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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브라질, 브레이크아웃 네이션?

브라질 임두빈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지식정보실장 HK연구교수 2012/10/31

2008년 말 글로벌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른바 G7으로 통칭된 선진국에서 신흥개도국으로 세계경제 권력이 이동하는 효과를 낳게 되었다. 그 중에서 2014년 월드컵, 2016년 하계 올림픽, 2020년 엑스포 개최 소식과 함께 ‘브라질’에 대한 국내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예전 같으면, ‘축구’나 ‘삼바’정도의 정형화된 컬처 코드만 떠올리던 지역에 대해 방송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관련 도서 출판도 눈에 띠게 많아졌다. 일반인이 국내에서 브라질 국채까지 투자할 수 있을 정도가 됐으니... 대학생활을 포르투갈어 공부로 시작하면서 느꼈던 외로움, 그리고 비교적 장시간 동안 브라질에서 유학하면서 애증 섞인 정이 든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된다.

세계는 Brics, N11, MIKT, MARVINS 등 2000년대를 전후하여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해 온 이머징마켓을 그룹화해서 부르는데 열중해 왔다. 한마디로 ‘세계화’라는 관계 안에서의 국가를 바라보는 시각에 초점을 두었던 것이다. 모건 스탠리 자산운용 신흥시장의 총괄사장인 루치르 샤르마는 같은 그룹에 있는 국가들일지라도 경제 위기 이후 각기 다른 발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그룹별이 아닌 개별국가별로 살펴보자는 주장을 최근에 펴낸 저서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을 통해 전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성장 전망치, 소득 수준과 인구수 증가에 따른 개별적인 국가분석 프레임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이끌 주인공을 찾아낼 필요를 역설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브라질에 대한 개별적인 국가분석 수준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이머징마켓을 주로 그룹화해서 보아온 것과 같은 맥락으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대부분인 중남미라는 그룹화에 가려 “How is Brazil different from other South American Countries?”라는 질문을 가지거나 답하기를 미뤄왔다. 사실 대학 차원에서도 그룹화한 중남미전문가는 육성한다고 하지만 브라질 전문가 양성에 대한 전문적인 육성 계획은 전무하다. 솔직히 국내에서 보도 되는 브라질 관련 기사나 소식을 보면 ‘이머징 마켓이라는 장밋빛으로 보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이런 전망들을 비판적일수도 있거나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시각, 그리고 브라질 국내의 여론 등을 직접 보는 창이 막혀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국가 간의 관계가 꼭 ‘지피지기면 백승’이라는 이기고 지는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다. ‘윈-윈’의 상생을 도모할 때 상대방을 더 잘 알수록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경제 부분과 같은 특정 부분에만 한정짓거나 우리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일회성 보도 성격을 띤 정보의 유통이 대부분이다. 보다 더 다양한 분야의 정보와 시각을 담은 지역정보들의 양산과 공유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축구’와 ‘삼바’이외에 브라질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알려진 룰라 전 대통령.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도 국제회의에서 먼저 악수를 청했던 인물인 그는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재선을 통한 8년의 국정을 높은 지지율로 마치고 정권 재창출까지 성공하여 국내 정치인들에 있어서도 칭송과 선망, 그리고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물론 브라질 국내에서조차 룰라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전형적인 남미 스타일의 ‘포퓰리즘’이라고 비판을 받지만 이는 ‘포퓰리즘’을 ‘대중인기영합주의’를 위한 이벤트성의 정치행위로 볼 것인지, 아니면 브라질이 지닌 태생적인 문제와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발전 가능한 미래로 나가는 길 사이에서 민주주의가 내재하고 있는 한계에 대한 본질적인 반응, 또는 도전적인 시도로 ‘다수이지만 소수자인’ 국민을 이롭게 하기 위한  ‘포퓰리즘’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브라질이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 이렇듯 어떤 한 문제를 바라볼 때 ‘남미’라는 그룹화에 묶어서 볼 때와 ‘브레이크 아웃’했을 때의 해석은 달라진다.

아무래도 우리가 관심을 가지거나 정보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부분은 ‘이머징 마켓’이든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이든 간에 ‘향후 전망’에 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과연 10년, 20년 뒤의 브라질은 어떤 모습을 지닐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선행해야 하는 질문들이 존재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브라질의 발목을 잡았던 인플레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을까? Brics와 그를 이을 제2세대 신흥경제국 군으로 불리는 ‘Next 11’과 비즈니스 인사이더로 지목되는 ‘MARVINS’의 역할은 어떻게 될 전망인가? 세계경제구도 안에서 브라질과 중국, 그리고 아프리카의 삼자 관계에서 기대되는 것은 무엇인가? 등. 이러한 전망에 답변할 수 있는 근거를 브라질 국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5가지 요인을 통해 전망하고 있다.
 

1. 경제에 있어 국가의 역할
오늘날 신흥개도국 중에서 경제에 대한 국가의 주도적인 역할이 눈에 띠는 곳을 중국, 러시아, 브라질로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 브라질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고 있는 곳은 바로 중국이다. 사회주의 정치체계와 시장경제가 하이브리드 된 형태로 단기간에 급성장을 보여준 만큼 브라질 사람들은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이라는 점에서 중국에 관심이 많다. 요새 브라질 사람들이 중국을 부러워하며 말하는 우스갯소리로 “하늘과 땅은 하느님이 만들지만 나머지는 모두 중국이 만든다.”라는 얘기가 있다. 현재 보여주는 보호주의적 특성과 연립정권의 한 축을 차지하는 노동당의 특성상 전면적인 민영화보다는 정부가 주도하는 민관협력사업의 규모가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 신흥개도국들의 지속적인 약진
Brics의 창시자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브라질이 이제 더 이상 신흥 개도국이 아니며, Brics와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를 묶은 MIKT가 전 세계 GDP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향후 20년간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라질은 2032년에 이르러 Brics의 견인차 역할과 더불어 G7을 넘어설 예정이고 2050년에는 5대 경제대국에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3. 위험과 기회 사이의 줄타기
오랫동안 브라질의 발목을 잡아온 고질병인 인플레의 위험성은 이론상 항상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금융전문가들은 적어도 향후 20년간의 인플레는 안정적일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브라질에 법인을 두지 않은 글로벌기업은 있을 수 없다는 브라질의 자신감과 ‘O Plano Brasil Maior’(더 큰 브라질 플랜)을 통해 ‘Brazil Cost’(브라질 비용)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계획으로 인프라투자, 전력기반시설 확충, 세제변화를 차근차근 꾀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4. 혁신에 대한 투자
일반적으로 혁신은 기업에 의해 선도되는 측면이 크지만 브라질은 기술혁신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투자 역시 강조하고 있다. 현행 GDP의 0.65%에 그치고 있는 혁신 관련 투자율을 1%까지 올리고 대학과 기업 간의 산학협력 강화, 관료주의 철폐와 특허의 양산을 통한 혁신 역량의 가속화를 추구하고 있다. 
 

5. 아프리카에서의 중국과의 경쟁관계
룰라 전 행정부(2001-2010)는 아프리카 외교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정권이었다. 그는 27개국을 방문하여 이전 전임 대통령들이 방문했던 총 횟수를 넘어설 정도였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2002년에서 2008년 사이 브라질-아프리카 간 무역 규모는 이전에 비해 5배나 늘어났고 브라질의 대 아프리카 수출은 340% 증가했다. 브라질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만큼 눈에 띠는 경쟁자가 존재하는데 바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는 중국이다. 앙골라와 모잠비크는 아프리카대륙에서 포르투갈어를 사용하여 브라질과의 문화적인 교감이 통하는 곳이지만 중국이 아프리카인들이 필요로 하는 학교, 병원, 도로와 같은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기에 브라질은 중국보다 한 수 밀리고 있음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더딘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지금, 이제 브라질은 기존의 생산 거점과 자원 공급의 역할을 넘어서 중요한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중국이 파트너에서 경쟁자로 인식되면서 브라질의 한국 경제 배우기는 최고조에 오르고 있다. 이번 10월 28일 결선 선거를 통해 남미 최대의 도시이자 브라질의 ‘정치 1번가’인 상파울루 시 시장에 선출된 전 교육부 장관 페르난도 아다지(Fernando Addade)의 ‘한국식 교육예찬’, 그리고 남미 최고 대학인 상파울루대학(USP) 동양어학과에 일본어, 중국어에 이어 한국어 과정이 2013년부터 공식적으로 개설되는 등 양국 간의 밀월은 고조되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흐름을 우리 편의 일방적인 ‘경제적인 이익 챙기기’로 외면하지 말고 상생적인 차원의 협력방안, 그리고 ‘브라질과 소통하기’를 민·관이 합심하여 고민해 볼 시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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