니크는 이스탄불에서 멀지 않은 곳, 보스포로스 해협 맞은 편 소아시아 내륙에 있는 곳인데, 그곳 아기아 소피아 사원은 이스탄불의 아기아 소피아보다 더 빠른 1331년 오스만 터키 인의 손으로 넘어가 자미가 되었다가, 1922년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자미로 바뀌어 무슬림의 종교지도자 ‘이맘’이 임명되어 기도를 관장하고 있다.
 

이런 전례를 따라 흑해 남부 연안의 도시 트라페준다에서도 그곳 아기아 소피아를 자미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미 터키의 부총리 M. 아린츠는 지금까지 박물관으로 쓰이던 이 사원을 자미로 변경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아기아 소피아를 정교회의 신성한 상징으로 간주하는 그리스 인들은 무슬림 터키 인들의 이런 움직임에 경악하고 있고, 무슬림과 정교도 간의 공방전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 주재 터키 대사관에게 강력한 항의를 전달하고, 외교부 장관 아브라모풀로스는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도록 특명을 내려놓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지금은 무슬림 터키의 영토가 되었으나, 기독교 비잔티움 제국의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아기아 소피아 사원은 정교회 이외의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는 그리스 인들은 터키 무슬림의 처사에 분노하고 있다. 참고로 알아둘 점은, 그리스 정교회의 총주교는 지금도 그리스 땅이 아니라 현재 무슬림의 터키 영토로 되어 있는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 내 '파나리('등불'이라는 뜻)'라는 지역에 공식적으로 거주한다는 사실이다. 파나리는 오스만 과거 터키 제국 시대인 1601년 이후 그리스 정교의 총대주교 및 고위 성직자가 거주했던 곳이다. 그리스 인 대다수가 가진 그리스 정교의 총주교가 이스탄불의 파나리에 공식 거주한다는 사실은 이곳을 그리스 정교회의 중심지로 하는 역사적 전통에 대한 그리스 인의 애착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무슬림들은 아기아 소피아 사원을 자신들이 기도할 수 있는 자미로 바꿈으로서 서구인들에 대해 자신의 자존과 주체성을 지키는 길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트라페준다에 거주하는 무슬림 터키인들 가운데서도 박물관을 자미로 개조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이유는 옛 정교회 사원을 보러오는 관광객들이 줄어들어 경제적으로 손해 보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출처
http://www.defence-point.gr/news/?p=48325 (2012.8.12 검색)
http://www.newsbomb.gr/ethnika/story/219077/tzami-i-ag-sofia-sti-vithynia (2012.8.12 검색)
http://borioipirotika.blogspot.kr/2012/08/blog-post_211.html (2012.8.12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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