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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심상치 않은 알제리 정세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3/05/14

알제리 정세가 심상치 않다. 리비아, 튀니지, 말리 등의 인접 국가들에 비해 정치적 안정을 보여 왔지만 최근 1년 사이의 과정을 보면 향후 알제리 정세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국내 분석이 전무하다.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알제리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알제리를 단순한 이슬람권 국가, 혹은 아프리카의 한 국가로 보기에 이 지역이 갖고 있는 지역성, 역사성, 그리고 현재성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다. 알제리와 지속적인 경제교류와 투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경우 몇몇 흐름에 근거하여 알제리의 현재 정세를 분석하고, 미래 문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1년 사이 알제리 현대 정치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 3명이 사망했다. 2012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인 벤 벨라와 샤들리 벤제디드 대통령이 사망했다. 알제리 초대 대통령인 벤 벨라(Ben Bella)는 범 아랍주의와 반(反)식민주의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프랑스의 식민 지배에 맞서 알제리의 무장봉기를 이끈 6인 중 한명이었다. 알제리와 프랑스에서 독립 전쟁을 하면서 23년의 감옥 생활과 반프랑스 투쟁을 했기에 알제리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샤들리 벤제디드(Chadli Benjedid) 전 대통령은 1979년 취임하여 1992년 군부의 압력으로 물러날 때까지 다당제 도입과 알제리의 사회주의 시스템을 자본주의로 이행했던 인물이다. 한국과의 외교 관계도 그의 재임시절에 이루어졌다. 그의 공과에 대한 여러 논쟁들이 있지만 어쨌든 그는 냉전시대 이전과 이후에서 알제리의 선택을 결정했던 중요 인물로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알리 카피(Ali Kafi) 전 대통령이 올 4월에 사망했다. 그는 알제리 테러리즘 시대인 90년대를 이끈 독립운동 세대로 알제리 현대사에서 가장 격변의 시기를 통치했던 인물이다. 이 3명의 전직 대통령들은 알제리 독립전쟁에 참여했고, 번갈아가며 알제리를 통치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알제리 국민들은 독립전쟁에 혁혁한 공헌을 한 이들에 대해 자부심과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사망은 한 세대가 가고 새로운 세대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징조이다.

이런 와중에 알제리 독립전쟁에 가담했던 마지막 인물인 현 대통령 압델라지드 부테플리카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은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통치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그의 통치 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급기야 얼마 전부터 국민들은 그의 통치 스타일에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와 카빌리지역과 같은 베르베르인들이 피로감을 드러내며 그들 사이에 불만이 팽배하고 있다. 세계가 변하는 와중에도 한결같은 독립전쟁을 통한 역사관, 독립전쟁 세대에 의한 아랍이슬람식 교육과 정치, 게다가 실업률과 최근 알제리 최대 국영석유회사 Sonartrach에서 볼 수 있듯이 고위 관리들의 부패 스캔들 등. 이 모든 것들은 젊은 세대들이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독립전쟁 세대들이 분명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주었지만 현실을 생각할 때 젊은이들은 정권 변화를 열망하고 있으며, 그들은 이슬람국가 건설에 대한 열망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토착민인 베르베르인들은 어떤가? 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내세우면서 자치권에 대한 확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일련의 문제들은 알제리가 과연 어떻게 이전까지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품게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불안정한 상황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현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건강과 맞물려 있다. 그의 건강 이상설은 독립전쟁을 함께 한 3명의 전직 대통령 사망, FLN의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 실업과 부패로 인한 반정부주의, 베르베르족의 다문화 요구 등과 맞물려 주된 불안 정국의 이유로 주목되지만 무엇보다 2014년 대선과 관련해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미 3선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로 76세인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뇌졸중으로 혈류 장애 증세를 보여 프랑스 파리 근교 Val-de-Grâce의 군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미 2005년에도 출혈성 궤장으로 파리 군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장기간 병원 신세를 졌던 그였기에 이번의 건강 이상설은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5월 1일 노동절에는 특별히 대국민 연설을 하지 않고, 알제리 축구역사상 처음으로 알제리 FA컵 결승전(4월 30일)에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건강 이상설은 생각보다 심각해 보인다. 그는 고령과 건강 이상설에도 불구하고 헌법을 개정하여 2009년 3선 개헌에 성공했고, 2014년까지 임기 보장이 되는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국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팽배했지만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급기야 4선 개헌에 대한 이야기까지 무성하다. 그가 공식적으로는 4선 개헌을 하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공언하고 있지만, AFP통신은 벌써 내년 대선 후보에 누가 후보로 나설지에 대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 알제리 APS(Algérie Presse Service)나 EL Watan지 같은 언론은 차기 대선과 관련하여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급기야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알제리 정부는 5월 1일 대통령의 건강이 호전되고 있음을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알리고 있다. 대통령의 건강이 호전되어 1주일 내에 알제리로 돌아갈 것이며, 후계 구도와 관련해서도 조만간 공식 보도가 있을 것이라 보도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있다.

어쨌든 그의 건강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내년에 치러질 대선과 관련 알제리 정세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독립운동세대의 마지막 인물인 부테플리카 대통령 사망 시 과연 알제리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며, 군의 지원 아래 있었던 ‘국민해방전선’(FLN)의 통치력과 영향력에도 의심이 간다. 독립전쟁 영웅들과 군부 정당 FLN을 등에 업고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정책을 펴왔던 점을 감안하면 말이다. 그의 통치 스타일은 FLN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부족)정당과 이슬람주의자들을 FLN에 포섭시켜 권력을 분점하는 방식의 정책이었다. 그와 FLN의 영향력이 축소되지 않을 경우는 다소 안정적으로 국정이 운영되겠지만, 반대의 상황일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아마도 FLN과는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정당들, 특히 베르베르지역 정당과 이슬람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다. 그럴 때 이집트나 튀니지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와의 경제 교류가 급증하고 있는 알제리가 지금처럼 안정적인 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한-알제리 경제협력의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인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이 문제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알제리 국가수반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과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관계를 시도한 인물이다. 2003년 북아프리카 국가수반으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2006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하여 한-알제리 경제협력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아프리카에서 우리나라와 유일하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던 국가가 알제리이다. 그만큼 우리도 알제리를 새롭게 보고 있으며, 알제리는 가장 중요한 경제 모델 국가로 우리나라를 꼽으며 우리의 경제발전과 정책을 배우려 하고 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각종 대국민 연설에서 알제리의 경제 발전을 강조할 때 한국을 거론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13년 현재 알제리는 마치 폭풍 전야와도 같다. 대통령의 건강이 회복된다 해도 4선 개헌에 대한 불안감은 이미 지난 3선 개헌 과정을 통해 드러났다. 여전히 국민들은 민주적 선거를 통해 새로운 지도자에게 양보할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경우 과연 알제리내 베르베르족과 이슬람정당을 비롯한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은 어떤 반응을 할 것이며, 군부 내 역학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어떤 식으로 나올 것인가? 말리사태에서 보듯이 알제리내 국경 지역은 늘 테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지난 5월 4일에는 튀니지의 <마그레브 알카에다>와 연계한 테러 사태가 알제리 동부 사하라지역에서 발생했다. 어디 국경지대 뿐이겠는가. 알제리 곳곳이 크고 작은 테러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가. 적어도 부테플리카 정권은 테러문제 만큼은 단호히 대응하여 그 피해를 최소화했는데, 만약 혼란에 빠진다면 알제리의 미래는 매우 불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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