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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내전의 서곡(序曲)인가, 제2차 이라크 전쟁인가?

이란 /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4/06/19

중동 판“삼국지”를 쓰고 있는 이라크


이라크에 다시 전운(戰雲)이 감돈다.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고 난후 2년 반에 수도 바그다드가 무장반군에 의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로 알려진 ISIL1)가 불과 1주일 만에 이라크 영토의 1/3에 해당하는 지역을 점령하고 수도에서 60km 떨어진 바쿠바까지 진격하여 정부군과 대치하고 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고 난후 지금까지 11년의 세월 동안 반정부군의 테러행위가 계속되긴 했지만, 이토록 짧은 시간에 이라크가 혼돈에 빠질 수 있다는 예측은 쉽지 않았다. 전쟁으로 인한 이라크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곪아터진 결과라 볼 수 있다. 이유야 어쨌든 현 이라크 사태를 놓고 주변국은 물론 이라크 전쟁의 주역이었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또 다시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온건한 순니파의 도움이 있었기에 점령이 빠르게 전개되었다는 점이 중론이지만, 현 상황은 이라크 전쟁 발발 때와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쿠르드(Kurds)의 태도이고, 이란의 적극적인 개입이다. 이라크 연정 하에서 쿠르드자치정부(KRG)를 수립하고 있는 쿠르드 민족은 이번 기회를 독립의 호기(好期)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크게 지역적으로 3분되어 있다. 북부의 쿠르드 지역은 독립을 꿈꾸고 있는 쿠르드자치정부 지역이며, 중부는 순니파 무슬림 지역으로 과거 사담 후세인 정권하의 집권세력이며, 남부는 전체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시아파 무슬림으로 구성된 현 집권세력 지역이다. 여기에 이라크 주변에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 순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자리 잡고 있으며, 쿠르드 독립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터키와 3년간 14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내전에 휩싸인 시리아가 있다. 이번 이라크 사태의 주역으로 알려진 ISIL는 시리아에서 알-카에다와 연계한 반군으로부터 물러난 조직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알-카에다에서 조차 자신의 조직으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잔악무도한 무력단체라 한다. 

지난 4월 30일 치러진 총선결과도 이번 사태의 기폭제가 되었다. 총선 이후 연정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 말리키 총리에 대한 불신이 한 몫을 한 것이다. 총선 이전인 금년 1월 ISIL은 정부군과 교전을 벌여 안바르 주(州)의 팔루자 전체와 라마디 일부지역을 장악했으며, 총선 방해를 위해 투표소를 공격하는 등 군경에 대해 각종 테러를 감행하고 있었다.

현 집권세력에 반대하는 세력은 총선이 이라크에 새로운‘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속되는 폭탄테러와 만연된 부정부패, 높은 실업률 등은 향후 이라크를 이끌 강력한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 집권세력은 순니파는 고사하고 같은 시아파 내에서도 사드르 계파나 정당연합체인 알-이라키야 와도 권력안배 문제에 마찰을 빚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이란이 개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라크 내에서 소수를 차지하고 있는 과거 집권세력이었던 순니파가 비록 ISIL와는 다른 노선을 취하긴 하지만, 전쟁 이후 억압 받아온 시아파정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ISIL과 손잡는 방법이 유일한 회생의 길이라 생각한 순니파 무슬림들은 ISIL에 동조하며 자신들의 후원세력으로서 그들을 환영한 것이다. 이 점 또한 이라크 앞날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다. 근본주의 이슬람을 표방하는 ISIL이 현재 중동지역에서 세력 확장을 꾀하는‘무슬림형제단’이나 과격 이슬람단체와 연계된다면 이라크 사태는 국제화 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GCC 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겪고 있는 갈등문제도 바로 이 점에 있다2).

현 상황은 쿠르드, 순니, 시아의 3자 대결구도 하의 이라크가“내전에 휩싸일 것인지? 아니면 외세의 개입을 통한 국제적 해결을 모색할 것인지?”의 기로(岐路)에 서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라크는 중동에서 새롭게 현대판‘삼국지’를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내전이 확대되어 외세의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이라크에서 제2차 전쟁이 다시 발발할 수 도 있다. 과거 1980년대처럼‘이란-이라크전쟁’이 다시 재 점화될 수 도 있다는 의미다. 그 이면에 미국과 중국이라는 G2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과거 이라크 상황과 다른 큰 변화다.

 

석유자원이 이라크 분쟁의 핵심이자 해결책


세계 제2의 원유생산국으로 재부상한 이라크 원유의 대부분은 북부의 쿠르드3)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이라크가 분열되는 데는 큰 관심이 없으며, 독립국가 건설을 유일한 생존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번사태에서 보듯이 쿠르드 자치정부는 유전보호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순니파 반군에 대해 크게 저항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이번 기회를 쿠르드 독립의 좋은 기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정부는 18개의 주에 쿠르디스탄 지역 3개주(아르빌, 술레이마니아, 도흐크)로 구성된 1개 지방정부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쿠르디스탄 지역에 이라크 유전이 밀집돼 있다는 점이며, 이곳에서 송유관을 통해 원유가 터키로 수출된다. 하지만 유전개발과 원유수출은 반드시 중앙정부의 통제 하에 이루어져야하기에 항상 분쟁이 있어왔다.

이라크에서 원유는 정부 재정수입의 90%를 차지하는 국가경제의 핵심이다. 그래서 인구가 많은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긴 했지만, 쿠르드와 제휴하지 않고서는 이라크를 통치할 수 없다. 이 점이 이라크 안정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이라크에서 생산되는 모든 원유의 수출은 국영기업 SOMO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중앙정부와의 불협화음이 무력분쟁이나 소규모 민족국가건설 운동으로 발전할 경우, 현재의 연방체제 해체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일부 주(州) 정부는 천연자원의 개발 주도권을 두고 시아파가 주도하는 연방정부와 대립하면서 준 독립적인 지방정부의 자격을 요구하고 있다.

이라크의 새로운 화약고인 유전지대로 이뤄진 키르쿠크 지역에서는 쿠르드인과 아랍인, 투르크멘인 등 민족 간 대립 가능성도 있다. 사담 후세인은 1970년대 쿠르드인을 몰아내고 아랍인을 대거 이주시키는 아랍화 정책을 시행하였고,‘아랍화 정책’으로 약 30만 명으로 추산되는 쿠르드족과 투르크멘족이 키르쿠크에서 추방되었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이라크 18개주 가운데 아르빌, 도후크, 술레이마니야 등 3개 주를 관할하는 쿠르드자치정부는 아직 쿠르드인이 상당수 거주하는 키르쿠크를 KRG에 편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후 복구재원 마련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결과, 이라크 원유는 국제유가의 안정판 역할을 하면서 계속 생산량에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표> 참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4년 1∼5월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332만 배럴로, 이 같은 수치는 2003년 이라크전쟁 이전 보다 2.5배, 2013년 보다 7.7%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 반군의 정유공장 공격이 격화되고 있어 석유 메이저들도 철수채비를 하고 있다. 이라크 북부 살라헤딘주(州) 바이지에 있는 이라크 최대 규모의 정유공장을 공격한 ISIL을 정부군이 격퇴했다는 보도가 있긴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 공장은 이라크 전체 생산량의 10∼25%를 차지하며 하루 약 3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정유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라크 전쟁 이후, 2005년 자치권을 획득한 쿠르드 자치정부는 유전개발을 놓고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어오던 터라, 오히려 이번 사태를‘기회’로 삼고 있다.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된 틈을 노려 독립국 수립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니파건 시아파건 이라크 경제의 핵심인 유전을 포기할리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쉽게 해결될 전망이 보이질 않는다.

 

미국의 딜레마와 이란의 개입


이러한 상황은 시아파 주도세력의 현 이라크 정부가 이란의 개입을 쉽게 허용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었고, 미국도 어쩔 수 없이 이란과 화해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뜨리게 만들었다.

순니파 무슬림이 ISIL를 환영한 배경도 바로 이 점에 있다.“이라크는 이라크인의 것”이라는 이라크인의 자존심은 다시금 주도권 경쟁에서 순니와 시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순니파의 경우, 시아파 민병대의 결집과 이란의 개입은 이라크 전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ISIL뿐만 아니라 시아파 민병대의 확산도 저지해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순니파의 지원 하에 어부지리(漁父之利)의 승기를 잡은 ISIL은 이라크 사태를 혼돈(混沌)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현 상황에서 이란은 시아파 현 정권을 지원할 것이고, 터키는 쿠르드 독립을 저해하기 위해 시리아와 연합하여 쿠르드를 압박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시아파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GCC 아랍국은 물론 순니파 아랍국가들을 끌어들여 최대한 이란의 개입을 저지할 것이다. 물론 가장 큰 어려움은 미국에게 있다. 이라크전쟁을 시작하고 종결지은 미국은 사실상 순니파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고 쿠르드의 도움 하에 시아파 정권을 수립하였다. 그렇다고 1978년 이슬람혁명 이후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미국으로서는 이란과 손잡을 형편도 못된다. 만일 이란과 화해하고 이라크 시아파 정권을 계속 지원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순니파 아랍국가들은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릴 것이다.

딜레마에 빠진 미국은 이라크를 다시 전쟁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도 있다. 이라크 사태에 아직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국가 - 러시아와 중국 - 들의 향후 태도는 이라크 내분을 국제화시킬 여지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유전확보를 비롯해 이라크 경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으며, 그동안 미-이란 핵협상에서도 이란의 강력한 배후세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중국은 이라크 프로젝트에 약 100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며, 이라크산(産) 원유는 중국의 해외 원유생산량의 1/3 정도나 되기 때문에 중국도 이 사태를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만일 국제분쟁지역으로 변모한다면, 이란에서의 G2 대결은 그 무대가 이라크로 옮겨질 가능성이 짙다. 이러한 상황은 시리아 내전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러시아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고민은 여기에 있으며, 유럽 국가들의 고민 또한 이 점에 있다. 그렇기에 이라크에서 유전의 안정적 유지는“향후 이라크가 내전으로 돌입할 것인가 아니면 국제 분쟁화하여 제2의 이라크 전쟁으로 비화될 것인가”하는 문제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9.11 테러로 무너진 자리에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새로 들어설‘프리덤 타워’가 준공되기 이전에 미국은 또 다른‘9.11 테러’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1) ISIL은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in Iraq and the Levant)를 말하지만, 영국 국영방송 BBC는 Islamic State in Iraq and Syria(ISIS)와 동의어로 Islamic State in Iraq and the Levant를 ISIS로 사용하고 있다.
2) 이 점에 관해서는 EMERICS, 3월 필자의 칼럼,“성전(聖戰)에서 반정부 투쟁으로 변모하는‘알-카에다 3.0’의 중동테러” 참조 요망.
3) 쿠르드는 세계최대의 유랑민족으로 구약에‘메디아’로 알려진 민족이다. 약3,500의 인구로 구성된 쿠르드족은 아르메니아, 이란, 이라크의 북부지역, 시리아 및 터키 남부지역에 거주하며 인종적으로는 이란계로 인도-유럽어계통의 쿠르드어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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