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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대선을 준비하는 2013년 연말의 알제리 정가 움직임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3/12/26

2013년 알제리 정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격변의 시기로 점철될 것이다. 몇 가지의 굵직한 사건들이 역사 속에 각인될 수 있다. 첫째는 지난 4월의 알리 카피 전 대통령 사망이다. 독립 전쟁 세대인 그의 사망으로 많은 사람들은 알제리 정치에서 독립전쟁 세대의 역할이 끝날 것으로 기대했다. 두 번째 큰 사건은 5월부터 부테플리카 현 대통령의 중병(출혈성 궤장)으로 인한 오랜 국정 공백(80일)으로 알제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통령의 중병으로 국정 공백이 생기면서 최측근들의 부패(소낙트락 사건)가 꼬리를 물고 연이은 개각을 단행하면서 측근들이 대거 낙마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한-알제리 경협을 주도했던 인물들 또한 개각에서 대거 낙마하면서 그동안 진행되어왔던 한-알제리 경협 TF가 2012년 5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그 와중에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경제개혁이 그리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알제리 El Watan지에서도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진정한 경제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라는 논설을 통해 장기 집권 기간 동안 성공적인 경제 정책을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12월 23일). 세 번째 사건은 이슬람주의 정당과 이슬람테러 집단의 움직임이다. 지난 1월 인 아메네스 가스전에서의 테러를 비롯한 테러 집단의 움직임은 알제리의 불안정을 늘 부추기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슬람주의 정당의 독자적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급기야 집권 정당 국민해방전선(FLN)과의 연정에 종지부를 찍고 6월에 이슬람정당들끼리 연대를 추진하였다. 이들은 연정을 통해 이슬람주의 국가 건설을 주창하고 있다. 이슬람 테러 집단의 움직임은 말리, 튀니지, 리비아, 심지어 중앙아프리카까지 확산되고 있어 그 위험성이 커가고 있다. 이들은 동부와 중부 아프리카의 이슬람테러 단체들과 연계하여 아프리카 전체를 이슬람화 시키려는 야망을 보이고 있다. 알제리라는 국가에만 국한시킨다 해도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통치 종말을 선언하고 자신들의 집권이 도래했음을 공공연하게 알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하라의 불안 요소들이 증폭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테러단체들의 무기를 비롯한 마약거래를 통한 재정 확보, 투아레그 용병들의 움직임들이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El Watan지는 폭로하고 있다 (12월 19일).

 

이 와중에 현재로서는 누구도 내년 대통령에 대해 예측할 수 없다고 하지만 집권당 FLN에서 당론으로 부테플리카 대통령을 차기 대선 후보로 지목하고 나서 알제리 정세가 경색 국면에 있다 (APS통신 11월 17일). 12월 12일에는 FLN 중앙위원회의 회의(알제 개최) 후 성명서를 내고 “부테플리카 대통령을 2014년 4월 예정인 대통령선거에서 FLN 대선 후보로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El Watan 12월 13일). 정치 체제 변화와 권력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는 소수의 목소리가 있지만 대세는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 지지 결의대회까지 마친 상태이다. 알제리에서 FLN의 위치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지난 5월 알제리 언론에서 Azzedine(50살)의 인터뷰는 알제리에서 FLN의 장벽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알게 한다: “많은 것들이 1962년부터 이루어졌지만 그렇게 많이 변화되지 않았다. 중국 인구 13억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 많은 중국인들을 투표에 참여시키기 위해 알제리에 데려온다 해도 결국 수적으로 많은 중국인들이 FLN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Tout sur l'Algérie 5월 23일).

 

정가의 움직임이 긴밀하고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는 반면, 정작 당사자인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건강은 전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프랑스의 총리가 알제리를 방문했고, 그와의 회담 장면이 지난 12월 19일 프랑스 TV에서 방영되었다. 거동조차 불편한 그의 움직임을 의도적인 조작을 통해 문제없음을 알리기 위해 방영된 점이 프랑스의 Canal Plus 방송에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통령의 건강은 물론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다. 손을 움직이는 장면까지 조작해서 내보냈으니 대선을 치른다면 과연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를 의심케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통령의 건강은 이미 지난여름 이후 전혀 회복 기미가 없으며, 신체능력 완치 또한 거의 불가능하여 언어능력 상실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장시간 회의를 집행하지도 못하는 상태이며, 나이까지 감안한다면 재활 치료를 받더라도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l Watan 12월 17일). 이런 그의 신체적 능력을 애써 불식시키기 위해 화면을 조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각 정당들과 대선 후보자들의 입장 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일단 연정 파트너인 이슬람정당 사회평화운동당(MSP)과 민족민주연합(RND) 중에서 RND가 부테플리카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총리직을 하면서 RND를 이끌어왔던 우야히아 전 총리가 2013년 1월 해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일이라 더욱 주목을 끈다. 12월 24일 알제에서 개최된 RND 위원회의 투표에서 압델카데르 벤살라Abdelkader Bensalah가 공식적으로 새 사무총장으로 선출되었고, 취임 성명에서 부테플리카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MSP의 경우는 아직 대선 후보를 공식 확정하지 않고 있다. 사회주의 권력 전선(FFS)의 경우는 1월 초 당 차원에서 대선 관련 입장표명을 할 것이라 공언했다. 1991년 재정정무장관이었던 알리 베누아르Ali Benouar 또한 대선 후보로 나설 것을 선언했지만 별 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아메드 벤비투르Ahmed Benbitour(1999~2000) 전 총리 또한 2012년부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개인 차원의 출마 선언이 6명에 달하고 있다.

 

현재 가장 알제리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인물은 알리 벤플리스Ali Benflis이다. 그 자신이 직접 입장표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베르베르족 일파인 샤우이들이 밀집해 있는 바트나를 중심으로 많은 지지자들이 그의 대통령 출마 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독립전쟁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이 지역의 독립전쟁 세대들이 강력히 지지 선언을 하고 나섰다 (El Watan 12월 22일). 벤플리스(2000~2003)는 부테플리카 집권 초기 총리를 지낸 인물로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3년 내내 대선 관련 알제리 국민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본인도 오래전부터 적당한 시점에서 대선 관련 입장을 표명할 것임을 언급했다 (Algerie Patriotique 9월 28일). 1944년생의 벤플리스는 청소년 때부터 독립전쟁에 가담했고 독실한 무슬림이다. 인접 카빌리와 대립적 각을 유지하지만 카빌리지역과 공통의 문화인 베르베르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그는 재임 시절 소수부족 출신을 각료로 임명하고, 정치적 인재들을 많이 키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후임 총리들이 모두 그의 재임시절 각료로 임명된 점도 특이한 요소이다. 절대 권력 FLN과의 관계를 볼 때도 그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이다. 1988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었지만 1년 만에 장관을 그만두고 FLN에서 중앙당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FLN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9년 대통령 선거위원장을 맡아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큰 공헌을 한 점이 인정되어 수상에 임명되었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기가 대통령보다 높아 총리직을 오래하지 못하고 이후 FLN 사무총장직을 맡아 당의 안정화에 주력하였다. 독립전쟁 세대에다 FLN을 안정화시킨 점, 그리고 샤우이족이라는 점 등이 혼돈의 알제리 정치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현재로서는 알제리의 차기 대선 승자가 누가 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분명한 점은 알제리는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 등과는 다른 식의 체제를 국민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들에서는 장기 독재 지배를 청산하고 이슬람 정당이 집권했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알제리인들은 이슬람주의 정당 집권 시 혼란스러울 국내 정세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이미 1990년대 내전을 겪으면서 서로를 살상하는 장면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부테플리카의 건강이 어떻게 진행될지, 건강이 더 악화될 경우 FLN이나 국가정보원에서 정권을 자연스럽게 이양할 적절한 인물을 찾아낼 수 있을지, 그리고 1월 들어 벤플리스의 대선 출마 선언이 어떤 영향력을 갖게 될지에 따라 알제리 대선의 윤곽이 어느 정도 그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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