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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발칸유럽의 뜨거운 감자, 코소보의 주권 획득과 그 미래는?

중동부유럽 일반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대학 교수 2012/10/29

   2012년 9월 10일, 코소보 독립에 찬성 입장을 보여 왔던 EU 회원국들과 미국, 터키 등 서방 국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동안 코소보를 관리 감독해왔던 국제조정기구(ISG: The International Steering Group)의 대표인 피터 페이스(Pieter Feith)는“코소보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리 감독 기간이 종료되었으며, 이것은 코소보의 완전한 주권을 가져다 줄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1999년 세르비아에 대한 코소보 전쟁이후, 코소보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찬성하여 왔던 미국은 “이것은 코소보의 의미 있는 미래를 위한 역사적인 시금석(historic milestone)이 될 것이며, 다인종 민주주의 국가 수립에 중요한 근간이 될 것이다”라고 축하하며, 곧 바로 농업 분야 지원을 위한 2천만 유로 가량의 차관 제공을 코소보에 약속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 등은 그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 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런 극단적인 반응은 이 지역 문제의 당사자인 코소보 알바니아인들과 세르비아의 시각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국제조정기구의 선언에 대해 코소보의 하심 타치(Hashim Thaci) 총리는 “이 결정은 이 지역 평화 정착의 역사적 전환점(historic turnaround)을 제공해 줄 것이며, 국제 사회가 본격적으로 코소보를 하나의 일원으로 인정해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그 의미를 크게 부각한데 반해, 세르비아는 “이러한 결정이 코소보의 미래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며, 세르비아의 동의 없는 코소보의 독립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유럽 변방의 작은 지역인 코소보의 독립을 둘러싼 갈등이 국제 사회에 신 냉전(The New Cold War)을 촉발시키고, 또한 코소보의 미래가 유럽 평화 정착을 위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세르비아인에게 있어 코소보 지역은 중세 왕국의 발원지이자 독립 정교회의 본산지, 그리고 1389년 6월 오스만 터키와의 코소보 전투에서 중세 왕국의 몰락을 가져왔던 역사적 비극이 자리한 곳으로 유태인의 예루살렘처럼 자신들의 민족적 성지에 해당하고 있다. 반면, 알바니아인의 주장에 따르자면, 코소보는 6-7세기 남슬라브족 일파인 세르비아인들이 이곳에 내려오기 이전부터 자신들이 현지 원주민으로서 거주하여왔던 자신들의 땅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현대로 들어와 코소보를 둘러싼 양 민족 간의 갈등은 보다 더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사회주의 기간 동안 세르비아의 한 자치주로써 고도의 자치권을 구가하여왔던 코소보는 동유럽의 개혁과 개방 움직임 속에서 1989년 슬로보단 밀로쉐비치(Slobodan Milošević)가 세르비아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모든 권한이 폐지되자, 독립 움직임을 전개하게 된다. 1998년 알바니아 민병대에 의한 세르비아 경찰 사망 사건 이후, 세르비아 군과 특수 경찰들의 알바니아 반군 진압 작전과 이에 저항하는 알바니아 민병대간의 갈등이 확대되었고, 이것은 국제 사회의 관심을 불러왔다. 국제 사회는 ‘랑부예 협상(Rambouillet Conference)’을 비롯한 수차례의 평화 협상을 시도하였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1999년 3월 마침내 미국을 중심으로 한 NATO군과 세르비아군 간의 충돌이 발생해야 했다. 이후 1999년 6월 전쟁이 종결되자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결의한 ‘SCR 1244결의(Security Council Resolution 1244)’를 기초로 한 UN 감시 역할과 평화 활동 등이 진행되어 왔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양 민족 간의 폭탄 투척 등 물리적 충돌들이 계속되어 왔고, 특히 2008년 2월 18일 코소보 알바니아계가 세르비아로부터 코소보 독립을 공식 선포한 후로는 이러한 충돌들이 보다 더 크게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이에 대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심각한 분열양상을 보여 왔다. 미국을 비롯해 EU내 상당 국가들은 코소보 독립을 기정사실화하며 UN등 국제 사회가 독립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반해 당사자인 세르비아는 물론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발칸유럽을 비롯해 소수 민족문제를 안고 있는 국제 사회의 여러 국가들은 코소보 독립이 불러 올 파장을 우려하며, 이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주장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상반된 반응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누어 분석해 볼 수 있다. 그 첫째는 코소보가 이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의 지전략적 영향력 확보 싸움의 전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근대 이후로 오늘날까지 러시아는 남진 정책에 따라 발칸유럽 및 흑해 지역에 대한 전통적 이해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었다. 이러한 점은 오늘날 러시아가 ‘흑해경제협력기구(BSEC: Black Sea Economic Cooperation)’수립과 발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이를 이끌어 나가려는 전략적 의도와 맞물려 있다 하겠다. 여기에는 오늘날 흑해와 그 연안을 둘러싼 지역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한 에너지 수송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점도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EU 주요 국가들의 입장에 있어서도 이 지역을 바라보는 전략적, 경제적 시각은 유사하다. 특히, 미국은 코소보 독립 및 인정을 통해 현재 동유럽 내 유일하게 남아있는 친(親)러시아, 반(反)미적 성향의 세르비아를 견제하면서도, MD(Missile Defence) 정책의 완결을 통해 동유럽으로의 영향력 확대를 완결시키겠다는 국제 전략적 이상을 구상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중국과의 전략적 합의를 바탕으로, 자신의 역사, 경제적 이해 영역(Interest sphere)안으로의 미국의 확대 시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코소보 독립에 대한 유럽 및 주변 일부 국가들의 부정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비록 EU의 공식적인 입장은 독립 인정이지만, 그 내부 사정에 들어가 보면 이와는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스페인 등 유럽의 각 국들은 오랜 동안 각자의 역사적 배경에 따른 소수 민족 문제 해결에 여러 어려움을 겪어 왔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20세기말 발칸 유럽에서 민족 분쟁과 갈등이 확대되자, EU 회원국들은 문제 해결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여 왔었다. 하지만, 유럽 각 국들은 국가들마다 내부적으로 산재해 있는 복잡한 소수 민족 문제들과 분리주의 움직임으로 인해 공통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여 왔으며, 코소보 독립 문제에 대해서도 그 같은 현상이 재현되었다고 하겠다. 즉, EU 회원국 각국들의 코소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차는 오늘날 경제 위기 속에서 유럽 내 분리주의 움직임에 하나의 모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여러 이해관계의 충돌 속에서도, 국제 사회는 국제조정기구의 선언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코소보의 독립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국제 사회 내에서의 갈등과 함께, 여러 다양한 요인들이 코소보 독립과 이 지역 평화에 대한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첫 번째는 무엇보다도 코소보 독립 문제의 당사자인 세르비아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세르비아는 현재 국가적 지상 목표로 EU 가입을 최우선시 하고 있지만, EU는 가입 전제 조건으로 전범 처리 문제의 적극적 협조와 함께 코소보 문제 해결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코소보 독립 인정은 곧 바로 민심의 심각한 저항과 함께 정권 붕괴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에서 세르비아가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두 번째는 코소보의 경우, 현재 평화적 공존을 이어가고 있는 보스니아와 달리 구성 민족 간의 평화적 공존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 코소보와 국제 사회로부터 역차별을 받게 된 세르비아인들은 자신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코소보 북부 미트로비차(Mitrovića)시의 이바르(Ibar) 강을 경계로 알바니아인 및 국제 사회의 출입을 봉쇄하여 왔으며, 이로 인한 양 민족 간 충돌도 계속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자체 방어나 치안 능력이 거의 부재한 코소보로선 현재 주둔중인 6,000여명의 PKO와 1,300여명의 EU 경찰에 이러한 문제들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로는 코소보의 열악한 경제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코소보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는 해외 원조를 통해 겨우 보충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50%, 1인당 GDP는 300만원이 약간 넘는 그리고 인구의 37%가 하루 1-2달러 미만의 극빈층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코소보가 향후 국가를 유지하고 경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점들은, 얼마 전 국제조정기구의 코소보 주권 획득 인정 및 미국 등 유럽 국가들의 독립 지지에도 불구하고, 코소보가 독립 국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그리고 이 지역의 평화가 지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감을 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 국제사적 내용들을 반추해볼 때 동유럽 내 소수 민족 문제는 강대국들 간의 국제 질서 역학 구도 변화에 따라 그 양상이 수시로 바뀌어 왔고, 그 결과 유럽 내 평화 구축을 어렵게 하는 요소가 되어 왔다. 오늘날 코소보는 단순히 지역문제를 벗어나 강대국들 간의 힘겨루기를 가름해 볼 수 있는 주요 테스트 장이자, 유럽 내 소수 민족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따라서 코소보가 하나의 독립된 주권 국가로 발전하는 데 있어, 자신들 앞에 산적해 있는 여러 어려움들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 지, 더불어 향후 코소보가 국제 사회에서 독립 국가로서의 역할과 활동을 강화하려 할 경우 예상되는 세르비아 및 러시아 등 독립 반대 국가들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러한 반응에 대해 코소보가 어떠한 방향으로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지가, 독립 국가로서 향후 코소보의 국가 존립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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