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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란에 대한 경제 봉쇄 완화와 인도의 에너지 확보 다각화 정책

인도 / 이란 정호영 자다푸르대 박사과정 2013/12/12

11월 2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된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의 5개 이사국인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에 독일을 포함한 6개국과 이란 간 추가 핵 협상이 닷새만인 24일 오전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이번 타결 내용은 향후 6개월간 이란이 핵 활동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서방이 임시적인 제재 완화를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란이 얻은 것은 해외 동결자산 42억 달러 회수 허용 포함, 총 61억 달러 규모의 제재 완화와 이란산 원유 판매 추가 감축노력 중단과 금·귀금속, 자동차산업, 석유화학 등 특정분야에 대한 제재를 중단하는 것이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에게 석유 판매의 활로가 다시 열린 것이고, 더불어 이란의 석유가 필요했던 나라들에게도 그 숨통이 트인 것이다. 한국과 인도를 비롯한 9개 국가의 이란산 원유수입에 따른 금융제재 예외 적용 역시 6개월 추가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란의 핵 보유 원천금지를 주장하는 일부 국가의 강력한 반발은 이 제재 완화로 인해 이득을 보는 나라들이 많은지라 이 협상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도는 원유 수입을 세계에서 4번째(2011년 기준)로 많이 하는 나라이다. 인도가 이 협상으로 인해 얻는 이익은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의 확보이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이후 인도의 석유 수입에 있어 이란의 비중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이어서 3위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이란의 원유 수출에서는 인도는 중국에 이어서 2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경제 봉쇄가 풀리면서 이란과 인도는 묵은 채무 관계들을 청산하고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이 두 국가의 대표적인 채무 관계를 하나 들면 싱가폴 회사에 갚지 못한 부채로 인한 법정 명령으로 구자라트의 문드라(Mundra)항에 일년 반 동안 억류되어 있는 이란의 배인 디나얏(Dinayat)이 풀려날 수 있을 것이다. 이란 정부는 인도의 UCO 은행에 있는 이란 원유에 대한 결재 금액을 통해서 배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경제 제재 문제로 인도는 지불을 꺼려해오고 있었다. 이란과의 거래에서 원유가의 45%를 루피로 지급해오던 관행은 경제 봉쇄가 풀리는 조건으로 원유의 지불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바뀔테지만, 해결은 될 것이다.

 

이란과 인도의 경제 관계가 재수립이 가능해졌기에 그동안 중단되었던 이란의 카바하르(Chahbahar)항 공동개발 또한 재개될 것이다. 인도는 아라비아 해와 오만 만의 해상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파키스탄의 카라치(Karachi) 항구 대신에 이란의 카바하르 항을 대안으로 이용하고 싶어한다. 이란으로서는 인도 외에도 아프가니스탄과 중앙 아시아 국가들이 카라치 항 대신에 카바하르 항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카바하르 항 공동 개발은 인도 재경부 P. 치담바람(P. Chidambaram)이 개발에 있어서 투자 수익률을 너무 높이 요구했는데다가 이란이 경제 봉쇄가 되면서 중단되었지만 이제 다시 논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 증가와 카바하르 항 공동개발 등의 인도-이란 경제 관계가 개선이 되더라도 인도는 이란에 대한 에너지 의존성을 점점 줄여나가도록 할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가스 수입을 위한 IPI(Iran-Pakistan-India Pipeline)과 TAPI(Turkmenistan-Afghanistan-Pakistan-India Pipeline)이라는 두 가지 선택 중에서 인도가 IPI가 아닌 TAPI를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걸프만에 있는 이란의 사웃 파스(South Pars)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파키스탄 카라치(Karachi)와 물탄(Multan)을 거쳐 인도 뉴델리로 수송하는 총연장 2,600km, 사업비 75억달러 규모의 IPI 라인은 미국의 반대로 중단이 되었다. 미국은 인도가 이란으로부터 가스를 수입하는 대신에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인도와의 핵 협정을 통해서 핵 발전소를 인도 내에 짓고 핵관련 기술을 인도에 수출하는 것이다. 2008년 미국과 이란의 핵협정 체결 이후에도 IPI에 대한 공개적인 포기는 선언하지 않았지만 파키스탄의 IPI 개발 자금 부족과 이란 측의 가스 생산 감소로 논의에서 물러났다. 또 다른 대안은 TAPI이다. TAPI는 단순히 이란과 인도의 관계 개입만이 목적이 아니다. 미국은 중앙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여 러시아를 견제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인도를 계속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기 위해 TAPI를 진행하고 있다. 

 

 1995년 투르크메니스탄과 파키스탄의 MOU로 시작된 TAPI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견제와 아프가니스탄의 정치 상황으로 쉽지 않았다. 첫 번째, 러시아의 견제. 카스피해 연안 국가 중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에 묻혀 있는 원유량만 사우디아라비아의 4배인 1조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지라 미국은 중동에서의 영향력만이 아니라 이 곳에서의 헤게모니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2008년 있었던 이 지역에서의 분쟁은 IPI를 지지하는 러시아와 TAPI를 지지하는 미국의 경제적 이해관계의 대립의 노골적인 시작이었다. 이 지역 국가들과 NATO의 관계는 러시아 대 미국의 대립전선을 구체적으로 긋는 신냉전이다. 신냉전은 과거의 냉전과는 달리 이념이 거론되기 보다는 경제적 이해 관계가 노골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두 번째, 아프가니스탄의 정치 상황.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정권을 잡던 시기도 이 프로젝트의 성사를 힘들게 만들었다. 1998년 탄자니아와 케냐의 미국 대사관 폭파 사건이 나고 오사마 빈 라덴이 배후로 알려졌지만 탈레반의 지도자인 무하마드 오마르(Mohammad Omar)는 오사마 빈 라덴을 지원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파견나가 있던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력들은 모두 철수를 하게 된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면서 탈레반을 몰아내기 시작하면서 다시 논의는 재개되었다.

 

2002년 12월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지도자들은 새로이 협정을 하고, 2005년 아시아 개발은행은 개발 관련해 최종안을 내게 된다. TAPI는 2012년 5월 23일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모두 사인을 했으며, 2014년부터 가스 판매가 시작될 것이다. 아시아 개발 은행에 의해 2017년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에너지 산업이 전체 GDP의 1/3를 차지하고 정부 재정 수입의 90%인 투르크메니스탄은 천연가스 수출 경로가 러시아의 가스관인 CAC(Central Asia Center)에만 묶여 있다. 이 노선은 투르크메니스탄의 다울레타바드(Dauletabad)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거쳐 러시아의 Alexandrov Gay로 이어진다. 이 노선을 통해 운송되는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공급되고 있고,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카자흐스탄으로부터 가스를 구입해 유럽에 국제시장가격으로 공급하면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이는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의 원천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인도에게 TAPI가 아닌 IPI를 권했던 것이다.

 

세계 원유 수입 4위국인 인도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로 원유를 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이란의 카바하르 항 공동개발 등을 통해서 이란과 경제 협력을 늘려갈 것이다. 그러나 인도의 경제 정책 특히 에너지 정책은 이란에 대한 원유 의존을 높이기 보다는 에너지 자원에 대한 다각화 방안에 있다. 이 다각화 방안은 단순하게 경제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치와 맞물려 결정된다. 인도가 IPI가 아니라 TAPI와 미국과의 핵협상을 선택한 이유는 러시아나 중국 보다는 미국을 동반자로 보기 때문이다. 인도의 맘모한 싱 수상은 올해 이란에서 열렸던 16차 비동맹국가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인도는 더 이상 네루 수상 시기의 비동맹 국가의 중심 국가로서의 인도의 역할은 더 이상 생각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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