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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한-터키 FTA 발효와 니치마켓

튀르키예 홍성민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3/05/21

중동 최초의 FTA 체결
아시아, 중남미, 유럽에 이어 중동에서도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었다. 한-터키간 FTA가 그것이며, 2013년 5월 1일 중동에서 터키와 최초로 자유무역이 개시되었다. 물론 중동지역에서 터키보다 앞선 시기인 2008년 7월 걸프아랍국가들의 경제공동체인 GCC와 협상을 시작했지만 2009년 7월 제3차 협상 개최이후 한-GCC FTA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이밖에도 중동에서는 2009년 이스라엘과 FTA에 관한 연구가 민간차원에서 이뤄지긴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이듬해 곧바로 종료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동지역에서 한-터키 간 FTA 발효는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한다.

터키는 지정학적으로 유럽국가인 동시에 아시아국가에 속한다. 아울러 터키는 무슬림국가인 동시에 비아랍 중동국가이다. 중동의 비아랍 3개국, 터키, 이란 및 이스라엘은 이 지역의 정치, 경제의 모든 측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가운데 무슬림국가인 터키는 비아랍국가인 이란과 이스라엘 및 주변 아랍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핵심국가이다. 이밖에도 터키 주변에는 EU 국가들과 에너지 자원부국 중앙아시아국가들이 있다. 또한 아프리카 진출기지로서 마그레브지역의 리비아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국가들과도 돈독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가 터키다.

한국과 터키는 2010년 3월 FTA 협상을 시작하여 2012년 8월 1일 양국 간에 FTA가 체결되었다. 그 후 양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 2013년 5월 1일부터 한-터키간 FTA가 발효된 것이다. 2011년 7월에는 한국과 유럽국가들 간에 한-EU FTA가 발효되었고 1996년 1월 EU와 관세동맹을 체결한 터키는 EU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기에 한-터키 FTA 발효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한-터키간 FTA 발효로 기대되는 직접적인 효과는 관세인하이며 간접적인 효과는 무역과 투자환경 개선에서 나타날 수 있는 효과로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이보다 더 큰 기대효과는 EU 내지는 주변 국가들은 물론 멀리 북아프리카 지역의 진출기지로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터키
터키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덧붙여 풍부한 노동력을 갖춘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국가이다. 터키는 한반도 면적의 약 3.5배에 달하는 광대한 국토에 8,000만 명의 대규모 인구와 다양한 자원을 갖고 있다. 특히 65세 미만 인구비중이 90% (2010년 기준)인 점은 노동시장과 소비시장에서 커다란 매력으로 작용한다.

2001년 심각한 금융위기를 경험한 터키는 IMF 프로그램에 따라 과감한 경제개혁을 추진하여 연평균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03년 대외지향적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터키정부의 외국인투자법 개정으로 외국인투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 결과 해외직접투자(FDI)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터키는 포스트 브릭스 (post-BRICs) 시장으로 불리고 있다.

터키는 우리에게 흔히 ‘혈맹의 나라’ 또는 ‘형제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 표현은 월드컵 때도 그랬고 6.25 참전용사를 언급할 때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수식어다. 하지만 16개 참전국들 가운데 유독 터키가 ‘강조’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는 다소 무관심한 편이다.

이스탄불 전쟁기념관에 가면 한국전쟁 관련 전시관이 있는데 대부분 관광객들은 이곳에 들른다. 하지만 돌아설 때 씁쓸한 감정은 한국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느꼈을 것이다. 전시관 입구의 커다란 석판에 세계 각국어로 “세계평화, 국내평화”라는 말이 흥미롭고 이채롭다. 그러나 한국어 표현은 눈에 띠지 않아 허전함을 느낀다. 이 단순한 아쉬움은 그동안 우리의 무관심을 연상시킨다. UN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혈맹의 나라 한국으로서는 이제 문화적 관계에도 큰 배려를 해야 한다. 터키의 전쟁기념관에서 한국어로 된 “세계평화 국내평화”라는 동반자로서 터키의 모습을 보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터키에 대해서 우리는 ‘혈맹관계’는 강조해왔지만, 다른 관계, 특히 경제관계에 대해서는 소홀한 점이 없지 않았다. 터키인들이 한국에 섭섭한 마음이 있다면 바로 이 점일 것이다. 이제라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터키를 재인식해야 할 때다.

터키와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참전을 통한 오랜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 외에도 외교적으로도 반세기 이상 오랜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57년 3월 8일 중동국가로서는 최초로 공식수교를 통해 중동외교의 첫발을 디딘 나라 또한 터키다. 여기에 중동 최초로 FTA가 성사되었으니, ‘전략적 동반관계’를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도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무역불균형 해소가 경제협력의 근간
한-터 경제관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무역불균형 현상’이다. 2012년 기준 한국의 대 터키 수출액은 46억 달러로 한국은 38억 8천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별 교역에서도 2012년 한국의 대 터키 수출 주요품목은 선박, 자동차, 합성수지, 철강판, 자동차부품, 무선통신기기, 평판 디스플레이 및 센서, 플라스틱 제품, 공기조절기 및 냉난방기, 컴퓨터 등으로 전체 수출비중의 약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은 사실상 그동안 양국 간 경제협력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번 FTA 발효로 지나치게 한국의 경제적인 이익만 강조한다면, 오히려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될 수도 있다. 다소 작은 이익을 양보하더라도 거시적 안목에서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모색하는 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한-터키 FTA 발효 이후 관세인하로 인한 수출 증가로 5년간 6.3억 달러 이상의 교역증대 효과와 4.4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한-터키 FTA로 생산파급효과는 5년간 약 1.2조원 정도이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실질 GDP도 발효 후 4년 기준 0.01%, 10년 기준 0.03%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향후 10년간 양국 간 수입액 및 수입품목은 아래 <표>와 같다.

 

<표> 10년 이내 관세 철폐되는 양국간 수입액 및 수입품목

 

한국

터키

 

수입액

수입품목

수입액

수입품목

공 산 품

99.6%

92.2%

100%

89.8%

농수산물

96.7%

52.5%

96.8%

52.7%

자료: 한국수출입은행, 2013, ⌜한·터키 FTA 발효 이후 대 터키 산업협력 증진방안⌟.


현재 한국의 대 터키 주요 수출품목의 관세율은 철도차량 6.7%, 철강 5.4%, 전기기기 2.8%, 기계부품 1.7%, 광학 정밀기기 1.6% 등으로 한-터키 FTA 발효로 관세가 철폐될 경우 철도차량, 철강, 수송 장비 등의 분야에서 한국 수출기업이 상당한 관세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산물의 경우 양국 간 민감한 사안인 쌀, 쇠고기, 돼지고기, 신선과일 및 양념 채소 등은 10년 이내에 관세가 철폐되지만,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인 인스턴트를 포함한 면류와 김치 등은 즉시 관세가 철폐되어 당분간 한국수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누적돼온 만성적인 무역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긍정적인 경제협력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물론 단기적 측면에서 무역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란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양국 간 경제협력이 대두된다. 따라서 터키 그 자체보다도 그 주변 시장진출에 관심을 갖고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터키 주변에는 EU라는 유럽의 큰 시장이 있고, 중앙아시아의 신흥개도국들이 있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한-터키 간 FTA 발효는 양국 간에 경제협력의 기틀을 마련해주고 있다. 관세철폐와 관세인하는 양국이 협력하는 한 주변국진출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니치마켓(niche market), 즉 ‘틈새시장’의 개척이다. 양국에 경쟁력 있는 자동차, 전자제품 및 섬유제품 등은 니치마켓에서 좋은 활로를 열어 줄 수 있다. 

 

니치마켓에서 상생의 활로 모색
만성적인 무역불균형 문제를 안고 출범한 FTA가 경제개발모형이 비슷한 두 국가 사이에서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란 쉽지 않다. 양국의 상생을 위해서는 공동의 이익창출 모델을 찾는 길만이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다. 크게 보아 유럽과 중앙아시아 시장은 그 활로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EU 가입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터키는 1963년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의 준회원국 지위를 얻었고, 1987년 정회원국 지위를 신청하여, 1992년 서유럽 연합의 준회원국이 되었다. 1995년에는 EU와  관세동맹 협정을 맺었고 2005년 이후 정회원 가입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협상은 아직 난항 중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은 2010년 5월 한-EU FTA를 서명함으로써 1996년 터키가 체결한 EU FTA에도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 터키입장에서는 한국과의 FTA 체결로 EU 가입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양국을 입장을 고려하면 터키는 분명 한국의 EU 시장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국가가 될 것이다.

터키는 OECD, G20 뿐만 아니라 이슬람국가와 중앙아시아국가들과도 폭넓은 경제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터키는 이슬람회의기구(OIC), 경제협력기구(ECO), 흑해경제협력기구(BSEC), D8 등 다양한 경제협력기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주목을 끄는 기구가 ECO 인데 1964년 이란, 파키스탄과 함께 창설한 지역개발협력기구(RCD)를 1985년 ECO로 확대 개편하여 중앙아시아의 7개국이 여기에 참가하고 있다. 무슬림국가인 동시에 에너지 자원부국들인 이 국가들은 현재 이머징 마켓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터키 간 경제협력이 이루어질 경우, 중앙아시아의 에너지자원개발과 이의 소비시장인 유럽과 인접해 있는 터키는 한국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한-터 양국은 에너지자원 개발, 건설업 및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소비시장에서도 최상의 협력파트너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아프리카 시장진출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도 있다. 따라서 한-터키 FTA에 관한 기대효과는 단순히 터키 자체에 대한 경제적 이익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주변 니치마켓의 활용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걸치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커다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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