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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APEC을 마친 극동, 그 변화는 누구의 몫일까

러시아 오영일 포스코경영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위원 2012/10/08

1. APEC 직후의 블라디보스톡 방문
지난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APEC을 방금 마친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9월 방문 이후 딱 1년 만의 방문이었다.
일 년 만에 방문한 블라디보스톡을 보며 느낀 변화는 크게 5가지였다. 첫 번째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눈앞에 모습을 나타낸 신공항, 둘째는 신공항을 빠져나오자 오른편에 보이던 붉은색의 공항 철도, 세 번째는 시내까지 이어진 신공항 도로와 교량, 네 번째는 신공항을 따라 시내 방향으로 조금 가다 보니 우측에 보이던 현대중공업 변압차단기 공장,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는 그저 여름 한 철 잠시 붐비던 작은 휴양지 루스키 섬의 변화였다.
블라디보스톡 APEC 개최에 대해서 그간 참으로 많은 추측이 오갔었다. ‘준비가 제대로 안 된다, 여차하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개최지가 변경될 수도 있다, 행사 개최 때까지 루스키 섬까지 이어지는 다리 개통이 어려울 것 같다.’ 등등의 무수한 의혹의 눈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불신을 뒤로하고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무사히 행사를 마쳤다.

 

2. 문제는 APEC 이후-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을지
그렇게 APEC은 끝났다. 이제 문제는 APEC 이후이다. APEC 이전에는 분명한 목표와 언제까지 마쳐야 한다는 일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약해졌다. 이번에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도 바로 ‘APEC 이후의 일정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방문 기간 중 만난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는 이에 대한 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대신 공통적으로 접할 수 있었던 얘기들은 ‘APEC 때문에 모두 너무 지쳤다. 러시아 연방정부, 지방정부, 현지 기업들은 물론, 외국계 기업들도 모두 피곤한 상태다’라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막 수능 시험을 마친 고3 수험생과 가족, 교사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기 위해 움직이려면 어느 정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일견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한 러시아인은 그런 얘기를 던졌다. “APEC, 루스키섬 개발, 연륙교 건설 등 그동안 아무도 믿어 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해내지 않았느냐? 극동 개발도 이루어진다고 믿어 달라. 물론 시간은 걸린다. 하지만 움직이기 시작한 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우리는 러시아 극동이 변하기를 지난 20년간을 기다려 왔다. 그리고 이번에 그 모습을 처음으로 살짝 느꼈다. 말 그대로 맛보기다. 우리는 그 맛을 계속 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 되는 거다. 혹여 지금의 숨 고르기가 그냥 다시 주저 않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3. 지금은 정중동의 순간-하지만 누군가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이번 방문 기간 중 일본 업체 두 곳을 방문하였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인 그 두 업체는 이미 러시아 극동에서 10년 이상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다. 러시아 극동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져둔 이들의 여유라 할까? APEC도 있었고 하니 뭔가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설레임이나 기대감을 품고 있지는 않아 보였다. 처음 만나 사람에게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겠지만 러시아 극동이라고 하면 한국 언론에서 단골 메뉴로 떠오르는 극동 항만 현대화 사업이니,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등에 대한 그들의 입장은 너무 간결했다. 관심이야 당연히 있지만 워낙 경쟁이 심해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움직이고 있었다. 외국 기업들 입장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프로젝트 중 하나인 블라디보스톡 LNG 기지 건설 이라든지, 정유,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에 이미 손을 뻗친 상태이다. 종합상사와 금융권이 공동으로 일본 컨소시움을 결성하여 발주처 가즈프롬과 접촉하는 등 LNG 기지 건설 프로젝트에 이미 두서너 발 앞선 상태이다. 나프타 플랜트 건설 역시 발주처 로스네프트와 상당한 물밑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다.
이에 비해 한국 기업들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현재의 모습대로라면 극동 에너지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는 일본 기업의 독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고, 한국 업체들은 잘해야 일본 업체들로부터 일부 사업의 재하청을 받아 참여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 사할린 에너지 플랜트 건설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재연될 지도 모르겠다.
이번 블라디보스톡 방문 중 나도 모르게 괜히 조바심이 들고 서둘러야 한다는 느낌이 계속 든 것도 결국 이런 현상들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러시아 정부에서 뭔가 계획을 내놓길 기다리고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두른다고 해결될 문제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기다린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러시아 측의 가려운 곳을 찾아 먼저 긁어주는 센스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러시아 극동 주요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

분야

프로젝트

사업 내용

에너지 인프라

블라디보스톡

LNG 기지 건설

- 국영가스사 Gazprom, 2017년 가동 목표, 연산 1천만 톤 규모

- Japan Far East Gas Company(일본 기업 컨소시움), Gazprom사와 사전기본설계(Pre-FEED)를 포함한 F/S 계약 체결(’12.1)

- Gazprom은 우호적 파이낸싱 조건 제시, LNG 장기구매자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업자 선정에 나설 예정

나호트카

나프타 프랜트 건설

- 원래 계획은 정유 공장이었으나 최근 극동 지역 정유 마진이 낮아지자 나프타 설비로 계획 변경

- 석유개발사 Rosneft, 2017년 완공 목표, 이사회 승인

- 미쓰이물산, 플랜트 건설 수주를 위한 물밑 작업 중

물류 인프라

극동항만

곡물 터미널 건설

- 러시아 연합곡물회사는 바젤사, 루스아그로트란스사와 공동으로 보스토치니항과 바니노항에 건설 검토 중(250만톤 규모)

- 블라디보스톡 상업항과 시베리아 농업그룹, 의향서 체결(150만톤 규모)

- 이토추상사와 마루베니상사, 건설 수주를 위해 시장 조사 중

바니노항

석탄터미널 신규 건설

- 메첼사, 사하 엘가탄전에서 생산된 석탄 수출용

(25백만 톤)

BAM 철도 현대화

(바이칼-아무르)

- 시베리아, 사하공화국 석탄, 철광석 아시아 수출 증대 목적

- 수송 능력을 ‘15년까지 지금의 2배인 연 3천만톤으로 확대

- JBIC(일본국제협력은행)로부터 파이낸싱을 받는 조건으로 일본 기업의 참여 방안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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