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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2014년 중동경제 활력을 되찾는가?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4/01/15

완만한 경기회복 예상되지만 불안요인 상존

 

이상하리만큼 중동지역에 정적(靜寂)이 흐른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팔레스타인, 중동평화, 알-카에다, 테러비상 등으로 세계여론의 주목을 받아온 지역이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도 오일머니니 중동진출이니 하는 관심도 줄어든 것 같다. 이란의 핵협상이 타결되었음에도 그저 무감각하다. 원유를 수입하고 대규모 플랜트 수주를 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저 이집트에서 새 헌법에 대한 투표가 시작되었고, 이란이 핵 포기 대가로 제재조치가 완화되었으며, 국제그룹이 시리아에 4억불 원조제공을 약속했다는 소식 정도가 간간히 언론을 통해 전해질 뿐이다. 마치 폭풍전야의 적막감을 느끼는 게 새해 벽두에 바라보는 중동이다.

중동경제는 ‘정치적인 안정’과 ‘원유가격의 등락’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중동경제의 한해를 헤아리기 매우 힘든 상황이다. 그만큼 안개 속이라는 말이다.

2013년 중동산유국의 성장은 석유생산 감소 때문에 둔화되었다. 테러를 포함한 지정학적 긴장고조와 경제적인 제재조치로 이란, 이라크, 리비아 같은 국가들의 경제는 생산차질과 안보 불안 등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있었다. 이로 인하여 지난해에는 3%대 미만의 경제성장을 유지하였다. IMF에 따르면, 세계수요의 회복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리비아의 생산증대로 2014년 중동산유국의 경제성장은 4%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비석유 부문 GDP 성장도 2013년 3¾%에서 2014년 4½%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인 유가하락은 석유수출국들에게 많은 재정적자를 남겼다. 과거 수년 동안 재정지출 증가는 실질유가보다 빠르게 균형재정유가(break-even oil prices; 정부예산과 균형을 이루는 유가) 문제를 노출시켰다. 그 결과 알제리, 바레인, 이란, 이라크, 리비아, 예멘의 경제는 2014년 예상유가 이상으로 균형재정가격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GCC 산유국들의 경제는 비록 흑자가 유지되고 공공부채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한 충분한 비축자금과 석유수입(石油收入) 감소에 대한 완충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의 축적에 힘을 기울일 것이다.

석유수입국들의 경제상황은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비록 GCC 경제로부터의 수요증가로 관광부문, 수출, 해외직접투자(FDI)의 개선 징후가 보이기는 하지만, 지속된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은 신용과 경제활동을 저해하고 있다. 시리아의 내전, 이집트의 소요사태, 이라크의 테러지속과 같은 광범위한 분쟁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경기는 미・일을 비롯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금년도 경제회복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선될 국제환경과 원유생산 회복에 힘입어 중동의 경제성장도 다소 진전된 4%대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한다. 그러나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성장은 개선된 사회정치적 환경과 거시경제적 안정, 경제다양화의 증대 및 가속화된 일자리 창출에 의존한다. 하지만 중동은 아직도 어려운 정치적 과도기를 지나며 경제성장도 후퇴한 상황이다. 따라서 획기적인 성장요인이나 조치가 없을 경우 경제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시점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110달러 수준이 원유의 생산국과 소비국 모두에 적정한 수준이라 한다. 유가약세와 석유수입(石油收入) 감소에 따른 재정적자 심화는 중동산유국 성장둔화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IMF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면 이란, 바레인, 알제리 등은 재정을 지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만약 80달러 이하로 하락하면 리비아, 이라크, 오만의 재정은 파탄에 이르며, 단지 사우디아라비아만이 유일하게 재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이에 덧붙여 셰일 붐과 OPEC 역외 증산으로 2018년 OPEC의 원유점유율이 8%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유가의 인상요인이 없다는 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따라서 중동지역에 만연돼 있는 정치적 소요사태(시리아, 이라크, 리비아, 예멘 등; <표> 참조)의 전개과정은 중동경제의 앞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2014년 중동의 경제상황은 크게 호전되지 못할 것으로 평가되며, 당분간 원유생산과 이란의 경제회복이 성장의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이란경제의 회복과 아덴만(The Aden Gulf)에서의 G2 대결

 

미-이란 간 핵문제 타결에서 이란은 입지를 크게 강화하며 문호 개방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필자가 항상 주장했듯이, 이란에서의 G2의 대결은 post-capitalism의 실험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은 이란을 완충지대로 두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이란과 주요 6개국(P5+1)이 합의한 이란 핵 초기 이행안이 금년 1월 20일부터 전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진다. 이란은 6개월간 농축우라늄 비축분 20%를 제거하며, 농축에 필요한 제반시설 일부를 해체하고 미국은 이란의 해외자산 동결을 단계적으로 해제한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총 42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의 해외자산은 2월 1일부터 점진적으로 해제된다. 이밖에도 석유화학, 자동차산업, 금 거래, 인도적 물자지원 등으로 인한 해제조치 완화로 이란은 약70억 달러가치의 추가적인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10년을 끌어 온 미-이란 간 충돌은 핵 개발 포기로 이어졌으며, 이제 ‘핵 개발’ 문제는 중동을 뛰어넘어 한반도의 북한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1979년 호메이니혁명 이후 35년 동안 지속된 미-이란 간 애증(愛憎)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이란에 대한 한국의 진출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장밋빛 희망을 보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순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란의 부활을 반기지 않는다. 이란이 시리아, 예멘, 바레인 등의 국가에서 시아파 정권을 후원하며 걸프만의 새로운 강자로 도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오만, UAE, 카타르, 바레인 등 GCC 4개국과 이집트, 터키는 “중동의 긴장을 해결할 계기”라며 타결을 지지하고 있다.

이란은 인구 약 8천만 명에 한반도 크기의 약 8배에 달하는 거대한 국토를 갖고 있다. 이란은 또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카스피해와 원유수송선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 호르무즈해협을 바로 앞에 두고 있다. 아랍국가들로서는 이란이 고립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권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란의 부활을 반기지 않는다.

아무튼 이란은 오랜 고립에서 벗어나 주변국 시리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중앙아시아국과들과의 경제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향후 중앙아시아와 일명 “진주목걸이”로 대변되는 중국과의 협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진주목걸이는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대부분이 통과하는 중동의 아라비아해, 인도양, 남중국해를 잇는 에너지 수송항로를 연결하면 마치 진주목걸이와 같은 형태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은 국내소비용 원유의 약 60%를 수입하고 있으며, 그 원유수입의 약 80%가 진주목걸이 수송항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중국은 중동 및 아프리카지역에서 확보한 원유와 원자재를 파키스탄이나 미얀마까지 해상으로 수송한 다음 내륙으로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이 완성되면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와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해상 실크로드’와도 연결된다.

진주목걸이의 끝자락에 아덴만(The Aden Gulf)이 있고, 아덴만은 수에즈운하와 연결되며 아프리카 해상교역의 요충지다. 아덴만이 있는 예멘은 금년 2월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정국은 아직 혼미(昏迷)하기만 하다. 중국은 아덴만 투자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기에 아덴만에서 새로운 G2의 대결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원유와 물류교역에서 중요한 아덴만에서 G2 대결은 향후 중동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의 환경변화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 중동경제의 또 다른 복병(伏兵)

 

세계는 지금 살인적인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북미는 체감온도 영하 50도에 103년 만에 나이아가라폭포가 얼어붙었다. 그 반대편 호주도 100년 만에 40도를 웃도는 폭염이다. 유럽은 가을 같은 날씨에 홍수와 폭풍에 시달리고 있으며, 중동도 예외 없이 폭설과 한파가 찾아왔다. 이같은 기상이변의 원인은 ‘폴라 보텍스’라 하며, 지구온난화가 주범이라 한다.

기후변화는 인류문명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인류이동이고 그 이유는 생존, 즉 식량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대한 영향은 주로 생태학적 변화와 농업에 국한되고 있지만, 이제는 경제적 환경변화에 귀를 기울여야할 시점이다.

물이 부족한 중동지역에서 기후변화는 곧바로 ‘식량문제’로 귀결된다. FAO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식량수급이 안정됐으며, 2015년까지 농식품 디플레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이러한 전망치는 빗나갈 확률이 매우 높다.

2011년 ‘아랍의 봄’에 가장 큰 영향 가운데 하나는 식량에 대한 물가 압력이었다. 지구온난화가 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고려할 때, 기후변화는 분명 농업환경이 열악한 중동지역에 ‘식량문제’를 다시 유발할 가능성이 짙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지역으로의 인구이동을 가속화시킬 것이며, 정세가 불안한 국가들에 있어서 새로운 정세불안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기후변화는 인구이동뿐만 아니라 소비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GCC 국가들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IMF는 GCC의 노동인구가 매년 3∼4% 증가해 2018년까지 120만∼160만 명의 GCC 내국인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중동의 노동력 이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한파와 폭염 같은 이상기후는 석유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간과돼왔던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이제 중동에서 석유자원 이상의 중요한 경제변수가 되고 있다. ‘기후요인’이 추가되어야 하기에 그만큼 경기예측이 더 어려워졌다. 온난화문제는 이제 식량뿐만 아니라 석유의 수급문제와도 직간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기에 포괄적인 중동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환경변화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변수다. 2014년 이상기후 문제는 분명 중동에서 새로운 경제적 환경변화를 유도할 것이다. 따라서 “완만한 경기회복 예상되지만 불안요인 상존”한다는 문제제기가 결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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