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Zero 인플레이션과 Zero 성장: 왜곡된 금융 정책의 결과

우크라이나 오영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2013/07/10

균형이 깨진 경제 상황
올 상반기 우크라이나 경제는 독특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제로(zero) 수준인데 경제 성장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10% 가량 상승한 명목 임금 효과로 내수는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사실 정부 예산의 절반 이상은 부가가치세(VAT)에서 나오고 있고, 그 밖에 소비세(Excise tax)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세원이 전체 정부 예산의 60% 가량을 차지할 정도인데, 이 중 상당 부분은 수입품을 포함한 내수 시장 소비에서 거둬들여 지고 있다.

[그림 1] 우크라이나 GDP, 소매시장 성장률

자료: 우크라이나 통계청

특이한 점은 빠른 소비 성장에도 불구하고 저축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6.5%의 저축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현지통화(Hryvnia) 저축은 12.6%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외환 저축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금 금리 흐름이 일반적이라면 이러한 현상은 문제될 내용이 아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현지 예금금리는 전월 10.77%보다 낮아진 평균 연 10.21%이고, 올 5월 외환 예금 금리는 연 6%를 넘고 있는데 이는 전월 5.32%보다 오른 추세라고 한다. 즉, 금리가 오르는 외환 예금은 저축이 감소하고 금리가 낮아진 현지화 예금은 늘어나는 상황인 것이다.

[표 2] 우크라이나의 현지화와 외환 예금 금리

자료: 우크라이나 통계청


엉성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버티는 금융시장
우크라이나는 올 1분기에만 GDP 대비 5.4%의 재정적자 상태인데, 평균적으로 매월 40억UAH(우크라이나 흐리브냐)의 적자를 보이고 있어 쉽사리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보여 진다. 현재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1~5월 사이 총 215억 UAH의 정부 채권을 발행했고,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5월에만 11억 UAH의 정부 채권을 인수했다. 즉, 우크라이나 정부의 예산 부족은 소위 양적완화를 통해 고비의 순간들을 현재 넘기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비록 현재 우크라이나 시중은행들이 두 자리 대의 예금이자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정부가 높은 이자를 지불하고라도 돈을 계속 빌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거의 제로 인플레이션을 근근이 유지하며 은행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중앙은행이 정부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 은행시스템에 거의 무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성장 없는 물가 안정이라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한 번 정리를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저축이 늘어나는 이유는 물가상승은 없는데 예금금리가 10% 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금융 정책이 지속되면 결과적으로 시중 은행들의 유동성은 넘쳐날 수  밖에 없고,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낮추려고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현재 10% 초반대 현지화 예금금리가 6% 외환 예금 금리 수준에 근접해 질 것이고, 금리가 낮아지면 예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점점 약해지며 그 돈은 다시 소비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는 저축 증가와 제로 인플레이션의 동시 종말을 뜻하는 것이다.

여전히 수입 완제품에 익숙한 내수시장
현재 우크라이나 경제 전반을 볼 때 금융 상황만이 독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경제 전반이 왜곡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경제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무역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 우크라이나 전체 수입의 26% 가량을 차지하는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이 1/4가량 감소했고, 전체 수입의 17% 가량을 차지하는 가스 비중도 올해는 14%대로 다소 줄어들고 있어 올 해 무역수지 적자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전체 수입의 43% 가량을 차지하는 에너지 부분 수입이 대폭 줄어들고 있음에도 전체 수입은 6.4% 가량 밖에 감소하지 않고 있다. 이 얘기는 다른 분야의 수입은 크게 늘고 있다는 해석으로 연결된다. 내구재 소비품목이나 식품들은 두 자리 대의 수입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표 1] 우크라이나 주요 품목의 대외 교역 비중(올 1~4월)

품목

수출(%)

수입(%)

철강 및 비철

농산물

기계설비

에너지

화학 제품

목재 및 목재 제품

산업재

기타

27.6

24.9

16.7

12.0

9.7

3.4

2.3

3.4

5.9

11.2

24.5

25.2

16.0

2.8

5.4

9.0

Total

100

100

자료: 우크라이나 통계청

한 마디로 우크라이나는 에너지를 수입하여 국내에서 제품 생산을 하겠다는 의지, 정책은 그리 보이지 않고, 여전히 완제품을 수입하여 소비하는 데 급급한 듯하다. 소비는 늘고 무역 수지는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워낙 국내 제조 기반이 약해서인지 아니면 수입 에너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지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 보다는 여전히 완제품을 수입해서 소비하는 것이 저렴하게 인식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우크라이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동의하기는 어렵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