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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바첼렛의 도전

칠레 민원정 칠레가톨릭대학교 아시아학센터 교수 2014/04/06

2014년 4월 1일 칠레 북부에 위치한 도시 이키케에서 강도 8.3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다섯 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부근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다. 3월부터 칠레 북부 여러 곳에서 간헐적 지진이 있어왔던 터라 조만간 더 큰 지진이 있을 것이라던 지질학자들의 예상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우연하게도 지진은 바첼렛이 두 번째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3월 11일부터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녀가 첫 번째 임기를 마치기 직전인 2010년 2월 27일에는 칠레 남부 콘셉시온 일대에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2014년 3월 11일 대통령 취임식 날, 그녀는 4년 전인 2006년 3월 11일 칠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 데 이어 두 번째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감회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의 임기 이후 2010년부터 반대파인 피녜라 대통령에게 빼앗겼던 정권을 되찾았다는 기쁨 때문인지, 취임식 중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였다. 바첼렛의 아들은 이번 임기 중 남성으로서는 최초로 영부인 자격으로 대통령궁의 사회문화재단업무를 맡게 되었다.

2010년 대통령 임기를 마친 후에도 그녀는 바쁜 행보를 보였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여성으로는 최초로 UNASUR(Union of South American Nations)의 회장직을 맡았으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UN Women의 창설상임이사로서 여성평등을 위해 일했다.

취임 이후 약 한 달간 바첼렛은 세금제도를 개혁해 지도층은 물론 중소기업운영자들의 저항에 부딪혔고, 국립대학을 차별적으로 우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사립대학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바첼렛은 여전히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녀의 두 번째 임기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설문조사 결과가 틀리지 않은 듯하다. 어쨌든 본격적인 개혁을 막 추진하려던 찰나에 발생한 이키케 지진으로 바첼렛은 또 하나의 도전에 맞닥뜨렸다. 2010년 지진 발생 시의 미흡한 대처로 비난을 받았던 것을 의식한 듯, 바첼렛은 정부 각료들을 소집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바첼렛의 이번 선거 공약은 교육문제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공약 중 첫 번째 공약은 정부가 무상·평등교육을 제공한다는 것, 두 번째는 피노체트 시절 정립된 헌법을 개정한다는 것, 세 번째는 세금제도를 개혁해 교육개혁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세금제도를 더욱 공평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칠레국민들은 그녀의 공약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그 많은 공약을 과연 임기 중에 얼마나 실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의 새 정부에 대한 기대치는 교육(27.6%), 의료(26.2%), 범죄(17.5%), 마푸체 인디오 갈등(9.8%), 실업(8%), 경제성장(6.5%)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약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응답의 61.6%가 ‘반 정도는 실현할 것’, 24.3%가 ‘모두 실현할 것’, 10.1%가 ‘전혀 실현하지 못할 것’으로 답했다.

International Business Times는 바첼렛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인 2013년 12월 17일자 기사에서 그녀가 임기 중 당면하게 될 가장 큰 도전으로 교육문제, 세금개혁 그리고 칠레-페루 간 국경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우선 칠레는 피노체트 독재 정권 시 정립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철저히 따르는 국가다. 칠레의 빠른 경제 성장과 안정된 통화, 그리고 낮은 실업률 등은 다른 중남미 국가들의 시샘을 받을 정도다. 그러나 더 나은 교육여건을 요구하며 사회 불평등에 항의하는 데모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칠레의 초·중·고등학교의 약 36%는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공립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도 연간 수천 달러의 비용이 들고 이로 인해 칠레국민의 약 65%만이 고등교육을 마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선거 전 사회주의 정권에서 바첼렛을 대통령 후보자로 지명하자마자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데모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바첼렛의 가족이 피노체트 독재정권에 항의하다 핍박을 받았고 교육개혁을 그녀의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세움에 따라 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녀가 세금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도 교육개혁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칠레와 페루는 19세기말 태평양전쟁 이후 정치적, 경제적 애증관계를 이어왔다. 칠레-페루간 해안국경문제는 급기야 2013년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 상정되었고 결과는 2014년 1월 페루의 승리로 끝났다. 바첼렛은 선거 기간 중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주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첼렛 정부는 세금개혁의 일환으로 FUT(Fondo de Utilidades Tributarias) 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과세이익기금(Taxable Profits Fund)을 폐지했다. 이는 재투자 시 이익에 대하여서 주주들에게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였다. 이 제도는 그 동안 자금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칠레의 투자중심 경제발전의 주요 원동력이었다. FUT을 폐지한 대신 바첼렛 정부는 과세이익기금으로 기계와 시설을 구매하는 것은 즉각 허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이는 광업과 제조업에만 해당되고 서비스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보유자금으로 투자를 해오던 칠레기업들은 이제 은행융자에 의존하는 비율을 높여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체 비용의 15% 이상이 될 것이다. The Economist지는 2014년 4월 5일자 기사를 통해 지금 칠레 경제는 구리값 인하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바첼렛 정부는 기업들에게 FUT로 활로를 뚫어주는 대신 이를 폐지했다고 평했다. 기사는 또한 칠레가 여러 면에서 불공평한 나라라는 것, 그리고 개혁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첼렛은 포퓰리즘의 제단에서 공공정책을 희생하지 않는 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전했다.

FUT을 폐지하여 세금 징수액을 전체 GDP의 약 3% 가량 늘림으로써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바첼렛 정부의 정책에 대해 칠레 국민들 사이에서도 효율성의 논란이 분분하다. 국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는 방침이 발표 되자마자 모든 공립학교는 국립학교인가 아닌가, 이는 사립대학에 대한 역차별이 아닌가, 무조건적인 무상교육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등등 지금 칠레는 지진만큼이나 여러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제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이 아닌 정치가 바첼렛의 능력이 제대로 시험 받는 4년이 될 것 같다.


<출처>
“3 Challenges Michelle Bachelet Will Face As The New President of Chile”, International Business times, 2013년 12월 17일
http://www.ibtimes.com/3-challenges-michelle-bachelet-will-face-new-president-chile-1511036
“A Political FUTbol”, The Economist, 2014년 4월 5일
http://www.economist.com/node/21600133/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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