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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와 중국의 천연가스 공급계약 체결과 시사점

러시아 박지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14/06/02

■ 러시아와 중국의 밀월관계

 - 러시아와 중국 양국이 유라시아 대륙의 무역과 투자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감에 따라 미국은 동 지역에서 자국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 러-중 양국의 협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BRICs 국가들 간의 협력으로,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통해, NATO에 대응하는 파트너로서, G-20의 일원으로 등임.

 - 상호 교역과 투자증대는 앞으로 양국 간에 펼쳐질 원대한 협력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임. 예를 들어 방위사업 분야에서 러시아는 2018년까지 S-500으로 명명되는 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인데 중국은 이 시스템의 도입을 강력히 원하고 있음. 또한 중국은 러시아제 최신 수호이 35(Sukhoi Su-35) 수 십대를 구매할 의향을 갖고 있으며 양국은 항공 산업 분야 파트너십을 체결할 계획임.

 - 지난 5월 중순 베이징에서 있었던 러시아와 중국의 천연가스 공급계약은 향후 양국관계 강화의 실질적인 서막을 열었다고 볼 수 있음.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Gazprom)과 중국의 국영기업인 중국석유공사(CNPC)는 2018년부터 약 30년간 연간 380억 입방 미터에 달하는 천연가스 공급에 합의하였음. 이는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물량의 약 1/4에 해당하는 것이며 중국 국내소비의 약 31.6%에 달하는 물량임.

 - 가즈프롬은 아직까지 대부분의 물량을 유럽에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번 중국과의 공급계약을 통해서 동(東)시베리아 지역의 가스개발 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한국과 일본까지 천연가스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음.

■ 러-중 천연가스 공급계약의 파급효과

 - 미국으로서는 러시아와 중국 간의 경제협력이 낳게 될 결과에 우려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양국이 사용하게 될 화폐단위임. 양국은 이번 천연가스 계약에서 미 달러화(USD)가 아닌 중국의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하였음. 이는 기축통화로서 그 동안 미국 달러화가 가졌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러시아와 중국의 노력과 합의의 일환임. 중국은 천연가스 구입대금을 위안화로 지급하고 러시아는 지급된 위안화를 중국산 제품 구매에 이용한다는 것임.

 - 이 밖에도 위안화를 결제통화로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고려되고 있으며 가즈프롬은 위안화 표시 채권을 매매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음. 또한 금년 7월 브라질에서 예정된 BRICs 정상회담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을 대신하여 개발도상국의 협력과 개발자금을 지원할 자본금 1조 달러 규모의 BRICs 개발은행(BRICs Development Bank)이 공식 출범할 예정임.

 - 다른 한 가지 영향은 러시아와 중국의 천연가스 공급계약이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천연가스 공급문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임. 러시아의 경제성장이 대부분 원유와 천연가스 판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독일이 자국 천연가스 공급의 30% 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은 러시아 의존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음.

 - 최근 유럽연합 내부적으로는 러시아로부터 불가리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그리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를 연결하여 궁극적으로 유럽의 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심화시키게 될 사우스스트림 파이프라인(South Stream pipeline) 건설을 취소해야 한다는 움직임까지 있음.

 -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의 천연가스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카자흐스탄은 카스피해라는 지리적인 어려움으로 공급이 불가능하며 투르크메니스탄은 중국과의 협력을 우선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연합의 대안은 쉽게 찾기 어려움.            

 - 반면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천연가스 구매자를 확보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명확한 경제적 이해관계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이외의 수요처 확보를 통해 천연가스 공급과 협상에 있어 향후 유럽연합에 대해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도록 하였음.

■ 러-중 협력의 확대와 전망

 - 러-중 협력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다양한 형태로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임.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만일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중단 등의 대 러시아 제재가 가시화될 경우 중국은행들은 러시아 기업을 도와줄 수 있을 것임. 

 - 또한 BRICs 내에서의 경제협력이 논의되고 있는데, 러시아에서 중국을 거쳐 인도까지 이어지는 원유 파이프라인이 구상 중에 있음. 또한 중국기업들은 러시아에서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도로건설, 공항, 천연가스 터미널 건설 등도 구상하고 있음.

 - BRICs 국가들은 경제통합 시스템의 구축에 있어 단일 통화 창설이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하고 장기적으로 금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의 통화를 창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 이는 결국 미국의 달러화 중심의 글로벌 통화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임.

 - 군사력을 기반으로 이란, 중국,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미국의 대외정책은 오히려 이들 국가들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에너지 등의 경제적 문제에서 전략적으로 협력관계를 강화하도록 하고 있음.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뿐만 아니라 중국과 이란의 협력관계 역시 매우 돈독해지고 있음.

 - 미국이 의도한 바가 무엇이었든 간에 러시아와 중국, 이란은 유라시아 대륙 내에서 점점 더 새로운 지정학적인 축을 구성하고 있으며 미국 중심의 단극화된 국제질서를 재편하고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음.

 - 미국의 씽크탱크인 랜드(land)연구소는 미국이 재현되고 있는 신냉전시대의 국제관계에 대응하여 새로운 형태의 봉쇄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음. 핵심은 러시아가 새로운 헤게모니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임. 그 방법으로는 유라시아 지역에서 서구에 우호적인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의 무장을 돕는 것임.

 - 현재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국제질서와 협력의 양상이 전개되고 있음. 러시아와 중국 간의 대규모 천연가스 공급 계약은 단순한 자원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질서의 서막임. 미국의 입장에서 이것은 그리 바람직한 상황이 아님.

 - 현재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국제문제 관련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는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는 1997년 그의 저서인 ‘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ard)’에서 유라시아라는 거대한 대륙에서 향후 전개될 주도권 다툼에 대해 이야기하였음. 그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우크라이나가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제할 경우 러시아는 자연스럽게 유럽과 아시아를 관통하는 강력한 제국의 힘을 갖게 될 것임을 역설하였음.

 - 그러나 현재 유라시아 대륙에서 진행 중인 국가들 간의 관계는 결코 미국과 서구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음.

■ 총 평

 - 러시아와 중국은 최근 러시아 천연가스를 장기간 중국에 공급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이는 러시아로서는 시베리아 지역의 자원개발과 유럽이외의 새로운 수요처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중국에게는 에너지의 해상 운송을 회피하는 또 하나의 공급루트를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양자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계약으로 평가받고 있음.

 - 하지만 최근 수년간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를 돌아보면, 양국은 인근의 중앙아시아 지역과 관련한 문제에서 경제적으로는 이해관계가 상충되지만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없이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지속하고 있으며 양국 정상들의 행보에서도 공고해진 관계를 확인할 수 있음.

 -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와 더불어 러시아와 중국의 긴밀한 협력이 지역 질서에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지 주목되고 있음.   

 ※ 참고자료

 -  China pivot fuels Eurasian century, Asia Times, 201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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