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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과 하마스

이스라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4/07/16

가자지구, 하마스 생존의 최후 보루


지난 7월 7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교전에서 수많은 어린이와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함으로써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UN에 따르면 7월 15일 현재 팔레스타인 사망자수가 최소 192명으로 이 가운데 1/4은 어린이, 3/4은 민간인이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발생하는 가운데 UN을 비롯한 미국과 이집트가 중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안에 강력 반발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교전이 다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시점이다. 2012년 발생했던 ‘8일 교전’의 희생자 177명보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함으로써 그동안 진행되어온 중동 평화협상1)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의 발단은 이스라엘 청소년 3명이 피랍 살해된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어찌 보면 그 발단은 양측 간 보복차원의 단순한 사태처럼 보이지만, 이미 지난 4월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정착촌건설 문제로 가자지구를 공습함으로써 이번 공격은 예고된 것이었다.

2006년 하마스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Palestine Liberation Organization)의 화타당과 내전을 치르게 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조치를 받게 되었고 이스라엘에 의한 국경봉쇄조치로 극심한 경제난에 봉착하고 있다.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의 충돌은 생존투쟁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이스라엘 공습이 가자지구에 집중되고 있고 그곳에서 하마스가 강력 대응하는 점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아랍 국가들이 가자지구에 인도적 차원의 경제적 지원을 하는 점은 다소 이례적이다. 특히 레바논, 요르단에서의 반이스라엘 무장단체의 개입문제도 이번 사태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사안인데, 그 이유는 이번 사태의 핵심이 하마스의 가자지구 봉쇄해제와 국경개방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봉쇄해제와 라파의 국경개방이 하마스의 선결조건


가자지구는 지중해 연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통치지역으로 향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잠재적 영토로 상정된 곳이다. 지역의 중심도시가 ‘가자시(市)’이기에 ‘가자지구’라고 불리며 주민의 대부분은 아랍어를 사용하는 무슬림 팔레스타인인들이다. 이스라엘은 2005년 8월 과거(전 면적의 약 30% 정도였던) 점령지에서 철수하여 현재는 하마스가 그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가자지구는 364.3km²의 면적에 165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지만, 영토의 특성상 주민은 무국적자로 분류된다.
가자지구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에는 이집트가 통치하였고, 그 이후 1994년까지는 이스라엘에 점령당해 이스라엘 통치하에 있었다. 1987년 이 지역 난민캠프에 민중봉기가 발생하여 제1차 ‘인티파다’2) 로 발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가자지구를 포함한 점령지역 자치안에 서명한 ‘1993년 오슬로협정’에 따라 1994년 이후 가자지구 통치권은 점차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기구로 이양되었다.

한편 제1차 인티파다가 성공하자 아흐메드 야신은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에서 독립하여 ‘하마스’라는 이슬람저항 단체를 결성하였다. 하마스는 정당(政堂) 역할도 하는 준군사적 투쟁단체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는 2000년 발생한 제2차 인티파다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PLO의 온건정책에 대한 반발로 지지가 상승하였다. 결국 2006년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선거에서 유권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총132석 가운데 74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입지가 강화되었다. 하지만 선거에서 승리한 하마스가 2006년 6월 PLO의 화타당과의 내전을 치르게 되자 이스라엘, 미국, 유럽연합(EU)은 하마스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하였다. 아직도 하마스는 요르단 강 서안지구의 화타당과는 경쟁관계에 있으며, 이스라엘에 의한 봉쇄조치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의 전쟁을 치르면서 많은 희생을 치르기도 했다.

봉쇄조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하마스로서는 이번 기회에 봉쇄조치를 해제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전략이라 생각하고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이스라엘도 이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건설을 계속함으로써 현재 약55만 명의 이스라엘인이 이곳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지난 4월 12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29곳에 대한 공습을 감행함으로써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교전은 시작된 상태였다.

이스라엘은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하마스가 이를 거부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하마스가 진정성 부족을 이유로 휴전을 거부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해제와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개방이 선결조건이다.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무기와 군사장비가 하마스에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가자지구에 대한 무역 봉쇄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반(反)이스라엘 감정고조와 이집트의 미온적인 태도

 

하지만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불러일으켰고, 특히 어린이와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전 세계적인 반이스라엘 감정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스라엘 공습 5일째인 7월 12일 하루만에도 52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가자지구 내 장애인 보호시설, 학교, 모스크 등 민간과 종교시설을 포함한 무차별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대해 공격 자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터키 등의 국가에서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아랍계와 관계없는 시위 참가자들도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를 펼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국제인권법을 존중하고 2012년 11월 휴전합의로 복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프랑스가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가운데,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각각 전화접촉을 통해 사태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15일 6시를 기해 즉각 휴전에 돌입할 것과 지상과 해상 및 상공을 통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을 골자로 중재안을 제안했다. 이 중재안은 “지상에서 치안이 안정되었을 때, 가자국경이 개방되며, 인적, 물적 교류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그 진정성을 문제 삼고 반대를 하고 있다.

중재에 나서는 이집트의 입장 또한 미온적이다. 이집트는 2012년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8일의 교전’에서 양측의 휴전합의를 성공시킨 당사자였다. 무슬림형제단 출신이었던 당시 무르시 이집트대통령은 협상을 성사시키기에는 좋은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2013년 7월 이집트 군부를 축출한 엘시시 현 대통령은 하마스에 협조하기 보다는 오히려 가자지구 봉쇄를 강화해왔다. 시나이반도와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지하터널이 시나이반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에 무기통로로 이용된다고 하는 것이 그 이유다. 이집트는 그러한 이유로 그동안 수백 개의 지하터널을 파괴하였다. 아울러 이집트 정부는 2013년 12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무르시를 지지해 온 하마스도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집트 법원은 금년 3월 하마스의 자국 내 활동을 금지하고 지부폐쇄 및 관련 재산몰수를 포함하여 하마스와의 모든 교류중단을 결정했다. 현 이집트 정부로서는 무르시를 배출한 무슬림형제단과 그로부터 파생된 하마스를 지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러한 이집트의 입장에 대한 하마스의 불신 역시 하마스가 중재안을 거부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된다. 게다가 엘시시 현 대통령은 하마스가 시나이반도의 무장테러 단체와 연계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가자지구와 연결된 라파 국경3)을 봉쇄해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무차별적인 공격과 비인도적 행위로 반(反)이스라엘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생존투쟁을 위한 하마스의 몸부림이 어떻게 종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하마스의 불리한 입장은 결코 이번 사태해결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이-팔 평화협상이 결렬된 상태에서, 또 팔레스타인 독립정부 구성에서도 하마스는 화타당과 경쟁관계에 있다. 설상가상으로 하마스가 아직 테러단체라는 인식이 팽배한 시점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수반 압바스 마흐무드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더 이상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더 나아가 미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 또한 국익차원에서 이스라엘에 동조하고 이스라엘을 돕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현 사태는 결코 하마스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전투가 언제 종결될는지는 전적으로 하마스의 결정에 달려있음이 분명하다.


 

1) 중동평화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과거 50년간 지속된 중동 분쟁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자지구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대(大) 이스라엘’을 건설하겠다는 이스라엘 리쿠드당의 극우 강경세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정착촌 건설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2007년 11월 미국 아나폴리스 중동평화에 대한 국제회담에서 다시 협상을 벌이기도 했으나, 2010년 네타냐후 총리가 다시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면서 중동 평화협상은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다.
2) 1987년 12월 8일 가자지구의 난민캠프에 사는 4명의 청년이 이스라엘의 군용트럭에 깔려 죽은 사건을 계기로 민중봉기, 즉 인티파다로 발전했다.
3) 이스라엘로 부터의 공식적인 수입이 금지되자 가자에서 시나이반도와 연결된 비밀 지하터널이 식료품에서 군수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품의 밀수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가자지구 식료품의 약80%는 이 터널을 통한 밀수로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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