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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브라질 월드컵 2014와 안전

브라질 서성철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2014/04/29

브라질 월드컵이 이제 6주 정도 남았다. 6월 12일부터 시작해 약 한달 간 이어질 이 스포츠 행사가 전 세계의 축구 애호가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브라질 월드컵은 이런저런 사고로 얼룩지고 잡음이 많았다. 그동안 브라질 정부나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들은 행사 임박이 얼마 안 남았는데도 경기장이나 공항 그리고 터미널 공사 등이 지연되는 사태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보다도 월드컵 조직위원회나 축구 선수들, 그리고 팬들이나 일반인들이 정작 우려하는 것은 월드컵을 둘러싼 치안 불안과 사회의 안전이다.

브라질이 '2014 월드컵' 개최지로 정해지고 난 후, 브라질의 대도시들, 특히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대도시에서는 환경 미화 및 빈민가 철거 등으로 크고 작은 시위가 끊이질 않았고 이에 대해 브라질 당국도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지난 4월 20일,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빈민 구역에서 청년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에서 25살의 무용수인 더글러스 라파엘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흥분한 시위대들은 이 청년이 묻혀있는 묘지까지 행진했고 경찰은 또다시 최루가스를 쏘아댔다. 월드컵 반대 시위는 이제 브라질에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2013년에는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공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금년 1월에도 월드컵 개최 예산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늘어나자 성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월드컵 대신 국민들의 보건과 교육에 투자하라고 외쳤다. 이런 시위에 브라질 정부가 인명을 무시하면서까지 과잉 진압하고 강경 대응하는 것을 보면 브라질 정부가 얼마나 수세에 몰려 있는지 알 수 있고, 한편으로는 브라질이 이 세계적 행사를 제대로 치룰 수나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여러 시위가 있었지만 문제는 이번 더글러스의 사망 사건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가장 부유하고 또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중심가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월드컵 기간 중 관광객들이 이 지역을 많이 방문할 텐데 과연 브라질 당국이 이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지 양식 있는 많은 사람들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당국이나 월드컵조직위원회, 국제축구연맹은 이번의 참사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의 안전 문제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발케 국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브라질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월드컵 자체가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브라질 정부의 발표를 보면 월드컵 기간 중 경기내 안전이나 치안은 민간 용역회사가 맡고 경찰은 경기장 주변, 그리고 경기장 내에서 극단적인 사고가 났을 경우에만 개입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 약 10만 명의 경찰과 2만 명의 사설업체 안전 요원이 동원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말로 우려되는 것은 경기장이 아니라 경기장 바깥의 치안 문제다. 브라질 국가치안본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제까지 월드컵을 개최했던 나라들에서도 시위는 있었다고 하면서, 불법 시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 행사 기간을 이용한 어떠한 범죄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말은 분명 타당하기는 하지만 월드컵을 치룬 어느 나라에서도 월드컵 개최 반대 시위를 했다고 해서 사람이 죽은 예는 없다.

브라질은 멕시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각종 폭력 사고와 범죄가 아주 높은 나라 축에 속한다. 게다가 경기장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나라 중의 하나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경기장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서이다. 월드컵 경기가 행해질 두 주요 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의 경우는 상황이 보다 더 복잡하다. 최근에 나온 공식 통계를 보면 금년 2월, 상파울루에서는 2001년 이래 가장 높은 강도 발생 건수를 기록했는데, 이 기간 중 범죄율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47.5%나 증가했다. 리우의 경우, 경기장 안에서 광적인 팬들끼리 서로 총을 쏘는 등 경기장 폭력이 빈번한 곳이다. 범죄와 폭력 사태가 점점 악화되자 세르지우 카브랄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게 이 지역의 소요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군대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브라질 군대가 리우데자네이루 초입의, 갈레앙 국제공항과 가까운 마레(Mare)  빈민 밀집 지역에 쳐들어갔다. 경찰과 합동으로 이루어진 이 작전의 목적은 마약 카르텔이 지배하는 16개 빈민구를 점령하고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다. 카르도주 법무장관은 이 지역에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마레 지역에 군대가 주둔할 것이며, 월드컵의 안전을 보장해 브라질 월드컵이 그 어떤 대회보다도 멋진 월드컵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폭력과 범죄가 뿌리 뽑히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언제든지 월드컵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터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일 수는 없다. 아마도 브라질은 군대나 경찰을 동원해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이나 경기장 주변을 삼엄하게 경호하면서 경기를 치룰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의 일이다. 이 대회가 끝난 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지난 주, 독일 정부는 이 스포츠 축제에 독일 관광객들의 안전을 언급하면서 브라질의 치안 대처 방안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독일 외교부는 브라질 월드컵의 치안 문제와 관련된 회람을 돌렸고 월드컵 기간 중 응원차 브라질에 가는 자국민들에 대한 안전 지침을 내렸다. 이 안전수칙은 자국 관광객들에게 관광 시 눈에 띄는 화려한 옷이나 보석의 착용 금지, 외출 시 소액의 지갑 소지, 휴대폰이나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들은 가방에 잘 숨기고 강도를 당할 때는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사실, 월드컵을 이용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려던 브라질은 거꾸로 월드컵 때문에 대외 이미지가 더 나빠지고 있다. 독일 정부의 보고서에 비친 브라질은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관광객들이 강도나 납치를 당하며 또 더글러스의 죽음에서 보듯 경찰과 시위대 간의 충돌로 사람이 죽어가는 후진국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아무튼 월드컵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 행사가 전세계인의 스포츠 제전인 만큼 어떤 불상사도 없이 치러지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 응원 겸 관광차 많은 한국인들도 브라질에 갈 것이다. 사후 처방보다는 사전 예방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정부 역시 독일의 경우처럼 국민 보호 차원에서 안전수칙이나 지침을 마련해 예상할 수 있는 사고나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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