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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알제리 자동차 시장이 한국에 주는 교훈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3/11/30

최근 알제리는 중국과 영업용 자동차 조립 공장 건설 계약을 맺었다 (El Moudjahid, El Watan 11월 18일). 알제리에서 중국차의 완성차 공장 건립 기사가 며칠 전 보도되었지만 그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 듯하다. 자동차에 대한 알제리인들의 관심을 반영해주는 대목이다. 반면 이번 중국자동차 관련한 일련의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오래전부터 중국은 자동차와 관련하여 알제리를 주목하고 있었다. 지난해 국내 언론에서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아프리카의 알제리, 중동의 이라크와 이란, 남미의 브라질과 칠레를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한바 있다 (매일 경제 2012년 12월 3일).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중국인들은 최근 들어 오래전부터 1위를 차지한 프랑스를 제치고 알제리 내 최대 수입국이 되었다. 알제리 시장의 미래를 지속적으로 주목하여 공격적인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있다 (El Watan 11월 17일). 표 1에서도 보듯이 지난 9월까지의 알제리 내 수입국 순위에서 중국은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유럽 국가들 전체를 감안하면 유럽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국가별로는 중국이 유럽 국가들을 추월한 것이다.

 

이렇듯 알제리 내 수입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면서 자동차까지 생산하게 되었는데, 중국차의 완성차 공장 건립 관련하여 언론 보도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 중국 제일자동차 그룹(FAW)과 Arcofina Holdings(알제리 민간 기업)가 ‘영업용 자동차 조립공장’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 참고로 중국 국영 기업인 FAW는 1953년 창립 이후 전 세계에 투자하여 13만 명을 고용했으며, 지난 2012년 26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며 61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거대 기업으로 소개됨.

 

○ Arcofina Holdings기업의 Abdelouahab Rahim대표에 의하면 이번 계약의 초기 투자액은 50억 디나르(약 6,250만 달러)이며 최초 생산량을 10,000대로 계획하고 있음.

 

○ 지분은 Arcofina가 51%, 제일자동차(FAW)가 49%를 소유. 자동차 조립에 있어서는 현지 부품 조달을 40% 대까지 올려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초기 고용인원은 1,000명 이상으로 계획.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와 더불어 자동차 판매에서 한국에 추월당한 프랑스의 알제리 시장 공략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알제리 내 자동차 판매 강국이다. 식민지배로 인해 분명 적대적 정서가 존재하고 있지만 프랑스 자동차에 대한 알제리인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런 알제리 시장을 한국이 처음으로 추월했던 경험이 있다. 대체 한국 자동차가 어떻게 프랑스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었는가?

 

알제리에서 한국자동차는 그 자체로 신화이다. 인접 모로코와 튀니지를 비롯한 마그레브국가에서 한국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지만 알제리만큼 위상이 높지는 않다. 알제리에서 한국자동차는 한국과의 외교관계 수립 이전에 이미 들어왔다. 대우자동차가 외교 관계 수립 이전에 들어와 1990년대 테러리즘 시대에 모든 외국 기업들이 철수할 때조차 떠나지 않고 알제리를 지켰다. 알제리인들은 자신들이 어려울 때 한국 기업이 남아준 신의에 늘 고마워하며 대우자동차를 더 많이 구입했다. 대우자동차가 파산하면서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알제리인들은 한국자동차에 대한 애정을 현대/기아자동차를 통해 다시 보여주었다. 프랑스 자동차가 지배적이었던 시절, 가장 위협적으로 프랑스 자동차를 압도했던 차가 한국자동차이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까지 알제리에서 한국차에 대한 인지도는 상당히 높고 판매 또한 1위를 달렸다. 그랬던 한국 자동차가 점점 프랑스의 도전을 받고, 아래에서 나타나듯이 최근 몇 년 동안 판매량에 있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올 상반기 한국자동차 판매는 4위를 기록했다 (표 4 참조). 알제리 언론 Agence Presse Service는 전년 대비 13,15% 뒤쳐진 것으로 2000년대 들어 한국자동차가 4위로 처진 일은 놀랍게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자동차의 판매 하락에도 불구하고 알제리 자동차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Amar Ghoul 알제리 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알제리의 현재 자동차 수가 700만 대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지난 2000년 200만 대에 비해 기록적인 증가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2030년에는 자동차 수가 2,100만 대로 증가할 것이며, 교통체증을 방지하기 위한 대중교통 인프라도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Tout sur l'Algérie 11월 23일).

 

알제리 자동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알제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1가구 2차량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현지 자동차 딜러들은 알제리인들이 자녀의 유무를 떠나 각자의 배우자로부터 간섭받지 않기 위해 또 다른 자동차를 갖기 원한다고 말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가 그러한데, 운전을 하는 알제리 여성들은 대개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하기에 독립심이 강하다. 이 여성들은 미용실이나 직장에 갈 때 누가 데려다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혼자 가거나 여성들끼리 가는 걸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게다가 알제리의 불편한 대중교통은 여성들의 자동차 소유를 더 부추기고 있다.

 

둘째, 저렴한 휘발유가도 한몫을 한다. 알제리는 리터당 한화 250~300원 정도로 우리보다 7배가량 저렴하여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자동차 할부에 이자가 없어 최소의 비용으로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

 

셋째, 알제리 자동차는 가격대가 100만~130만 디나르(약 1만 3천~1만 7천 달러)인 자동차가 전체 시장의 4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반면 2만 7천 달러 이상의 자동차는 전체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형자동차는 이동의 편리함, 여성의 선호도에서 높게 나타난다. 알제리 국영통신 APS의 기자 Idir는 프랑스자동차가 소형차를 선호하는 알제리인들의 성향을 만족시키고 있음을 필자에게 지적해주었다 (11월 29일). 반면 한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소형차를 저가로 판매하여 효과를 거두었지만 최근 알제리 시장에서 다른 국가의 차량에 비해 가격 상승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넷째, 알제리 국토 동서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와 같이 도로 여건이 개선되면서 자동차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알제리는 알제시에만 볼 수 있는 공공업무 때문에 집중적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날이 있다. 화요일이 그러한데, 이날이 되면 수도 알제는 거의 마비사태가 된다. 일을 보기 위해 편리해진 도로를 이용하여 자동차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현재 40개의 도로공사 프로젝트가 계획 중으로 2,000km에 해당된다. 수년 내에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16개의 터널을 계획 중이라고 알제리 교통부 장관은 밝혔다 (El Watan 11월 22일)

 

다섯째, <알제 자동차 전시>(Salon de l'Automobile d'Alger)를 통해 전 세계 차량을 알제리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많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올해로 16번째를 맞이하는 전시회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단순히 신차뿐만 아니라 구형차 전시회, 경주용 자동차 전시회 등, 아프리카 국가로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2014년의 경우 3월 19일부터 10일 동안 약 50여 개의 자동차 회사가 참여 예정으로 벌써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한 때 자동차 제조사들은 알제리에서의 투자를 기피해왔다. 실제로 알제리는 까다로운 규정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투자하려는 지역은 아니다. 프랑스의 르노사의 경우도 알제리에 공장을 짓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하여 모로코에 공장을 설립했다. 원래는 2010년 경 연간 7만 5천대를 생산할 계획으로 완성차 공장 설립을 계획하여 알제리 정부에 제안했으나 지지부진한 협상으로 결국 포기하려다 지난 2012년 Oran에 공장 건립을 하기로 확정하고 2014년 12월 첫 차 출고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게다가 중국까지 자동차 공장 건립에 적극 뛰어 들어 이번 계약을 성사시켰고, 독일의 폭스바겐 또한 터키의 Dogus와 제휴를 맺고 연간 20만 대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동안 경제 관련 법률이 까다로워 외국 기업은 물론 한국자동차 회사들도 알제리 내 자동차 건립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 와중에 프랑스 자동차 판매의 성장세가 가파르고, 자동차 생산을 할 수 있는 동력까지 확보했다. 중국 또한 이번 계약을 통해 알제리 자동차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반면 한국자동차는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현상이 신흥경제지역으로 각광받는 알제리에서 우리가 역점을 두는 다른 분야에까지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한국자동차 판매 부진은 한-알제리 경제 교류의 현 상황을 되짚어 보게 한다. 특히 양국 간의 경제 교류를 촉진시켰던 한-알제리 경협TF가 2012년까지 지속되어오다 올해 처음으로 중단된 상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알제리 내 정치 역학 구도의 변화, 2000년대 초반 알제리인들의 긍정적인 대한민국 이미지가 많이 퇴색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신도시 건설을 비롯하여 알제리 내 진출 한국기업들은 구체적 성과에 많은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알제리와의 경제 교류에 혹여나 이상은 없는지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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