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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유럽연합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딜레마

러시아 / 중동부유럽 일반 박지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14/04/05

■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의 입장
 -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신속하고 공세적인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독일의 독일계 전자-엔지니어링 기업인 지멘스(Siemens)의 카이저(Joe Kaeser) 회장을 모스크바 인근의 관저에서 접견하였음.

 - 지멘스는 최근 2년간 러시아 시장에 약 11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데 지멘스 측은 향후에도 이러한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음. 카이저 회장은 현재 크림반도 사태로 인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계속되고 있고 러시아 경기가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러시아에 대한 지멘스의 투자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있음.

 - 크림 사태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대표적인 기업이 향후 러시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표명한 것은 서방사회가 러시아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국제사회를 통한 정치적인 압박이나 경제제재를 통해 러시아에 대해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나 유럽연합의 경우 러시아에 대해 무조건적인 압박을 가할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음.

 - 먼저, 유럽연합이 두려워하는 상황은 러시아와 중국이 연합하여 유럽연합의 반대편에 서는 시나리오임. 이미 러시아와 중국 양국은 G-20, 브릭스(BRICs), 상하이 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등의 국제기구나 협력체를 통해 협력의 기틀을 다져왔음.

 - 최근 러시아가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 S-500이라는 최첨단 대공방어 시스템의 경우 중국 측이 적극적으로 도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군사 분야에서 양국의 시너지 협력과 효과가 크게 부각되고 있음.     

 - 또한, 2014년 5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주석을 공식적으로 예방하게 될 때, 러시아의 가스프롬(Gazprom)과 중국의 CNPC는 2018년부터 향후 30년간 일일 약 37.5억 입방미터에 달하는 천연가스 공급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음. 이 계약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대형계약임.

 - 러시아의 가스프롬은 현재 이익의 상당 부분을 유럽에 대한 가스수출로부터 벌어들이고 있으나 이 계약을 통해 향후 아시아로부터의 이익이 크게 증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또한,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셰일가스의 경우, 현재 최대 생산국인 미국이 단기간 내에 수출을 크게 확대하지 않는다면 현재로서는 공급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전망임.

 

■ 러시아-중국 협력과 유럽연합
 - 러시아는 가스프롬의 이번 계약을 통해 동시베리아 지역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지역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임. 동시베리아 지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러시아 가스 수출의 전진기지이자 운송 허브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아시아 지역의 이해관계와 부합하는 것임.

 - 현재로서는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사안으로서 만약 러시아와 중국이 이번 계약의 지불단위를 중국의 위안화나 러시아의 루블화 결제로 합의한다면 국제결제시스템에서 해당 통화의 가치는 그 중요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BRICs 국가들이 그동안 핵심적으로 추진해 왔던 과제임.

 - 물론 러시아로서는 아시아는 물론 유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대상임이 분명함. 러시아는 천연가스 루트로 흑해를 통해 불가리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그리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까지 연결하는 사우스스트림(South Stream Pipeline)을 추진해 오고 있음.

 - 최근 불가리아 에너지부 장관인 Dragomir Stoynev 는 불가리아에 있어 사우스스트림은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체코도 같은 입장을 표명하였음. 헝가리는 러시아와 핵에너지 개발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였음.

 -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사우스스트림에 대한 서유럽 국가들의 대응 정책은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의 카스피 해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하는 것임. 이것은 현재 아제르바이잔의 바쿠(Baku), 조지아의 트빌리시(Tbilisi), 터키의 에르주룸(Erzurum)을 연결하는 BTE 가스관을 통한 수입확대방안임.

 - 그러나 현재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의 천연가스 공급물량은 크게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다른 공급원으로 기대되어 온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유럽보다는 중국에 대한 가스 공급에 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음.

 - 이처럼 기존의 가스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공급이 크게 늘어날 수 없는 이유에 더해, 사우스스트림 건설을 통해 유럽국가들은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고 있음.

 

■ 러시아로부터 유럽연합이 기대하는 경제적 이익
 - 사우스스트림 건설은 또 다른 측면에서 유럽연합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임. 대형 가스파이프라인 공사는 특히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에 투자유입의 측면에서 큰 이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것임.

 - 또한, 유럽 국가들의 경우 많은 기업이 러시아에 다양한 방식으로 의존하고 있음. 프랑스 은행들은 해외대출의 약 20% 이상을 러시아 기업에 집중하고 있음. 러시아 기업들이 서방의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면 프랑스 은행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임.

 - 68개 러시아 기업이 런던증시(London Stock Exchange)에 상장되어 있으며 일부 유럽계 관광기업의 경우 러시아인이 제1의 고객임. 폴란드는 에너지의 91%, 헝가리는 86%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음.

 - 이처럼 유럽연합이 러시아로부터의 경제적 이익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러시아 고립정책은 유럽연합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실익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임.         

 

■ 총평
 -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자국화 선언 및 이에 상응하는 조치들로 인해 최근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압박 정책을 지속하고 있음.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러시아의 이런 정책들을 비난하고 단계적인 대 러시아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음.

 - 그러나 미국이 내놓은 정책들이 실효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재조치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음.

 - 이러한 배경에는 미국과 정책 공조를 해야 할 유럽연합의 고심이 있음. 러시아가 유럽과 적극적인 경제적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임. 러시아 기업들은 유럽에 대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유럽 내 자산을 확보하고 기업인수를 적극적으로 해왔음.

 - 러시아 기업들의 대유럽 투자 확대는 경기 침체를 겪어 온 유럽국가들에 있어 구세주와 같은 역할을 했음. 또한, 유럽연합은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공급에 의존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의 현실적인 상황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임.     


     
※ 참고자료
 - Why the EU can’t isolate Russia, Asia times, 2014. 3.
 - Siemens plans long term Russia investment, CEO tells Puti, Digiral Journal, 201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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