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알제리 대선에 앞서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의 알제리, 모로코 방문과 그 의미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4/04/06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중동 아프리카 방문은 여러 면에서 미국의 국익과 부합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3월 30일 파리를 방문하여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논의한 데 이어 3월 31일 중동 평화협상을 살려내기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방문하였다. 지난 1월과 2월에도 중동을 찾았던 케리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만나 4월 말 예정된 중동평화협상 시한을 연장하도록 설득했다. 이후 알제리 대선 2주 전인 4월 2일과 3일에 알제리, 모로코 방문이 이어졌다. 존 케리 장관 취임 후 처음 방문인 마그레브지역은 그래서 언론과 이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특히 모로코보다 알제리 언론이 <존 케리 왜 알제에 오는가?>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하면서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El Watan, La Liberte 04.03).

 

존 케리의 모로코, 알제리 방문은 올 해 들어 일련의 사태들로 꼬이고 있는 마그레브지역의 평화와 안정, 사헬지역(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쪽 가장자리 지역)의 테러리즘의 근절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13년 인 아메나스 인질 사태, 리비아와 수단의 정세 불안, 이집트 사태, 말리 사태의 불확실성 등에 따라 미국은 마그레브에서 가장 강력한 군을 보유하고 있는 양국이 관계 정상화를 통해 지역 내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모로코와 알제리의 대립 감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도 모로코 언론에서 알제리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비아냥대며, 유엔 차원에서 알제리 인권 문제를 끊임없이 문제 삼고 있다(L'Opinion 03.27). 역사적으로 양국 간 문제의 중심에는 늘 서사하라 문제가 있어 왔다. 1956년 모로코의 독립부터 1973년 폴리사리오(Polisario) 창설 및 알제리의 지원, 독립 정부‘사하라 아랍민주공화국 설립’, 독립 여부를 두고 주민 투표 실시 등이 2007년까지 유엔에서 다루어진 핵심 사안이었다면 작년 연말부터 양국 간의 새로운 긴장 관계 흐름은 기존의 관계에 기름을 쏟아 붓는 양상이다. 그래서 양국 간 긴장관계를 고조시키는 여러 사태들이 쉽게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 이후 양국 간의 관계를 악화시킨 사건을 도표로 확인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후 알제리에서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모로코와 관련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존 케리의 방문은 양국 간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례적인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그의 방문은 원래 작년 11월 예정되었지만, 이란의 핵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취소된 바 있다.

 

알제리와 모로코, 개별 국가 내에서 바라보는 방문 의미는 조금 더 구체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알제리 방문은 마그레브에서의 절대적 안정을 위한 알제리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마그레브의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알제리의 안정이 가장 절실하다는 게 미국 측 입장이다. 게다가 알제리는 유럽 국가에 천연가스 공급을 하고 있어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와 긴장 관계 국면에 있는 미국으로서는 천연가스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서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의 의존에서 벗어나는 데 있어 알제리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알제리는 러시아, 노르웨이 다음으로 유럽 연합에 천연가스를 많이 공급하고 있다. 알제리는 이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이다.

 

이번 의제에서 다뤄진 또 다른 중요 사항은 알제리 대선 관련 내용이다. 외형상 조용히 선거전을 치르는 듯 보이지만, 알제리 내에서 이미 반(反) 부테플리카 시위가 전국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르베르어권 지역인 카빌리와 오레스(오레스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맞수인 벤 플리스가 출마한 지역이다)에서의 시위가 예상 수위를 훨씬 넘어섰다(Tout sur l'Algerie 04.06). 자칫 대통령 선거로 인해 지금까지의 안정을 유지한 알제리가 또 다른 혼란 지역으로 전락할 경우, 마그레브 역내의 혼란은 수습하기 힘든 국면을 맞이할 것이기에 미국은 알제리 사회의 동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고, 특히 치안과 시민사회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오랜 국정 경험의 노하우를 인정하고 있어, 사실상 부테플리카 체제하에서 안정적으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길 바라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안정적인 승리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Jeune Afrique 04.03). 그래서 존 케리와 대통령 선거 후보자이자 현직 대통령인 부테플리카의 만남을 TV에서 연일 방송하고 있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언론과 함께 다른 후보자들의 불만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그레브 알카에다 지부(AQIM)는 부테플리카 4선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알제리는 물론 마그레브 내 모든 반정부 세력과의 연계를 추진할 것이라 천명하였다(Le Monde 2013.03.29). 심지어 미국이 현 정권을 옹호할 경우 마그레브지역이 심각한 위험 수위에 있을 수 있음을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 (El Watan 04.05). 이런 점을 의식하여 미국이 마그레브에서 알제리의 대테러 정책 관련 역할을 특별히 주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알제리는 테러 관련 미국의 개입에 대해 절대적인 찬성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어 미국 정부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미군 개입을 거부하는 알제리 정부는 2013년 인 아메나스 인질 사태 때에도 보았듯이, 자국 내 독단적인 군사 개입을 통해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알제리와 미국의 긴밀한 관계는 유지하되, 테러 관련한 알제리 내 미군 개입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 알제리 당국의 현재 입장이다.

 

존 케리의 모로코 방문은 서사하라 분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서사하라 주민 투표 실시에 대한 모로코의 입장과 폴리사리오 간의 원만한 문제를 언급했지만, 해결 방안을 결국 찾아내지는 못했다. 미국이 인권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는 것에 대해 모로코가 반대 입장을 보여 서로 간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셈이다. 이미 작년에도 미국의 이런 입장은 변함이 없었으며(Al Huffington Post 2014.03.31), 비정부 기구들도 서사하라에서의 모로코 만행을 폭로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첫 외교 관계(1977년)를 맺은 모로코의 입장을 애써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전반적인 평가이다. 모로코에서 존 케리가 언급한 또 다른 사항은 경제와 사회 분야의 개혁이다. 이미 모로코 국내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정부에 대해 경제 사회 개혁을 주문하면서 공권력과 충돌하고 있다. 3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시위는 모로코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고, 케리 장관 또한 이에 대한 원만한 해결을 요청하였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알제리, 모로코 방문은 표면상 마그레브 지역의 정례적인 방문으로 생각되지만, 현지에서는 알제리 대선 2주를 남긴 시점의 방문이란 점에서 알제리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이다. 그만큼 이번 알제리 대선은 향 후 모로코를 비롯한 마그레브의 안정화에 중요한 요소이다. 이번 알제리 대선은 이전 선거와는 달리 유럽연합에서 선거 감독을 위한 참관자를 보내지 않고 실시한다. 이런 부분이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프랑스를 비롯한 알제리, 모로코 일간지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6개월 전에 유럽연합에 통보되어 선거 참관에 대해 논의를 해야 했지만 알제리 정부가 거부했으며, 결국 <폐쇄된 상태>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존 케리 장관이 그 어느 때보다 선거의 공정성과 알제리의 정치적 안정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다(APS 04.04).

 

이렇듯 알제리 대선은 알제리는 물론, 인접 국가들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마그레브 이외에도 유럽 연합과 미국까지 알제리 대선의 향방에 따라 역내 불안정이 미칠 파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서방 세계의 관심이 과연 4월 17일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할 일이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