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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멕시코 정부의 최근 신자유주의 개혁 드라이브와 비판적 사회운동

멕시코 안태환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2013/11/12


 멕시코 대통령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는 2012년 12월 1일 취임했다. 그는 우파 정치인이다. 그와 경쟁을 한 야당 대통령 후보는 로페스 오브라도르였다. 좌파 정치인인 오브라도르는  6년 전 2006년 대선에서도 전 대통령 펠리페 깔데론에게 패배한 바 있다. 현재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아주 중요한 두 개의 신자유주의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 현재 이 둘 모두의 구조 개혁을 동시에 건드리고 있는 것은 엔리케 대통령이 신자유주의 구조 개혁 작업에 자신감을 가진 유능하고 설득력을 갖춘 정치인인 것 같다. 하나는 국영석유공사(PEMEX)의 일부 민영화로 대표되는 에너지 부문 개혁과 다른 하나는 교육의 효율성을 내세워 교사들에 대한 평가 제도를 강화하려는 교육개혁이다. 두 가지 구조 개혁의 명분은  효율성의 확보를 통한 국가(경제)발전의 성취라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기초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멕시코에서 초장기 집권을 경험한 제도혁명당(PRI)당 소속이다. 2000년의 비센테 폭스와 2006년의 펠리페 깔데론의 국민행동당(PAN)을 제외하면 1929년부터 약 70년 이상 계속해서 집권한 PRI당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 PRI당의 이데올로기는 민족주의였다. 현재 엔리케 정부의 에너지 구조개혁에 대해 많은 멕시코 시민들이 반대하는 것도 멕시코의 정치적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민족주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재 집권당의 정책을 비판하는 사회운동 세력이 대중에게 호소하는 것도 멕시코의 자원과 부를 외국에 빼앗길 수 없다는 주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헌법 제 27, 28조에 위배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정치적 의미에서 PRI당의 정치적 성격은 노동자들을 포용하는 것이다. 이런 성격이 현대 멕시코의 정치적 전통이 된 것은 1910년에서 1917년까지 있었던 멕시코 혁명 때문이다. 이 혁명의 내전에서 급진파가 패배하고 온건파가 승리했지만 혁명의 대의를 정치적 명분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1917년의 멕시코 헌법은 근대성과 자유주의, 민주주의를 그 기반으로 하는데 상당히 진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PRI당의 오랜 집권은 거대 텔레비전 방송국이 항상 PRI당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적 자산에 기초하여 다양한 정치 지형의 변화와 국면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정치적 정당성을 위한 ‘국민통합’을 늘 추진해왔으므로 그 정치적 정체성에 대해서는 정의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많은 멕시코인 들의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PRI당의 정치인은 1934년에서 1940년까지 집권한 라사로 까르데나스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 집권 시기인 1938년에 석유 국유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공동체적 집단 경작을 옹호하는 농지 개혁, 그리고 교육 노조 등 거대노조 포용의 정책이 실천되었다. 이중에서도 ‘멕시코 석유의 국유화’는 오랫동안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멕시코인 들의 자존심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교육노조를 포함한 거대노조의 힘도 오랫동안 막강했다. 1973년에 집권한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이 80년대에 교육부문과 의료부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 개혁에 착수한 것과 매우 다른 맥락을 보여준다. 그만큼 멕시코와 칠레의 정치지형 또는 역사적 흐름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이 두 나라 멕시코와 칠레는 친미적 “태평양 동맹”의 핵심 국가들이다.

 물론 로뻬스 오브라도르를 비롯한 좌파 정치세력과 사회운동 세력은 위에서 언급한 에너지 부문과 교사의 강의 평가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교육부문의 구조 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야당의 두 세력 꾸아테목 세력과 로뻬스 오브라도르 세력이 연대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들 반대세력은 의회에서 국영석유회사인 PEMEX의 일부 민영화를 가리키는 에너지 부문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전에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엔리케 대통령이 정치적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만든 야당과의 협약인 “멕시코를 위한 동맹”의 정치적 합의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집권세력은 이런 국민투표의 제안을 무시하고 있다. 설사 국민투표를 하더라도 공식정치기구를 장악한 이들이 승리할 것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 이미 신자유주의는 지배적인 흐름으로 건재하다. 다시 말해, 자유주의적 제도화의 틀 안에서 행해지는 선거에서 대부분 언론, 재계, 교회, 전통적 가치 등의 지지를 받는 정치적으로 실제로 힘이 센 세력이 ‘평화적 대화’를 주장하면서 승리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부문 구조개혁안이 발표되자 멕시코의 거대노조중의 하나인 전력 노조가 거리 시위를 주도했지만 정부가 ‘대화’를 제안했을 때 이들의 투쟁력은 급히 약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로뻬스 오브라도르를 위시한 좌파 세력은 사회운동 세력 (예를 들어, Yo soy 132)의 투쟁에 의지하고 있지만 그 정치적 힘은 잠재적일 뿐이다. 사회운동세력은 대부분 대학생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은 PRI당의 일당독주 체제의 뿌리에 거대 텔레비전 회사를 대표로 하는 미디어 세력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하여 2012년 PRI당의 후보로 엔리케가 지명될 때 특히 미디어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음을 비판하였다. 이들은 멕시코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는 “언론의 민주화”를 기폭제로 삼겠다는 투쟁이었다. 그러나 이미 오랫동안 멕시코의 대부분의 대중은 텔레비전이 제공하는 흡인력이 강한 드라마 등에 매일의 일상에서 중독되어 있는 상황에서 젊은 지식인들이 주도하는 사회운동은 그 한계가 뚜렷하므로 정치 투쟁의 힘이 잠재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아랍의 봄”에 버금가는 “멕시코의 봄”을 기대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서 예외적으로 정부에 끈질기게 강한 저항을 벌이는 세력이 응집력이 강한 멕시코의 교원노조(CNTE)이다. 이들에게도 정부가 ‘대화’를 주장하지만 이들은 거의 매일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엔리케 정부가 예상한 구조 개혁의 로드맵이 교원노조 때문에 지체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는 오직 교원노조의 투쟁력이 강해서가 아니다. 많은 멕시코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9월 말의 주말시위에는 에너지 개혁과 교육개혁에 반대하기 위해 약 50만 명이 참여하였다. 거의 약 백 년 동안 정치적 헤게모니를 가져온 PRI당과 이에 협조하는 PAN당과 PRD 등의 제도적 정치세력이 멕시코 시민의 정치적 지지를 흡수하는 전략이 오랫동안 성공한 것은 대부분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등의 대중 설득의 힘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구조적 흐름에 대해 학생을 비롯하여 비판적 시각을 가진 시민이 많아진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에너지 개혁과 교육개혁에 반대하는 시위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적인 지배적 현실을 쉽게 바꿀 수는 없다. 일상의 설득과 공포가 함께 대중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제도적인 선거에서 기득권을 대표하는 PRI당을 대부분 대중이 지지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동안 신자유주의적 구조 개혁이 전임 정부들에서 지속적으로 있어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히까나”항공이 파산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실직했고 농민들도 지속적으로 농지를 떠나왔고 이제는 교사들이 평가와 경쟁을 통한 구조조정을 당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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