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아랍의 봄(Arab Spring), 그 후 3년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3/12/15

꽃 피우지 못한 아랍의 봄


중동지역에 70년 만에 처음이라는 폭설과 함께 이상 한파가 찾아왔다. 예루살렘은 물론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이집트 등의 국가들이 예고 없이 찾아온 한파로 고통 받고 수만 명에 달하는 난민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아랍의 봄(Arab Spring)'을 알리던 그 지역에서! 아랍의 봄도 어느덧 해를 넘겨 3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있다.
2011년 1월 튀니지에서 시작되어 곧바로 이집트 정권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 열기가 아라비아반도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아랍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그 열기는 독재정권을 전복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미래는 아직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지금 중동에 몰아닥친 한파는 3년이 흐른 아랍의 봄을 대변하는 듯 그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랍의 봄에 대한 영향은 여러 측면에서 평가될 수 있다. 비록 정치적 안정을 찾아가고는 있지만 튀니지 정국이 그렇고 리비아도 아직 혼란스럽다. 이집트는 다시 혁명의 와중에 휩싸였고, 새 헌법의 국민투표를 내년 1월 코앞에 두고 있다.
예멘도 새로운 헌법으로 내년 2월 선거를 치르기로 돼있다. GCC의 정권이양 중재안에 따라 정파와 부족을 망라한 565명의 국민대표가 범국민대화를 통해 새 헌법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가까운 시일에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한다. 알-카에다의 테러와 분리주의자들의 반대에 부딪쳐 내년 선거도 불투명하다고 한다.
시리아 내전 역시 마찬가지다. 10만 명이상의 사망자와 900만 명의 난민을 낸 시리아내전 또한 안개속이다. 강대국들의 협조를 이끌어 당장의 파국은 면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시리아 내전종식을 위한 유엔(UN)의 국제평화회담을 내년 1월 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하기로 함에 따라 내전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군과 반정부군간의 입장차가 너무 커서 원만한 해결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강대국들의 개입 또한 매우 미온적이다. 이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을 피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크게 반영되고 있다. 이 와중에 산유부국인 왕권국가들은 오히려 권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비산유국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정치적 혼란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아랍의 봄은 진정 그들이 원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아직 ‘봉기’라는 수단을 통해 정권을 탈취한 것에 불과하다. 아랍의 봄이 가야할 길은 “빈곤으로 부터의 탈출과 젊은 청년들의 일자리 그리고 여성들의 인권신장” 등이다. 다시 말하면 경제적인 욕구 충족이 없는 한 아랍의 봄은 꽃을 피우지 못한 봄기운으로 끝날 수 도 있다.

 

아랍의 봄은 빈곤, 실업, 경제적 기회의 결여에서 본질을 찾아야


아랍의 봄은 SNS를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에 울려 퍼졌고 젊은 아랍청소년, 특히 핍박받던 여성들을 길거리로 불러냈다. 당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파급속도와 파괴력은 자못 대단했다. 그래서 ‘모바일 혁명’으로도 불렸다. 경제적 풍요로 만족감에 사로잡혀있던 걸프만의 산유부국들도 처음에는 이 같은 폭풍우 앞엔 무력하기만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부국에서도 초창기에는 SNS의 역할은 매우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사용은 잘 교육받은 유능한, 특히 다국어를 구사하는 엘리트들에게 한정되었다. 그들의 견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과장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 위성 TV의 역할은 SNS의 위력을 압도하였다.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률이 높은 중동국가에서 관영매체들의 역할은 기술혁신을 무력화시키는 역기능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쉽게 틀어 보고들을 수 있는 관영 TV는 이집트 선거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아랍의 봄이 일깨워준 분명한 메시지는 “이 지역에 어떻게 활기 넘치는 경제적 기회창출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아랍혁명의 분명한 명제는 “빈곤, 실업 및 경제적 기회의 결여였고, 봉기의 중심에는 사회, 경제적 정의의 추구”였다. 하지만 실질적인 봉기의 과정에서 경제적 압제의 규모와 강도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 결과 독재정권 타도라는 변질된 형태로 아랍의 봄이 시작됐다. 대표적인 예가 리비아다.
천연자원, 특히 석유의존도가 높은 중동은 비정상적인 개발패턴에 얽매여있다. 이러한 구조는 강력한 민간부문의 출현을 방해하였고 경제다양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중동의 정치적 딜레마는 경제적 기반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현재 진행 중인 아랍봉기는 두 가지 경제적 목적에서 분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로 이 지역의 인구구조와 경제구조 간에는 본질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중동이 전례 없는 인구학적 과도기 (높은 출생률, 과도한 젊은 노동인구의 존재)를 거치는 한, 그 경제구조는 경직될 수밖에 없으며 노동시장에서 생산적인 고용기회 창출을 방해하고 있다. 둘째로 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주의 국가와 불로소득인 석유 및 원조에 기반을 둔 경제구조는 지속가능한 개발모형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과거 40년 동안 인간개발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10개 국가 가운데 5개 국가가 아랍세계에서 나왔다. 하지만 교육받은 젊은이들이들의 일자리는 거의 없다. 오늘날 중동은 젊은 실업률이 가장 높은 지역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제도와 경제구조 모두의 명백한 과오로부터 나온다. 교육받은 졸업자들이 대부분 공공부문에 투입되고 있어 최소한 산유부국들에게 있어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사이에서 왜곡된 노동 분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공부문이 고임금인 반면, 민간부문은 보다 경쟁적인 시장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해외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표> 참조).

중동은 이러한 인구학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기형적인 인구학적 구조는 중동이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중동에서 공공부문은 일자리 창출이 주요 엔진이지만 민간부문은 국가의 후원 하에 의존되며 매우 취약하다. 그렇기에 중동에서 인구학적 과도기는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경제적 유동성에 희망이 없는 젊은이들을 위한 현격한 경제적 불공평을 가져오고 있다. 실업과 빈곤상태에서 젊은이들의 분노로 출발한 아랍의 봄도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아랍의 봄에서 간과하고 있는 점이 바로 인구학적 측면이다. 현재 아랍인구의 약60%는 29세미만의 젊은이들이며, 약30%의 여성실업을 포한한 약25%의 청년실업이 현안과제이다. 이 같은 경제적 불공평은 곧바로 정치적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왕권국가의 입지강화와 이란, 쿠르드, 두바이의 재도약


아랍의 봄 이후 3년이 지난 중동-북아프리카(MENA)는 여전히 복잡한 정치, 사회, 경제적 과도기를 보내고 있다. 비록 산유국들에 있어서 성장은 견고하지만, 많은 국가들은 계속 거시경제 안정유지, 정치적 불확실성, 사회적 불안정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아무튼 이 지역에서 경제를 다양화하기 위한 도전과 일자리 창출 및 총괄적인 성장은 숙명적인 과제이다.
아랍의 봄은 MENA지역의 경제활동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 지역의 평균 실질 GDP는 2010년 4.2%에서 2011년 2.2%로 감소하여 과거 십년간 최저수준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세계경제는 불경기와 유로존 위기도 여지없이 중동지역을 강타하였다.
경기후퇴는 모든 국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그 크기는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최초에는 아랍의 봄 중심부에 있었던 리비아, 튀니지, 이집트, 시리아 및 예멘과 같은 나라에서 극심한 경기후퇴가 진행되었다. 2011년 GDP 성장이 견고한 국가는 이 지역에서 모로코가 유일하였다. 이 지역의 경제회복은 2012년 다소 진척되었다. 평균 실질 GDP가 2012년 2.4%로 약간 상승하였고, 2013년에는 3.5%의 성장이 예견되긴 하지만, 혁명이전 수준이 지속되리라는 전망이다.
아랍의 봄 와중에 가장 큰 수혜를 본 나라는 이란일 것이다. 이란까지 확산되리라던 봄의 열기는 다행히 아라비아반도에서 멈추었다. 그 결과 핵개발 문제로 UN과 서유럽의 경제제재조치에서 신음하던 이란은 강대국, 특히 G2의 충돌을 피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란은 P5+1(유엔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 협상타결로 일단 한숨을 돌린 것이다. 경제제재조치 완화로 이란은 향후 6개월 동안 약 70억 달러 정도의 경제적 이득을 보게 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역내에서 이란의 정치적 위상도 강화되었다. 시리아 문제에 있어서도 이란의 목소리는 한층 커지고 있다. 물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은 가급적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피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이란의 입지는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이라크의 쿠르드 또한 큰 수혜를 보고 있다. 쿠르드지역의 유전관리 및 자치권 행사에 그들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혜택을 보고 있다. 약4,000만 명에 달하는 쿠르드족들은 이웃하는 이란, 시리아 및 터키 남부지방에 다수 거주하고 있다. 그들은 변화의 바람 속에서 결속의 영광을 누리는 혜택을 보고 있다.
이 과정에 두바이 또한 새로운 경제적 도약을 하고 있다. 2009년 11월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파산위기에 몰렸던 두바이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2012년 GDP 대비 무역의 2.5배 성장은 재수출 교역의 허브로서 두바이의 강력한 위치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바이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영향으로 엄청난 부(富)가 흘러들어 호황을 구가하기도 했다. 아랍의 봄도 여지없이 두바이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시리아,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등에서 흘러나온 자산과 난민들의 부가 개방된 시장 두바이로 몰리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랍의 봄은 산유국인 왕정국가들의 전제정치를 강화시켜주는 역기능을 가져왔으며, 비산유 공화국들에 있어서는 정치, 경제적 혼란을 가중시키며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근본적인 경제적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한, 중동에서의 정치적 불안정은 계속 될 전망이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