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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세계 무역과 금융의 허브로 재도약하는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3/10/16

모라토리엄, 그 후


2009년 11월,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이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의 와중에도 두바이 붐은 멈출 줄 몰랐고, 그저 스쳐지나가는 바람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선 1929년 세계 대공황에 버금가는 국제금융위기가 두바이를 외면한 채 비껴가지는 못했다. 두바이의 채무불이행 사태는 국제금융시장을 다시금 얼음판으로 내몰았고, 두바이는 문자 그대로 공황(恐慌) 상태가 되었다. 투자자들이 짐을 챙겨 떠났고, 마천루속의 사무실은 텅텅 비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두바이는 막대한 외화차입을 통해 ‘버즈 두바이’ 같은 세계 최고층 건물을 건설하며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였다. 하지만 ‘사막의 기적’으로 불리던 두바이의 성장도 국제금융위기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했다. 당시 두바이월드 부채규모는 590억 달러로 두바이 전체 부채 800억 달러의 75%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두바이월드는 사실상 두바이 경제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두바이월드의 파산은 두바이 전체의 파산을 의미했다. 2006년 두바이의 지도자 세이크 모하메드 칙령에 의해 설립된 두바이월드는 세계 최대 인공 섬 프로젝트인 ‘팜 주메이라’ 사업으로 유명한 니힐과 세계 3위 항만업체인 DP월드 등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두바이 채무불이행 사태의 근본원인은 과도한 외환차입과 그에 의한 거대 토목공사로 대표된다.
한국의 충격도 매우 컸다. 모라토리엄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의 대형 개발공사에는 ‘두바이 모델’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다. 더욱이 그 무렵 국내에서는 이슬람금융의 활용과 도입에 관한 논란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모라토리엄, 그 후 ‘두바이 모델’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고 최근엔 아예 거론조차 없다.

 

최근 국제기관의 경제지표에 따르면 “두바이는 뚜렷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빠르지는 못하지만 안정적인 성장이 약속된 곳”으로 언급되고 있다. 2006년 이후 실질 GDP 성장률은 4.4%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2012년 재정상태도 자본지출에서 GDP의 3%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당좌계정 흑자도 고유가와 비석유부문 수출 덕택으로 GDP의 17.3%로 증가되었다. 은행예탁금 또한 2008년 이후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8.6%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회복세에 힘입어 2013년 2/4분기에는 주택가격이 1년 연속 상승하여 과거 12개월 동안 주택가격에서도 아파트 38%, 빌라 24% 상승했으며, 임대료도 각각 20% 및 17% 상승하였다.

 

이에 덧붙여 재정위기로 실업난에 헤매는 스페인, 그리스, 이태리 등 유럽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아울러 그 동안의 공백을 메우고 중국과 인도가 이곳에서 왕성하게 상업 활동을 한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해서 안 된다.

 

이제 두바이를 제외하고 중동진출을 논하는 것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두바이는 무역과 금융의 허브가 되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해왔고 그 노력이 한차례 폭풍을 맞은 후 재도약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가 모래위에 세워진 거대도시이긴 하지만 사상누각(砂上樓閣)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다시 부활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지정학적 위치와 개방정책(開放政策)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3대륙을 잇는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와 대외개방(Open Door)


한국에 있어서 ‘두바이 붐’은 석유와 금융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유가는 자연히 자본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물론 아랍에미리트가 산유국으로서 막강한 오일달러를 소유하고 있긴 하지만, 두바이의 성장이면에는 다른 측면, 즉 지정학적 유리함과 개방정책이라는 다른 요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두바이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점이 두바이의 몰락을 지켜보지 않고 주변 국가들이 도와준 배경이다. 두바이의 몰락을 지켜만 볼 수 없었던 아부다비는 3차례에 걸쳐 총250억 달러를 지원하며 급한 불을 꺼주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두바이의 존재가치’이다.

 

두바이는 UAE의 두 번째 도시다. 경제규모로 친다면 아부다비와는 비교가 안 된다. 대부분의 유전이 몰려있는 아부다비(매장량: 아부다비 920억 배럴, 두바이 4억 배럴)는 UAE 전체 재정의 85%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항이나 인프라 구축면에서 아부다비는 두바이를 능가하지 못하며 인지도나 브랜드에서도 두바이에 뒤쳐진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마찬가지이다. 유전규모나 경제력 면에서 UAE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막대한 오일머니를 갖고 있지만 아직은 두바이 자유무역항이나 금융센터를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 두바이의 존재가치는 이 점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기에 두바이의 회생(回生)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앞서 항상 예측불허의 정세불안이 발생하는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위치문제는 보다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3대륙의 교차지점에 위치하는 두바이는 동서(東西)의 경제력 이동뿐만 아니라 남쪽의 아프리카 성장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세계 인구의 40%가 인도양 주변에 살고 있으며, 두바이의 지리적 위치는 그들의 교역증가와 금융관계를 위한 금융의 교차로에 있다. 두바이는 아프리카를 가로질러 투자하는 회사들을 위한 허브로 계속 각광을 받고 있으며, 지부티에서 세네갈, 에미리트까지 조업하는 항구인 두바이포트월드(Dubai Ports World)와 같은 거대한 항구와 두바이로부터 전 세계 모든 주요도시를 논스톱으로 비행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유일한 항공사인 에미리트항공(Emirates Airlines)의 근거지이다. 게다가 두바이는 약3억 명의 아랍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회사들의 효과적인 상업적인 중심지이다.

두바이의 인구구성은 매우 독특하다. 내국인보다는 외국인의 비중이 매우 높은 구조를 갖고 있다. 150만 명에 이르는 두바이 인구의 대다수는 외국인이고, 그 가운데서도 인도나 주변국가들 (최근에는 중국)의 노동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재정위기이후 스페인, 그리스, 이태리 등의 젊은이들은 이곳을 ‘기회의 오아시스’라 부르며 몰려들고 있다. 

 

UAE의 가장 큰 장기적 도전은 인구학적 문제가 될 것이다. UAE와 카타르는 토착 원주민이 외국인의 유입에 비해 거의 사라진 국가로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의 인구는 과거 십년사이에 3배로 증가하였다. 따라서 UAE가 짊어진 가장 큰 도전은 “경이적인 근대화 이면의 에미리트 정체성”에 관한 것이 될 것이다.

 

1970-1980년대 레바논 몰락이 시민전쟁으로 돌입했을 때 두바이가 혜택을 받았던 것처럼, UAE는 지금 이라크,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및 이집트 등으로부터 매달 1만5천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을 흡수하고 있다. 최상의 광명(光明), 최고의 부(富)를 외치며, 시민전쟁이나 민주주의에 넌더리를 내는 주변 국가들의 아랍인들이 두바이에 기회의 땅으로 베팅을 걸고 몰려오고 있다.

 

UAE는 그동안 도전조차 없는 인기 있는 지도력과 함께, ‘아랍의 봄’ 혜택을 누려왔다. 이집트, 시리아 및 여타 아랍 국가들에서 고통으로 부터의 자유는 두바이의 존재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해주고 있다. “두바이는 중동에서 당신의 존재를 잊기 위해 오는 곳” 이라는 말이 있듯이, 두바이는 새로운 도전에 맞서며 앞날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중국과 인도의 영향력이 향후 두바이 성장 좌우할 듯


두바이 경제의 가장 중요한 부문은 원유보다는 대외무역이다. 두바이가 아부다비를 제치고 ‘중동의 경제허브’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90년대 활기찬 석유의존경제를 탈피한 중계무역기지의 구축이었다.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무역기지에 과감하게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고 상품교역 활동에 심혈을 기울인 덕택이다.

 

2012년 GDP 대비 무역의 2.5배 성장은 중동지역 및 세계에서 재수출 교역의 허브로서 두바이의 강력한 위치를 반영하고 있다. 원료의 반입 및 완성뿐만 아니라 관광분야이외에 무역은 2012년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2011년 34억 에미리트 디르함(AED)의 해외직접투자(FDI)를 유치했고, 77개 해외회사들을 불러들였다. 이로써 두바이는 유로존 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및 인도 등 신흥시장으로부터 자본유입으로 이익을 볼 수 있었으며, FDI는 주로 원자재 구입, 관광 및 병원 분야에 주로 투자되었다.

자유무역지대 또한 FDI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두바이 경제개발성은 2010년 1분기에 3,584개의 비즈니스 라이선스를 발행하였고, 이는 2009년 1분기 대비 30% 성장한 것이다.  UAE의 은행부문은 이 지역에서 다른 부문과 견주어 볼 때, 경제규모에 비해서 가장 규모가 크고 뿌리 깊은  분야 가운데 하나이다. 

두바이는 또한 통과승객들의 장기체류를 목적으로 관광분야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두바이 국제공항에 78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는 2018년까지 9000만명의 승객을 유치하기 위한 능력을 갖추기 위한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건설과 무역은 두바이 경제에서 향후 GDP 성장에 있어서 비석유부문에서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UAE의 가장 큰 교역 파트너는 중국과 인도이다. 인도인들은 두바이에서 두 번째로 많은 투자가들이다. 그들은 멀리 떨어진 이산가족의 가장 편리한 상봉장소로서 이곳에 무리지어 살고 있으며, 그런 이유로 “두바이는 인도의 가장 잘 나가는 도시”로 불려진다.  

 

아울러 두바이는 2,000개 이상의 회사들과 함께 중국의 중요한 전초기지가 되었다. 최저가로 팔리는 중국제품이 있는 드래곤 마트(Dragon Mart) 단지는 아프리카와 유럽의 합작투자를 협상하는 국가주도의 은행을 포함하여 18만 명의 중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두바이국제금융센터(The Dubai International Financial Center; DIFC)는 법적, 금융적 회계 및 기타 서비스를 위한 원스톱 샵을 제공하면서 중국인들의 중립적인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초강대국들의 파워게임에서 두바이는 중립적인 역할을 현명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과는 중요한 무기거래, 중국에 대해서는 대규모 에너지 수출, 유럽으로 부터는 수십억 달러 투자 등이 기술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 중국이 중앙아시아를 횡단하여 중동을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과 철도를 건설하여 ‘말라카 함정(Malacca trap)’을 피할 수 있건 아니건 간에, 그것은 중동과 아프리카에 이르는 허브로서 여전히 두바이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아무튼 두바이는 세계의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새로운 “기회의 땅”을 제공하고 있으며, 인프라 구축을 통한 기회창출을 위해 국내외 모든 이들에게 강력한 교육지원을 하고 있다. 아울러 두바이의 잘 구축된 금융서비스 인프라와 법인조례 등은 동남아시아 금융센터인 싱가포르와 경쟁하는 새로운 경쟁지로서 중동-북아프리카(MENA)를 위한 금융센터 역할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가 두바이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두바이가 무역과 금융의 허브로 재도약할 수 있다는 여건”에 있다. '2020 EXPO'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UAE와 한국이 지난 10월 13일 54억 달러 규모의 3년 만기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중동진출의 새로운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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