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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아웅산수찌의 1년 반을 돌아보다 : 미얀마를 이끌 지도자인가?

미얀마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북벵골만연구단 연구교수 2013/11/18

■ 호주방문을 앞둔 아웅산수찌, 속내는 복잡

-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아웅산수찌는 한국, 유럽,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를 방문하고, 미얀마의 지속적인 개혁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조를 요청함.
ㅇ 미얀마의 현재 국내정치 상황을 배제하고 아웅산수찌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민주화지도자임.
ㅇ 자신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도를 결집시켜, 현 정권의 연성화를 추진하고 동시에 자신의 기득권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해석됨.
ㅇ 장기간의 가택연금(1989년 이후 15년)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국제적 맥락, 쟁점 등을 학습하는 기회도 됨. 

- 국내외적으로 민주화의 상징이라는 점 이외에 국내 정치에서 허약한 존재감을 드러냄.
ㅇ 미얀마 국민이 아웅산수찌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녀의 탁월한 도덕성, 아웅산장군의 혈육이라는 후광효과, 군부통치로 인한 피로감 누적에 따른 반사효과임.
ㅇ 남성으로 민주화운동을 이끈 지도자가 있었다면, 아웅산수찌와 경쟁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음. 2011년 이후 “88세대”의 핵심 구성원인 밍꼬나잉(Min Ko Naing)이 대안 인물로 부상함.
ㅇ 제도권 입성 이후 현실정치인의 역할 수행에 한계를 드러냄. 특히 현 정부의 중대 과제인 종족과 종교 갈등 해결에 기여도는 매우 낮음.
ㅇ 산재한 과제 해결에 집중하지 않고, 외유로 인해 사리사욕을 모색하는 인물로 평가하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함.
ㅇ 결정적으로 미얀마 내 소수자를 보호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함에 따라 작년 미국 방문 당시 소수종족 이주민들의 입국 거부 퍼포먼스가 있었고, 호주 방문에도 이어질 예정임.

- 국내적으로 아웅산수찌와 국민민주주의연합(NLD)에 대한 지지철회 또는 비판세력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국민의 ‘어머니’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음.
ㅇ 소수종족과 무슬림 등 국민적 동질성이 허약한 집단 중 일부는 삥롱회담(1947)에 따른 연방제가 실현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아웅산과 아웅산수찌를 동시에 지지하지 않았음.
ㅇ 종족 및 종교 갈등을 두고 아웅산수찌는 정부의 행정경험 부족, 이로 인한 위기관리부재 등을 비판해 왔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음.
ㅇ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NLD내 역량 미비, 2015년 총선을 염두에 둔 눈치 살피기 등 향후 실천 가능한 대안의 제시 가능성도 매우 낮음.
ㅇ 대통령을 제외하고 범여권 내 아웅산수찌의 대항마 부재, 아웅산수찌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유효, 광범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로 인해 여전히 차기정권의 유력한 지도자로 거론됨.

■ 아웅산수찌, 미얀마에서 그녀는 무엇을 했는가?

- 완벽한 도덕성과 강인한 정신력의 결정체이자 아웅산의 화현(化現)으로 인식하는 국민들도 있음.
ㅇ 아웅산수찌 본인이 집필한 저서(2권)를 포함하여 서적과 영화를 통해 그녀의 생애가 조명됨. 공통적으로 그녀는 무결점의 인간으로 군부독재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며, 그러한 이유로 그녀의 언행은 절대 선이자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었음.
ㅇ 정령신 낫(nat)과 대등하거나 아웅산의 영혼을 그대로 이식받은 초자연적 존재로서 국민들 사이에는 신격화, 우상화의 대상임. 따라서 국민들은 아웅산수찌가 집권할 경우 초자연적 힘으로 국가의 정치와 경제발전을 성공할 것으로 간주함.
ㅇ 아웅산수찌는 국민의 패배의식, 군부에 대한 두려움 해체 및 자주의식 고양은 국민의 몫이며, 군부 통치는 반대하지만 군부의 협조 없이 국가발전이 불가능하다며 시각적 간극을 보임.
ㅇ 장기간의 가택연금으로 인해 국민의 반 군부 정서는 확대된 반면, 아웅산수찌에 대한 신비감도 증대됨.

- ‘미얀마의 넬슨 만델라’는 아웅산수찌를 위한 또 다른 별명
ㅇ 1989년 가택연금 이래 그녀는 독재정부를 붕괴시킨 세계의 민주화지도자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됨. “포로가 된 공작새”와 같은 시적인 표현도 있었음.
ㅇ 독실한 불교도로 가택연금 중 미얀마의 전통 수행방법 중 하나인 ‘위빠사나’ 고행을 통달한 것으로 알려짐. 자아를 분리하는 수행법으로 개인적 고통, 욕망, 타인에 대한 증오, 분노 등을 절제함.
ㅇ 동지들의 투옥, 해외 망명으로 NLD의 활동영역이 축소된 것이 사실이지만 남아공의 사례처럼 국내외적 연대, 독재정권과 맞설 수 있는 현실적 대안 마련이 부족했음.
ㅇ 간헐적으로 발표된 그녀들의 글에서는 애민정신, 인권 존중, 인간개발의 필요성 등이 역설되었으나 이에 대한 실천 방안은 제시되지 않음.
ㅇ 해외 망명자들의 독자세력화, 동지들의 고령화로 인해 NLD는 연명자체가 기적적일 정도로 아웅산수찌의 당내 입지는 굳건했음. 그러나 제도권 정당으로 현실정치에 복귀할 당원 교육, 정강 마련, 정책 제시 등 모든 방면에서 준비는 미비했음.

- 인본주의와 멧따(metta: 자비)를 근거로 한 이상적 정치인
ㅇ 인간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미얀마 정치인들의 공통된 사상을 공유하지만, 국가를 계급적 구도로 획일화한 군부에 대해서는 자비심이 결여된 집단으로 규정함. 이런 배경에서 군부 통치하 인권 유린, 민주화와 경제발전은 실패했고 군부의 배타적 이익은 증대되었다고 판단함.
ㅇ 개인적 차원에서 수행을 통한 고통의 해체는 납득할 수 있지만, 국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정치력 배양에는 성공하지 못함.
ㅇ 가택연금 이후 경제제재와 관련한 입장 변화, 군부의 정치적 역할, 소수종족과 종교 분쟁 등 국가적 사안에 대해서 여당뿐만 아니라 당 내에서도 협력보다 돌출행동을 함으로써 정치력에 도전을 받고 있음.

■ 대권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 헌법 개정이 최대 변수이지만, 출마를 위한 독소조항은 모두 철회될 가능성이 큼.
ㅇ 미얀마의 정치개혁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므로 아웅산수찌를 구속하기 위한 헌법 조항은 철폐될 것임.
ㅇ 아웅산수찌는 해외 순방을 통해 국제사회가 미얀마의 총선이 민주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우회적으로 개입할 환경을 조성해 왔음.
ㅇ 헌법 개정의 수준을 속단할 수 없지만 여당과 군부는 아웅산수찌가 당선될 수 있는 정치 환경을 최대한 억제할 것임. 이럴 경우 국내정치와 국제사회 간 갈등이 발생하고, 역설적으로 아웅산수찌의 중요성은 더욱 강화될 것임.

- 현실정치인으로서의 위상과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진정한 정권 교체와 민주화가 달성 가능함.
ㅇ 정치적 존재감이 허약한 상황에서 국가적 중대사인 소수종족과 종교 분쟁의 해결안 제시는 아웅산수찌의 지지도를 확대할 유일한 대안임.
ㅇ 연방제의 수준, 로힝자족을 포함한 무슬림의 시민권 인정, 각 소수종족의 평등권 보장 수준 등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는 정책 마련 등이 결정적 국면이 될 것임.
ㅇ 미얀마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고 미래권력을 도모할 수 있는 유력정치인이므로 의회 내 제한적인 정치 환경, 군부의 비협조, 국민의 낮은 정치의식 등을 정치활동의 장애물로 인식하지 말아야할 필요가 있음.
ㅇ 수권 인물, 정당으로 역량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정권 창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정국 운영은 불가능할 것이며, 이는 곧 아웅산수찌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임

■ 전망과 제언

- 해외활동을 통한 국제적 지지도 확보도 중요하지만 국내정치에 천착할 시기임.
ㅇ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는 아웅산수찌의 노선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그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것임.
ㅇ 장기간의 정치활동 제한으로 인해 국제적 감각을 익히려는 목적과 미얀마의 긍정적 변화와 발전을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는 차원에서 해외 순방을 이해할 수 있으나 방문의 목적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음.
ㅇ 야당 정치인이지만 개혁 프로그램이 중대 고비를 맞는 최근 시점에서 국내 정치인과 연합하는 자세를 보여야할 필요가 있음.

- 아웅산수찌의 정치력은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할 것임.
ㅇ NLD의 정치적 영향력은 버마족으로 제한되는 형국에서 후속세대 양성 미진, 야당 및 시민세력과의 연대 불투명 등으로 인해 점진적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큼.
ㅇ 아웅산수찌도 고령(68세)임을 감안할 때 2015년 총선 및 대선이 마지막 정치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며, 정치적 존재감을 각인시킬 때 소속 정당의 국민적 지지도는 유지될 것임.
ㅇ 반드시 대통령이 되지 않아도 소속 정당이 수권세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민주세력의 결집을 도모하는 주동자가 될 필요가 있음.
ㅇ 국민은 도덕적 우월성보다 민생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현실정치의 감각을 유지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면모가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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