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경찰의 칠레대학교 진입: 폭도 진압인가 인권 유린인가

칠레 민원정 칠레가톨릭대학교 아시아학센터 교수 2013/07/22

지난 6월 13일 시위대 진압을 위해 경찰이 칠레대학교에 난입한 일을 두고 칠레에서는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다. 사건의 정황은, 공공교육의 개선을 주장하는 시위대 중 일부가 칠레대학교를 점거하고 학교 본관에서 대학 건물 밖에 있던 경찰들에게 화염병을 난사하자 경찰이 대학 건물에 들어가 이들을 검거한 것이다.

사건과 관련해 6월 19일에는 칠레 하원의원 내 공공안전위원회가 주관한 조사위원회가 열렸다. 위원회에 참석한 빅토르 페레스 (Victor Perez) 칠레대학교 총장은 경찰이 대학에서 즉각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학생들에 대한 폭행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구스타보 곤살레스 (Gustavo Gonzalez) 경찰청장은, 경찰은 경찰에 대항하여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자에 대하여서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그는 계속해서, 사건 당일 비디오를 보면 몇몇 시위 가담자들이 경찰을 향해 화염병은 물론 각종 집기를 던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경찰은 행정적으로나 원칙적으로 적합한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스 차드윅 (Andres Chadwik) 내무부장관은 이번 일은 유감스럽게도 상식을 벗어났다며 경찰은 그들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될 경우 폭력과 범죄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칠레 곳곳에서 칠레 공공교육의 개선을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은 칠레대학교를 비롯한 국립대학교와 국공립중고등학교 학생들과 부모들이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같은 국립대학교 내에서도 졸업 후 비교적 취업이 용이한 학과의 학생들은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 공공교육의 개선 중에서도 무상교육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대해서는 피녜라 (Pinera) 대통령도 지난 5월에 이미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시위는 작년만큼 활발하지는 않았으나 이번 칠레대학교 경찰난입 사건 이전에도 칠레 곳곳에서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칠레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세실리아 세풀베다 (Cecilia Sepulveda)는 경찰의 칠레대학교 난입은 칠레의 상징인 국립대학교에 위협을 가한 것이라고 말하는 한편, 학생들의 요구에 정당성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학생들이 학교를 점거한 일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학교 점거는 폭력을 야기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여타 사회운동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다. 그녀는 공공교육기관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만한 충분한 재원을 갖추고 있지 못하는 점 또한 강조했다. 실상 칠레대학교는 지난 몇 년간 국내외 대학랭킹 경쟁에서 사립대학인 칠레가톨릭대학교에 뒤지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 모두 복면을 쓰고 있었고 검거된 29명 중 칠레대학교 학생은 단지 6명뿐이었으며 심지어 11명은 미성년자였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대학관계자는 검거 전 어떤 기준으로 그들이 학생인지 아닌지를 단번에 파악하고 검거가 가능했는지에 대해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칠레 인권위원회 위원장 로레나 프라에스 (Lorea Fries)는 시민들의 시위를 진입할 당시 공권력의 남용이 있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시의 시장 카롤리나 토하 (Carolina Toha)는 이번 일이 누구의 선에서 결정된 일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산티아고대학교 총장 마누엘 솔레씨 (Manuel Zolezzi)는 “내가 만일 내무부 장관이고 대학 내 진입을 허락했다면 분명 윗선에서 그것을 지지할만한 속내가 있었을 것이고 그 속내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시의회 의원 세실리아 페레스 (Cecilia Perez)는 칠레대학교 총장은 범죄자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칠레가톨릭대학교 총장 이그나시오 산체스 (Ignacio Sanchez)는 언론의 지나친 보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언론도, 각자의 주장도 아닌 객관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법에 의존할 필요가 있다면 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칠레대학교 난입 이후 언론의 보도와 정계 및 학계는 물론 일반 여론의 엇갈린 논란도 그치질 않고 있다. 지난 7월 5일 칠레대학교의 영향력 있는 몇몇 교수들은 칠레 최대의 일간지인 엘메르쿠리오 (El Mercurio)지에 공식 서한을 보냈다. 교수들은 이 서한에서 경찰의 캠퍼스 점거는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것이며 복면을 한 자들과 교육의 옹호 사이에 정확히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시위대의 대부분은 학교와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의문을 제기하며 공존의 원칙을 어긴 경찰에 대하여 적절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또한 “파업은 우리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의 권익을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권리를 짓밟는 투표는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파업 대신 학업을 계속 하고 싶은 학생들의 수가 비록 소수라 할지라도 그들의 권리를 다수가 짓밟아서는 안 된다”며 학생들의 무기한적인 파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몇 년 째 지속되고 있는 공교육개선요구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신분이 불확실한 일부 시위대가 상가 및 공공기관 건물을 파손하고 물건을 약탈하는 등의 행위를 일삼으면서 시민들의 지지를 잃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치게 무상교육만을 주장하면서 설득력을 잃었고 시위 양상이 점차 본질을 벗어난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차드윅 내무부 장관은, “칠레 어디에서든 범죄가 발생했다면 집주인이나 대학의 총장이나 심지어 성당 교구에도 허락을 구할 이유가 없다. 경찰은 범인을 검거해야 한다. 범인들 화염병을 던지고 기물을 파손하고 있었다. 경찰은 범죄자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이번 일로 대학의 권위가 손상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공공교육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지만, 무조건적인 파업이나 무상교육주장, 그리고 폭력적인 시위 대신 합리적인 방법으로 칠레가 이 문제를 해결해 내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El Mercurio
Canal 24 hrs.
Emol.com
Radio Cooperativa
Terra.cl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