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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1990년대 세대들의 성장과 알제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3/10/24

10월 5일 : 알제리 동부 바트나 시에서 19살 여학생이 니캅(niqab)을 착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로부터 칼에 찔려 중태에 빠짐. 안나바 시에서는 두 명의 시험 감독관이 칼을 소지한 학생에게 협박당함. 두 명 중 한 명은 임산부였음.


10월 8일 : 알제리 서부 오랑 시에서 의사와 그의 동생이 면도칼을 지닌 젊은이들에게 린치를 당함. 중부 티파사시에서 아버지가 보는 면전에서 가정에 침입하여 여러 명의 딸을 성추행함. 다행히 마지막 순간에 순찰대에 발각되어 극단적인 상황은 모면함.


10월 10일 : 카빌리 지역에서 마을 주민들 간의 사소한 충돌로 13명이 심각한 부상을 당함.


10월 11일 : 남부지방 가르다야에서 이슬람 말리키파(이슬람 순니 4개 법학파 중 하나이며 알제리에서 주로 믿는 법학파이다) 와 이바디즘(이슬람 카와라지파의 일파로 알제리의 음자브지역에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으며 타부족에 대해 배타적이다) 간의 충돌이 발생하여 이틀 동안이나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상대 지역을 무차별 방화함.

 

2013년 10월 초 중순에 일어난 대표적 폭력 사건과 그 양상을 요약한 것인데, 이들 4개 지역은 알제리에서 지정학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다. 이들 지역 이외에도 최근 들어 알제리 전역에서 학교나, 도로, 길가, 행정기관, 가정에서까지 폭력이 만연하고 있다. 최근 정치적 요소에 의한 부패와 테러 등이 알제리의 불안 요소라고 하지만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폭력으로 알제리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폭력(테러와는 다른)에 대한 문제가 그다지 노출되지 않는 알제리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다면 매우 심각한 일이다. 폭력이 전 세대 층에서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가장 만연한 세대가 1990년대 출생하여 어린 시절을 보낸 2-30대에게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며 알제리 사회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일상의 사건이라는 인식에서 너무 만연한 폭력에 대해 언론에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이유이다 (El Watan 10월 19일).


젊은 세대들의 폭력에 대해 언론은 물론 알제리 내 NGO, 사회학자 등은 1990년대 테러리즘 시기의 후유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무차별 살상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젊은이들이 성인이 되어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트라우마에 의한 폭력이 빈번하지만 국가가 전혀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최근의 여러 정치사회적 불안이 폭력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잘 알려졌듯이 1990년대 테러리즘 시대는 무장 이슬람 그룹(Groupe Islamique Arm, GIA)이 알제리 정부를 공격한데서 시작되었다. 당시 알제리 정부는 이슬람 강경파가 선거에서 승리하자 선거 무효를 선언했고 이에 반발한 GIA가 공격을 감행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벌어진 10년 이상의 내전에서 약 15만 명가량이 사망했다고 알려졌지만 더 많은 사망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8년에는 살라피스트 선교 전투 그룹(Groupe Salfiste pour la Prédiction et le Combat, GSPC)이 결성되어 GIA로부터 독립하였다. GIA가 너무 잔인하고 강경했기에 독립했지만 그들의 세력은 GIA를 능가하는 투쟁단체로 성장했다. GIA는 훗날 오사마 빈라덴의 알카에다와 연계하여 마그레브 알카에다로 개칭한다. 이후 외국인들과 국가 주요 시설에 대한 폭탄테러를 감행하였고, 정부군도 비상을 걸고 도시와 산악 지대에서 알카에다 세력에 대한 소탕 작전을 벌이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지금도 알제리에 가면 어딜 가든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풍경이 검문이다. 특히 수도 알제는 물론이며 산악지대, 고원지대, 사막지대까지 전 지역에 걸쳐 장총을 메고 검문을 일삼지만 테러는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일상화된 테러 속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알제리 청년은 어떤 세계를 상상할 수 있을까? 실제 필자가 겪었던 여러 사례들을 보면 폭력이 얼마나 일상적인 일인지를 알 수 있다. 필자는 2년간의 알제리 생활 동안, 그리고 지금도 일 년에 한 번씩 장기체류하는 동안 장거리를 빼곤 거의 대중교통을 활용하거나 도보로 움직인다. 그러다보니 알제리인들이 말하는 ‘부와유’(Voyou), 속칭 ‘깡패’들을 만나는 일이 아주 일상적이다.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젊은이들, 배속에 감춰진 칼을 드러내며 위협하고 필자의 반응을 지켜보는 젊은이들, 길거리에서 죽기 살기로 싸움 하는 젊은이들, 신체적인 접촉이 없이도 버스나 식당, 슈퍼마켓 등에서 고성을 지르며 말싸움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게다가 길거리를 걷다보면 늘 누군가가 따라오곤 한다.


알제리 사회의 병이랄 수 있는 폭력 치료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 있는 알제대학교 의대 교수이며 FOREM(National Foundation For Health Progress and Research Development) 총재인 무스타파 키아티Mustefa Khiati 교수, 한국을 수차례 방문하기도 한 그는 대표적인 친한파 인물로 한국의 제도와 기술을 알제리에 접목시키려 노력하는 인물이다. 알제리 전국에 FOREM 센터를 20개 이상을 갖고 있으면서 폭력과 마약치료, 교육, 여성의 재취업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UN, UNESCO 등의 국제기구나 알제리 거주 외국 대사관들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필자 또한 알제리에 머무는 동안 FOREM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여 알제리의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생각을 갖게 한 단체이다. 그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폭력에 관한 내용을 빌어본다.


“우리는 90년대 암흑의 시기가 지난 이후 과정을 살고 있습니다. 1997년 당시 5-10살이었던 아이들이 오늘날 18-23세 층을 이루고 있죠. 알제리 사회에서 전체적으로 청소년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19-23세의 젊은이들이 갈수록 15-18세 청소년들 수준의 행동을 하고 있죠. 그들은 집단으로 몰려다니면서 집단행동을 일삼고, 똑같이 나쁜 짓을 일삼기까지 합니다.
폭력의 피해자들은 자신들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을 학대하고 괴롭힘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과거에 끔찍한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고통 줌으로써 희열을 느끼는 거죠. 1991-1999년 사이 연간 16,000명의 어린 아이들이 심각한 범죄 행위 수준의 잘못을 저질러 소년원에 감금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도 미성년자의 경우 큰 처벌을 받지 않았고, 알제리 사회에서는 대개의 경우 경찰서나 헌병대에서 부모님과의 합의에 의해 대개 해결되곤 했죠. 알제리 사회의 관습 전통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런 방식이 오히려 부패와 아이들이 범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을 교육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시설 등이 현격히 부족하고요. 현 시점에서 청소년에 대한 국가의 지원 및 교육, 법적 장치 등을 제고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의 시선, 목소리, 특히 여성을 대할 때 나타나는 행동 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순 없습니다”.(El Watan 10월 19일)

 

폭력은 기존의 알제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어른에 대한 공경심, 타인에 대한 신체 공격을 하지 않던 알제리사회를 고려한다면 상당히 충격적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 젊은이들이 작은 폭력에만 그치지 않고 이후 사회생활에 대한 좌절, 예를 들어 높은 실업률과 사회적 부패로 인해 반정부 투쟁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사회적 불안이 불과 7-8년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었다는 사실은 알제리가 처해 있는 가장 불안한 요소이다. 알제리를 비롯한 마그레브지역에서 길가에서의 담소는 그들의 여가 문화와도 같다. 마땅히 즐길만한 여가가 없는 그들에게 길가에서 이웃과 친구와 혹은 지나는 행인과 대화를 나누고 바라보는 일은 그들에게는 중요한 문화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공간까지도 갈수록 폭력 장소로 변질되고 있음에 새삼 놀라게 된다. 더 나아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가담하는 젊은이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알제리 사회의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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