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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모로코와 알제리의 최근 경제 및 정치외교 관계에 대한 동향과 전망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4/03/22

마그레브 지역에서 모로코와 알제리의 경제적 비중이나 정치적 위상, 인구수 등은 다른 마그레브 국가들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편이다. 그런 양국이 오랜 기간 동안 국내외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있으니 양국 간의 교류는 물론 마그레브 전체 국가와의 관계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리가 없다. 현재 모로코에 머물고 있는 필자가 현지인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아랍마그레브 연합(Arab Maghreb Union, AMU)과의 관계, 그리고 인접 국가인 알제리와의 최근 관계이다. 사실 알제리인도 마찬가지지만 모로코인에게 알제리를 물어보면 시큰둥한 모습이 최근 상대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쉽게 가늠케 한다. 어쨌든 며칠 전의 현지 언론 La Vie Echo지(03.15)를 받아 보면서, AMU 국가들과의 경제 교류가 2%에 불과할 정도로 빈약함을 알게 되었다. 이 비율도 알제리와 튀니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대외경제정책이 유연한 국가로 평가받는 모로코이지만, 인접 국가와의 무역 거래만 보면 의아스러운 부분이 많다. 지난해 AMU 국가와 모로코의 무역 교류가 2%에 불과하고, 2012년과 비교해서도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무역 거래의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모로코 환전국(2013.12) 통계이긴 하지만, 2012년 UN 무역거래 위원회 통계에서도 AMU 국가 간의 무역거래액은 50억 7천만 달러를 넘질 못하고 있다. 이는 AMU 국가들의 대외교역량의 3,3%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모로코는 대부분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의 서방 국가들에 수출입을 의존하며, 의존도가 갈수록 늘어가기 때문에 상징 기구에 불과한 AMU와의 무역 규모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 작은 규모의 무역 규모도 알제리와의 관계를 제외하면 더 축소된다. 1996년부터 최근까지 육로가 폐쇄되고 서사하라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양국 관계는 마그레브 정치는 물론 AMU의 활성화와도 직결된다. AMU 국가 간의 무역 규모가 그리 크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인접 알제리와의 교역 규모는 그중에서 가장 크다. 알제리 입장에서 모로코는 아랍국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실제로 알제리인은 ‘형제국’이란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때론 친근감을 과시한다)이며 네 번째로 많은 물품을 공급해주는 국가이다. 알제리의 대 모로코 수출 품목은 주로 윤활유, 압연강 제품, 고무, 과자 제품, 음료 등이 주를 이루며, 수입 품목은 의약품, 경유, 동선, 전기선 등이 주를 이룬다. 알제리 다음으로 튀니지가 모로코의 중요한 무역국이다. 주로 대추야자, 화학제품, 천연 식물성 제품 등을 수입하지만, 모로코의 대 튀니지 수출은 ‘아랍의 봄’ 이후로는 주춤하고 있다. 알제리의 대 튀니지 수출도 많지는 않고, 튀니지의 대 알제리 수출은 2012년 4억 달러에 불과하니 지역공동체 AMU의 위상이 초라할 수밖에 없다. (El Watan 2014.01.31.)

 

AMU에 의존하기보다 주로 지중해 및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모로코는 여전히 유럽 통합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보이고 있다. 튀니지의 경우도 별반 다를 바가 없지만, 알제리의 경우는 이 두 국가에 비해 입장 차가 크다. 현재 유럽 연합은 모로코의 제1위 교역 대상국이다. 2000년 3월부터 모로코-EU 간에 단계적으로 관세 철폐를 시행했고, 2012년 3월 1일부로 관세가 전면 철폐되어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되었다. 모로코 정부의 적극적인 FTA 체결은 미국과도 이루어졌다. 2004년 6월 15일 타결돼 2006년 1월부터 발효됐으며, 95% 이상의 공산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됐다. 그 효과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미국산 제품의 대 모로코 수입 증가가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랍자유무역지대(GAFTA) 회원국으로 모로코는 2005년 1월부터 역내 수입품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모로코가 유럽이나 다른 서방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역내 AMU 국가, 그중에서도 알제리와의 경제 교류가 지지부진한 것은 역사적인 맥락과 결부되어 있다. 특히 서사하라 문제는 양국 간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히지만, 알제리인은 서사하라 문제가 양국 간 악화의 주범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오히려 알제리인은 서사하라 주민의 인권 문제, 모로코 국왕의 제왕적 권위,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국가들에 친화적인 모로코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모로코인은 이런 알제리의 태도를 보며 양국이 재결합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알제리에는 ‘모로코는 알제리 외교의 적’이라는 표현을 자주 내뱉는 정치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행태를 두고 모로코 언론은 알제리 정부가 늘 서사하라 문제를 모로코 문제로 돌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해왔다.(Tel Quel 2013.7.1) 알제리 정부는 자국의 정치 불안을 대외 문제로 돌리려 하고 있고, 특히 모로코, 더 정확히는 국민들의 추앙을 받는 모로코 국왕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으로 모로코 전체 국민을 폄하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알제리는 모로코가 AMU를 위시한 마그레브의 평화와 안정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과거 식민주의관에 사로잡혀 오로지 대(大)모로코 건설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비판해왔다. 2013년 알제리 영사관 난입으로 알제리 국기가 찢기고 불태워졌던 일련의 사태들도 모로코 국왕의 의도된 계획이었으며, 따라서 양국 간의 관계 정상화는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AMU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도 모로코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이라고 알제리 정부는 비난한다. 1989년 AMU가 창설된 이후 37개의 조약이 체결되었지만,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모리타니가 각각 29, 28, 27, 25개를 비준한 반면 모로코는 8개만을 비준하였다. 이런 모로코의 행태에 대해 알제리 정부는 모로코가 형식적으로만 AMU의 정상화 내지 활성화를 외칠 뿐 실질적인 행동에 있어서는 외세에 의존하는 비겁한 행태를 보인다고 비난하고 있다.

 

1억 명이 안 되는 AMU 인구 중 7천5백만 명의 모로코와 알제리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는 한 마그레브의 지역 경제 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지금까지의 중론이다. 현지에서 비춰진 모로코는 여전히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지만, 현재의 유럽 경제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유로존의 채무 위기와 고유가에 따른 경제위기가 주된 이유라고 한다. 그렇다고 알제리와 정상화를 하자니 오랜 감정 이외에도 알제리의 사회 시스템상 교류 활성화가 쉽지가 않다. 알제리는 모로코에 비해 여전히 폐쇄된 사회구조와 제도, 부패 등의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2013~2014 글로벌 경쟁력 지표에서 알제리의 국가 경쟁력은 100위에 있다. 전년 대비 110위에서 10단계가 상승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전히 국내 상황이 혼란한 튀니지가 83위, 경제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모로코가 77위인 점을 감안한다면 알제리의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양국 간의 문제는 UN에서도 다뤄질 정도로 감정이 악화되고 있어 AMU의 활성화는 더욱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서사하라 문제 이외에도 며칠 전 시리아 난민 32명을 모로코로 추방한 일에 대해 모로코 정부가 공식적인 항의에 나섰고, 이 문제는 알제리 정부가 인권 문제로 모로코를 비판하고 있지만 그럴 자격이 없음을 UN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알제리 내 소수부족인 베르베르족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가? 최근까지도 알제리 내 최대 분쟁 지역이 되어 버린 음자브의 모자비트족(이머릭스 칼럼 2014.01.10 참조)에 대해 모로코 정부가 처음 문제를 제기하였고, 베르베르족의 또 다른 일파인 카빌족에 대해서도 알제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를 UN에서 문제 제기하면서 알제리 정부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Afriquinfo 03.20. AtlasInfo 03.22)

 

이런 새로운 긴장 관계 속에서 모로코 정부는 AMU가 아닌 경제 교류 활성화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로 눈길을 돌리려 하고 있다. 실제 필자가 2년 전 모로코 현지 조사를 했던 시점과 비교할 때 한국산 제품, 한류 문화에 대한 모로코인의 인식이 상당히 바뀌었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적 기억과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알제리와의 관계를 언제까지 무시할 수 있을까? 모로코 현지인들은 알제리 정치인들이 자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모로코를 비하하지 않기를 원한다. 알제리인 또한 정치적 사안으로 감정이 상해 있지만, 형제국인 모로코와의 관계 회복을 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양 국민과 해당 분쟁지역을 관찰하면서 필자는 정치인들에 의해 감정이 상한 양국 간의 교류가 서사하라 문제 등과 같은 정치적 문제를 통해서 해결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현재의 폐쇄된 국경을 다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개방함으로써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마련하는 일이 더 시급한 일은 아닌지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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