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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브라질의 축구경기 패배와 향후 정국

브라질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원장 2014/07/08

브라질은 월드컵 개최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월드컵 개최로 얻고자 했던 경제 효과, 국가 이미지 제고, 사회적 통합 그리고 국민들의 자긍심 고취 등이 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미 월드컵 특수는 세계적인 경제 환경과 내수 시장 위축 등으로 찾아보기 어렵고, 개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불성실한 국가 이미지만 부각되었고, 월드컵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 처리와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사회는 더욱 양극화되는 현상을 낳았다. 게다가 지난 7월 8일(현지시간)에 있었던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자국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보다는 수치심과 치욕을 안긴 결과를 낳았다. 지난 6월 컨페데레이션컵 경기가 펼쳐질 때 나타났던 ‘월드컵 저항’이 극으로 치닫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브라질 사회를 요동치게 만드는 것은 올해가 대통령, 주지사, 시장 및 상하원 등을 뽑는 총선이 있는 해라는 것이다. 그 동안 브라질 국민들은 경제적‧사회적 불만들이 있어도 자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전제로 전체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브라질이 치욕적인 패배로 우승에서 멀어지면서 1950년 ‘월드컵 트라우마’보다 더 큰 월드컵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다. 축구가 종교와 같이 숭배되고, 일상문화로 정착하였으며, 국가 산업 중에 거의 유일하게 세계1위를 자랑하던 축구가 오히려 브라질인들에게 월드컵 트라우마라는 아픔을 가져다 준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되었다. 따라서 월드컵의 큰 아픔이 문화와 스포츠 영역에 머물지 않고 브라질 정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쓰나미로 변하고 있다.

 

브라질 경제는 2011년 전반기부터 점진적으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고 2014년 1/4분기에 0.2% 성장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야 말로 월드컵 특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브라질은 월드컵으로 큰 경제적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으나,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개최가 둔화되고 있는 경제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해 왔다. 그 과정에서 복지와 서민들을 위한 국가재정의 많은 부분을 월드컵 준비에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컨페데레이션컵이 개최될 때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였다. 표면적으로는 상파울루 시내버스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대중교통무료화운동’이 주도하는 시민운동이었으나, 노동자당이 운영해온 경제 정책과 분배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 반정부 시위를 식초 혁명이라고 부른다. 식초 혁명은 브라질 대표팀이 컨페데레이션컵에서 우승하면서 표면적으로 분명히 잦아들었다. 그러나 전국에서 끊임없이 소규모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고 월드컵이 개막된 이후에도 도심 곳곳에서 충돌이 있어 왔다. 그러나 브라질 대표팀이 예선전부터 4강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그 규모가 축소되었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안정되었으며 브라질 국민들의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변화가 감지되던 시기에 브라질 축구 역사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패배를, 그것도 홈에서 함으로써 브라질인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월드컵 경기에서 너무나도 황당한 골 점수 차이로 진 것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브라질인들이 더욱 참지 못하는 것은 월드컵 개최를 위해 희생해온 대가가 치욕적인 패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 중에 하나이며 국가 정체성을 나타내는 키워드인 축구가 자신들을 가장 치욕스러운 국민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월드컵 기간에 재차 확인되면서 패배의 영향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월드컵이 브라질 국민들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의미일 것이다. 브라질은 4년 마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그 해에 월드컵이 개최된다. 그 동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 정부 여당의 대통령들이 큰 어려움 없이 당선되거나 재선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전 월드컵이 다른 국가, 다른 대륙에서 개최되었는데 정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번 월드컵은 홈에서 개최되고 더구나 1950년에 개최한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와 마지막 경기에서 지면서 우승을 놓친 경험이 있는 브라질 국민들로서는 이번 월드컵이 1950년의“마라카냥(Maracao)의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를 저버린 것이기 때문에 심리적 충격은 엄청 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민적 심리 불안이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지난 7월 5일은 브라질 대통령 후보 등록 마감일이었다. 지우마 호세프 현대통령, 제1야당인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 아에시우 네비스 연방상원 의원, 브라질 사회당(PSB)의 에두아르두 깡뿌스 전 뻬르남부꾸 주지사 등을 비롯한 10명이 등록을 마쳐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유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발생했던 브라질의 치욕적인 패배로 인해 모든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달래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되었지만, 그중 월드컵 개최를 주도해온 지우마 호세프 현대통령은 엄청난 부담을 갖게 되었다. 경기가 끝난 이후 지우마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브라질 국민과 함께 슬픔을 나누고, 브라질 국민, 축구팬과 선수들에게 죄송하다’고 언급하면서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쉽게 국민들의 분노와 참담함, 치욕스러움을 치유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지우마 대통령은 선거 슬로건으로 '더 많은 변화, 더 나은 미래'로 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힘을 받기 어렵게 되었다. 그 동안 쌓인 불만들이 표출되고 사회적 동요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대선 정국이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번 대통령 선거는 월드컵 개최로 인한 불협화음을 조절하는 무대였으나, 이제부터는 지우마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대통령 연임이 가능하게 헌법을 수정한 이후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한 번도 정부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연임에 실패한 적이 없다. 그 기간이 올해까지 2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정부 여당이 강력한 동원력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심지어 정책적 대결보다는 국민들의 사회적 심리와 싸워야 하는 정국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게도 대중의 동원화를 통해 정권을 창출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정부를 운영해온 정부 여당이 더 많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사회의 저항에 부딪힌 것이다. 때문에 이번 총선은 정책적 대결이 눈에 띠지 않은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월드컵 패배로 시작된 사회적 동요가 경제정책에 대한 심판,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심판 그리고 브라질 이미지 실추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정권 심판론으로 변하고 있다. 

 

7월 3일 실시한 폴랴지상파울루지의 여론 조사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38%정도였는데 지지율이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후보 등록 때와 달리 지금은 당락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변하고 있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시위와 저항이 이어지고 있어 주지사, 상‧하원 의원, 시장 선거에서도 참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우마 호세프의 실패가 아닌 노동자당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의 실패는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전체의 몰락을 막아야 한다는 논의가 확대되면 룰라 전대통령으로 많은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2007년 월드컵 개최를 결정했던 이가 룰라 전대통령이었던 점을 상기하면 회자정리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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