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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알제리 현 대통령 부테플리카와 그의 정치적 맞수가 된 대선 후보 벤플리스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4/01/26


지난 연말 칼럼에서 필자는 2014년 4월 17일 치러질 알제리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주목할 인물이 알리 벤플리스 Ali Benflis(1944~ )라고 언급한 바 있다(이머릭스 12. 30. 칼럼). 알제리 정가의 핵심 이슈가 되고 있는 벤플리스가 지난 1월 19일 대통령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알제리 대통령 선거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반면 현 대통령인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있지만, 측근들에 의해 4선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특히 <민족해방전선>(FLN)을 중심으로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전국적으로 여론몰이에 열중하고 있다.

여러 명의 출마자가 출마 선언을 했지만, 벤플리스 만큼 지명도가 높은 인물은 없다. 그만큼 그의 출마 선언은 여러 가지 면에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벤플리스의 출마가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그의 삶과 정치 이력이다. 벤플리스는 베르베르족의 일파인 샤우이족(Chaoui)으로 청소년기를 독립 전쟁에 가담했고, 독실한 무슬림이다. 소수부족인 샤우이족은 독립전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많은 희생자를 냈고, 지역 내 많은 부분이 독립전쟁 영웅들의 흔적과 역사를 담고 있다. 그만큼 알제리 독립 전쟁은 그들의 자부심이 된 지 오래다. 독립 이후부터는 아니지만, 적어도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통치 동안 샤우이족은 늘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벤플리스는 부테플리카 현 대통령 집권 초기(2000~2003) 총리를 지냈으며,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 모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1988년 법무부 장관을 지냈지만 1년 만에 사퇴하고 FLN에서 중앙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FLN 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오랜 알제리 내전(1991~1998)을 거친 후 치러진 1999년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위원장을 맡아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총리직을 수행하면서도 대중적인 인기가 워낙 높아 대통령과 측근들에 견제당하면서 중도에 물러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FLN 사무총장직을 맡으면서 당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했다. 이렇듯 그의 정치적 여정은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켜왔다. 즉 독립전쟁 세대라는 점(실제 알제리의 대통령 후보 자격 중 하나는 독립전쟁 세대이다), 대중적 인기가 높다는 점, 독립 후 권력의 최정점에 있던 FLN을 안정시킨 점, 소수인 베르베르족의 일파인 샤우이족으로서 베르베르인 전체를 두루 배려해왔다는 점, 등이 그를 주목받게 하고 있다. 이런 인기를 등에 업고 2004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6.4%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당시 FLN, 군, 국가정보부 등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치러진 선거에서 얻은 결과였다.

둘째, 10년 전 대선에서의 패배를 되밟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대선을 준비해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01.24)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지난 몇 년 동안 벤플리스는 많은 외국의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을 만나왔다. 알제리의 정치 상황이 대중적인 인지도만 있어서 될 수 없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벤플리스는 국가 공권력의 선거 개입과 혹시도 모를 선거 조작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외국 정치인, 언론인과의 접촉을 대폭 확대했다. 대선 출마 선언과 동시에 외국 언론이 언급한 여러 출마 관련 기사가 이를 반증해준다. 출마 선언 이후 외국 언론에서 다룬 벤플리스 관련 기사 몇 가지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반면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은 언론도 있다.

 

이렇듯 그의 대선 출마 선언과 관련 해외 언론의 평가는 각양각색이다. 해외 언론과 정치인들과의 교류 이외에도 벤플리스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대외적인 활동을 알려왔다. 그와 관련된 인터넷 홈페이지가 10개 이상이 있을 정도로 자신의 정치적 여정과 삶에 대해 지속적인 홍보를 해온 것이다. 특히 그가 집권 여당인 FLN을 최대한 안정시켜온 점을 대외적으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자신이 물러난 후 FLN과 권력 기구들의 부정부패와 권력 독점 문제를 내비치고 있어 권력자들의 견제를 받고 있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벤플리스는 1시간 반 동안의 대선 출정식 연설에서 부패 문제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El Watan 01.20)


그가 출마 선언에서 제시한 주요 공약을 요약해 보면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고용창출과 부패방지
⌾보건정책 개선을 위한 기술 현대화와 교육 등을 위한 미래지향적 국가 건설
⌾민간기업 활성화와 석유 의존에서 탈피한 경제구조의 변화 및 해외 기업과의 협력 투자


출마 연설의 상당 부분에 부패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벤플리스. 왜 그는 대권 도전의 명문에 있어 부패문제를 가장 중요시하며 건드리고 있는가? 알제리인은 독립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알제리 사회가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알제리뿐만 아니라 세계 투명성 기구에서도 알제리는 97위를 기록할 정도로 부패가 만연한 국가이다. 법과 원칙이 통하지 않고, 부패와 부정이 만연된 알제리 사회에 알제리인, 특히 젊은 층은 국가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다. 한국과 경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정치인들이 다수 낙마했던 것은 부패와 부정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천연자원을 통해 막대한 외화를 축적하고 있지만, 고위 정치인들이 독점하고 정작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별로 없다. 생필품 가격이 상승하고, 특히 농산물 가격 상승, 경제성장률(3%)도 그리 높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Le Maghreb 01.16). 공무원 월급이 15,000디나르(한화 220,000원)로 수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어 국민들은 원성이 높아가고 있다. 게다가 청년 실업률은 어떠한가! 이 모든 문제를 알제리인들은 정치권력의 부정과 부패라고 하고 있다. 이 문제를 벤플리스는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게다가 10년 전 경험에서 보았듯이 부정 선거에 대한 부담감을 벤플리스는 늘 갖고 있다. 이미 노동자당이나 몇몇 이슬람정당이 선거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부정 선거에 대한 징조가 곳곳에서 포착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벤플리스가 넘어야 할 중대 고비가 있다고 몇몇 일간지는 지적하고 있다 (El Watan 01.24. Liberté 01.21). 과연 그가 소속되어 있는 정당인 FLN 후보로 그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점에서 FLN은 이미 내부 당론으로 부테플리카 현 대통령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목했고(APS통신 2013.11.17), 지난 해 12월 12일에는 FLN 중앙위원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결정했음을 선언하기도 했다. 게다가 벤플리스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FLN 사무총장 아마르 사다니Amar Ssadani는 벤플리스를 언급하며 또 다시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출마에 변화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 “누구도 대선에 출마할 수는 있지만 FLN의 이름으로 출마할 수는 없다. 우리 내부의 분열은 결코 있어서도 안된다. 우리의 유일한 후보자는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현 대통령이다” (El Watan 01.24)

현 대통령 부테플리카인가 혹은 그의 정치적 맞수가 되어 버린 벤플리스인가? 이 점에서 가장 큰 변수는 현 대통령의 건강 상태이다. FLN 사무총장은 대통령의 건강이 전혀 문제가 없음을 지적했지만, 이미 올 초에도 프랑스에서 건강 진단을 받고 3일 만에 돌아왔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진료보고서가 철저히 비밀리에 관리되고 있고, 근본적으로는 한 국가를 통치할 능력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거동조차 불편한 그가 4선 도전장을 낼 것인지 혹은 총리와 같은 대리인을 내세울 것인지가 큰 변수이다.

벤플리스 입장에서는 FLN과의 관계 설정, 게다가 FLN과 더불어 막강 권력을 행사하는 군, 국가정보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대선 출마선언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을 직접 하지 않아 그가 막강 권력을 건드리지 않는 신중함을 보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결국 알제리 국영통신 APS 이디르Idir 기자가 e-mail 인터뷰로 필자에게 말했듯이, 부테플리카 대통령 이외에 어떤 대권 후보자라도 막강 권력 FLN, 군, 국가정보부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런 가정은 대통령이 위중하여 대선 출마를 못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알제리 대선에서 핵심 변수라 할 수 있다. 정치적 동반자에서 정적이 되어 버린 부테플리카와 벤플리스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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