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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심화와 동유럽의 고민

러시아 / 중동부유럽 일반 / 헝가리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대학 교수 2014/01/20

파이낸셜 타임즈(FT)의 보도에 따르자면, 2014년 1월 14일 러시아 정부가 헝가리에 새로운 원자로 건설에 필요한 자금인 100억유로(137억달러/ 약 14조 5000억원)와 원자로 기술 보급을 약 30년에 걸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헝가리는 자국의 유일한 원자력 발전소인 팍스 원전에 새 원자로 2기를 짓는 건설 사업 또한 러시아 원자력 공사(RosAtom)에 맡기기로 했다는 내용들이 계속해서 흘려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2013년 기준으로 현재 원자로 4개로 구성된 팍스 원전은 헝가리 전체 전력 수요의 40%를 책임지고 있으며, 시설이 재정비되지 않을 경우 2032년 수명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헝가리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는 원유와 천연가스 수요의 75% 가까이를 러시아에서 의존하고 있는 헝가리로선, 만약 이번 결정이 그대로 진행되게 된다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동유럽은 역사적으로 자국의 중요한 ‘완충지대(Buffer Zone)’이자, ‘전략적 이해영역(Strategic Interest Sphere)’으로 인식되어 왔었다. 하지만 베를린 장벽 붕괴로 상징되는 사회주의 체제의 해체와 뒤 이은 소련의 연방 분열 속에, 러시아는 1990년대 동유럽의 대부분 지역이 서유럽 블록의 대표적 상징 연합체인 EU의 구성국가로 변모하고, 더 나아가 NATO 회원국이 되는 과정을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 채 그저 지켜보아야만 했었다. 실제, 러시아는 자신들의 이해영역 내로 간주되고 있는 동유럽 상당 지역들을 향한 EU의 세력 확대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자신들의 바로 앞에 자리한 발틱 3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가 이미 지난 2004년 5월 다른 동유럽 국가들(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슬로베니아)와 함께 EU에 가입하였고, 이들 발틱 국가의 대표 주자인 에스토니아는 여기서 더 나아가 2011년 유로존(Eurozone)에 편입하였다. 러시아에게 있어 이러한 진행은 그리 달가운 소식들이 아니라 할 수 있다. 

   동유럽 국가들의 EU 등 서유럽 블록으로의 편입을 한 동안 지켜보아야만 했던 러시아는, 최근 들어와 그 행보가 달라지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이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력을 이용해, 러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 번 강화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가속화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G2 구도의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세력권을 보다 더 다져나가려는 전략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동유럽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는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며, 에너지 자원을 앞세운 러시아의 동유럽 밀착 행보 또한 보다 구체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례로 우크라이나는 지난 달 유럽연합(EU)과 수년 동안 협상해온 포괄적 경제협력 협정을 포기한 이후로 EU와 러시아 중 선택을 둘러싼 내정의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런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는 얼마 전 150억달러의 긴급 자금을 빌려주고, 이와 함께 천연가스 공급 가격 또한 낮추어 주겠다고 발표했다. 가장 강력한 친(親)러 국가인 벨라루스에게도 또한 20억 달러의 차관을 제안한 상태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이미 국내산 제조품의 70-80%를 러시아로 수출하고, 원유 등 에너지 수요를 상당 부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EU와의 단절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 제품 중단과 특히 천연가스 공급 중단 압력을 강요하는 러시아의 압박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는 헝가리의 경우처럼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동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에게 있어 심각한 국가 위협 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동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개발 배경과 정책 방향의 배경에는 이들 국가들의 이러한 현실적 고민들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유럽 국가들의 공통된 에너지 정책의 기본 방향 및 배경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들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에너지 무기화 방지 차원에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율을 낮추고, 에너지 안보 및 안정된 수급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이자 국가 에너지 정책의 기본 목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의 수립 배경에는 동유럽 국가들이 2006년과 2009년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가스 분쟁에서 비롯된 가스 공급 중단과 에너지 파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데서 비롯되었다. 러시아 국제 전략에 있어 발칸반도 등 동유럽 지역은 러시아의 남진 정책과 유럽으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우선 진출 지역으로 항상 주목되어왔다. 따라서 동유럽 국가들은 향후 러시아가 가스 등 에너지 문제를 언제든지 전략화, 무기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 우려하며, 이를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과는 달리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카스피 해와 유럽을 연결하는 EU 주도의 ‘나부코(Nabucco) 프로젝트’는 현재 참여국간 이견과 여러 장애물로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카스피해에서 러시아와 흑해, 발칸 반도를 거쳐 잇는 러시아 주도의 ‘사우스 스트림(South Stream) 프로젝트’는 현재 활발히 진행 중에 있으며, EU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등 여러 동유럽 국가들은 이에 대한 참여와 관심도를 점차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통해 예측해 볼 때 사우스 스트림이 완성되고 나면, 동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심화는 보다 확대될 것이 확실하다 하겠다. 또한 이러한 동유럽 국가들의 고민은 미국의 셰일 가스(Shale Gas) 개발 확대와 함께, 셰일 가스 개발에 대한 높은 의지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둘째로는 동유럽 국가들의 입장에선 러시아의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발전 동력을 위한 에너지 수급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실정이다. 1990년대 민주주의, 자본주의로의 체제전환 이후, 동유럽 국가들은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함께, EU 가입을 통한 경제 시장 확장을 모색해 왔으며, 이에 따라 과거 에너지 수급 정책만 가지고는 미래 경제 성장을 위한 수급 및 동력에 여러 어려움을 안게 되었다. 특히, 원유 생산국인 루마니아를 제외하고 동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은 전통 에너지 분야에서 거의 자원이 부재한 상황이다. 따라서, 동유럽 국가들은 현실적 한계 극복 및 새로운 에너지 수급원 확보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유럽을 비롯해 동유럽 국가들은 유럽 경제 위기 및 재정위기로 인해 그 동안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바이오매스(Biomass) 등 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정책 지원이 주춤한 상태이다. 이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전후로 독일의 무(無)원전 국가 선포 등 원전 개발 또한 일련의 우려감이 넓게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에너지 자원을 대체할 새롭고 안정적인 대체 에너지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은 2012년 12월 EU 위원회가 ‘EU 에너지 로드맵 2050’을 통해 셰일 가스가 기존 에너지 시스템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며,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하한 배경이 되었다.  

   세 번째 에너지 기본 방향과 배경에는 동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수급과 공급에 있어, 러시아와의 가스 협상에서 가격 조정을 유도하고 이를 인하하려는 의지가 보다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동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가격 조정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수급의 높은 의존도를 낮추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경제 위기 지속과 재정적 한계로 인해 에너지 가격 조정과 인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오늘날 동유럽 각국들의 에너지 개발 정책 목표는 국가별로 처해진 에너지 환경과 전략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은 “2030 에너지 정책(Energy Policy to 2030)”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에너지 전략의 주요 목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분야 개발의 원칙 준수’ 및 ‘국가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전략 내용들로는 첫째, 연료 및 에너지 공급의 안보 강화, 둘째, 원자력 발전소 설립 등 에너지 공급의 다양화, 셋째, 바이오 연료 등 신재생 에너지원 개발 및 상용, 넷째, 해외 에너지 의존도 감소 노력, 다섯째, 난방 및 고효율 열병합 발전 시스템 개선 추진, 여섯째, 국내 대체 에너지원 발굴을 위한 민간 및 세계적 기업 투자 장려, 일곱째, 기존 난방시스템을 신재생에너지 난방시스템으로 교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가스 공급 시설 구축 및 전략적 가스 저장 시설 확충 노력 등으로 나누어 특징지을 수 있을 것이다.

    2013년을 기준으로 동유럽의 에너지 수급 현황을 통해 확인해 볼 때, 동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60%-80%까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급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지나친 의존도는 러시아 석유회사들의 일방적 가격 정책 책정과 함께 러시아의 동유럽에 대한 에너지 무기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하겠다. 이에 대한 우려는 지난 2013년 9월 리투아니아가 미국 거대 에너지기업인 쉐브론(Chevron)에게 서부에서 셰일 가스를 탐사하는 업무를 맡기는 시도를 보이는 등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시도들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대체 에너지 발굴을 위한 노력과 현상은 동유럽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반면, 러시아가 동유럽 지역에서 에너지와 관련된 확고한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의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무기화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목소리와는 달리, 오늘날 동유럽 국가들에게 있어 현실적으로 에너지 수급 문제는 러시아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고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동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시도는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동유럽 국가들의 고민 또한 깊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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