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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또다시 불거진 서사하라 문제와 모로코 정부의 딜레마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4/07/22

서사하라 문제로 모로코와 알제리가 서로 앙숙 관계가 된 지도 꽤 오랜 기간이 흘렀다. 형제국이었던 양국의 관계가 최근에도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수년 전부터 양국은 카사블랑카 항공 노선을 제외하고 전 항공 노선의 폐쇄, 심지어 육로의 국경까지도 폐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일에는 모로코 카사블랑카 주재 알제리 영사관에서 서사하라 문제 개입을 반대하는 모로코인들이 알제리 국기를 찢고 불사르기까지 했다. 이 장면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알제리인들의 분노를 자극하기도 했었다. 공교롭게도 알제리 국기를 모욕한 이 날(11월 1일)은 프랑스의 식민지배에 맞서 알제리가 독립 전쟁을 선포한 날이었다. 온 국민이 경건하면서도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던 날이었기에 모로코의 알제리 국기 모독 사건은 알제리인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날로 기억되었고, 이후 양국 관계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냉각되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양국의 관계가 최근 또다시 냉각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데, 그 논란의 중심에 ‘서사하라’ 문제가 있다. 한반도의 휴전선에 장벽이 있는 것처럼 서사하라에는 모래 방벽이 2,400km에 걸쳐 있다. 서사하라는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 연안에 위치한 면적 26,6만km2(한반도의 1.3배)에 인구 약 50만 명이 사는 지역으로 흔히 <아프리카의 마지막 식민지>로도 부른다. 이 지역이 분쟁지역이 된 데에는 나름의 역사적 과정이 있다. 오랜 기간 모로코 왕국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왕국의 영향력 밖에 있어 자율적인 유목민으로 살아왔던 서사하라 주민. 중앙정부와 큰 충돌 없이 살아온 모로코와 서사하라 주민은 이렇듯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었지만 아주 느슨한 종속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서구 열강들이 지배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19세기 유럽 열강의 침략으로 북부는 프랑스령 모로코, 남부는 스페인령 사하라로 나뉘게 된 것이다. 스페인이 물러난 이후 모로코가 모리타니와 분할 소유에 합의하여 서사하라에서도 독립 국가를 세우기 위한 운동이 있었다. 1934년, 1956년, 1967년 이렇게 세 차례 독립 국가 건설을 시도하였으나 스페인과 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번번이 좌절되었다.

 

1973년 알제리가 서사하라의 민족주의 운동 단체인 ‘폴리사리오’(Polisario)를 창설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1975년 스페인이 ‘폴리사리오’ 대표와 권력 이양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서사하라의 상당 부분을 모로코 영토라고 선언한 채 물러나면서 알제리와 모로코 간의 국경 분쟁이 발생하였다. 유엔 신탁통치위원회가 ‘폴리사리오 인민해방전선’을 서사하라 대표로 인정하였고(1980), ‘사하라 아랍민주공화국’이란 이름으로 아프리카 통일기구(Organization of African Unity, OAU)에도 가입하였다. 하지만 모로코는 이에 반발하여 즉각 OAU를 탈퇴하였다(1982). 이렇듯 오랜 역사적 과정에서 서사하라 문제는 알제리와 모로코의 해묵은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어쩌면 이곳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분쟁지역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모로코는 UN만이 서사하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리와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에 그 어떤 국가나 기구도 이 지역 문제에 관여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아프리카 연합(Union Africaine, UA)이 서사하라 관련 협상을 위한 파견단장으로 특정인을 지명하면서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이미 과거 OAU를 탈퇴하여 아프리카 연합(모로코는 UA도 1984년 탈퇴하였다)과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로코는 UN만이 서사하라 지역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주체이지 UA는 그 어떤 권리나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UA가 서사하라 파견단장으로 모잠비크 대통령을 지낸 Joachim Chissano를 지목하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면서 그 배후에 알제리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RFI 2014.07.11). 모로코 외무부 장관 Salaheddine Mezouar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제리 정부의 이런 태도는 국제분쟁을 조장하는 ‘한심한’ 행태이고, 이번 일을 위해 알제리 정부 차원에서 비자금을 사용했다고 비판하며 알제리를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국가로 몰아세웠다. 이는 알제리 정부가 그동안 UA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로비를 벌이면서 국제 사회에서 벌이고 있는 부도덕한 행동을 당장 중단하고 서사하라 문제에서도 손을 떼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게다가 모로코 외무부 장관은 “알제리는 지역 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로코에 늘 반대하기 위해 가용 재정과 물자 보급수단을 항상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래서 이제는 모잠비크 전 대통령인 Joachim Chissano까지 이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근거로 Joachim Chissano가 과거 모잠비크 독립을 위해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의 방식을 배워 자국의 독립운동에 활용했을 정도로 친 알제리 성향의 인사였음을 지적하고 있다(Diaspora Saharaui 2014.07.12).

 

일방적인 비난에 며칠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알제리 정부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알제리 정부는 모로코 외무부 장관 발언이 알제리에 대한 모독이며 결국 양국 간의 관계는 물론, 최근 활성화 기미를 보이는 <아랍마그레브 연합>(Arab Maghreb Union, UMA)의 발전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알제리 외무부 장관 Abdelaziz Benali Cherif는 모로코가 여전히 과거 식민주의자들의 행태와 방식을 고수하면서 지역 내의 분쟁과 패권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맹비난했다. 게다가 알제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인물(모잠비크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행위는 지극히 자국 내의 정치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국민들을 선동하기 위한 책동이라고 비난하며, 적어도 형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알제리에 대한 ‘극단적’ 모독 행위는 결국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APS 2014.07.13).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치부할 수 있는 양국 간의 관계는 지난해 7월 모로코가 ‘알제리는 모로코 외교의 적’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감정적으로 치달았고, 알제리 대통령 부테플리카 또한 지난 4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의 애국심을 선동하기 위해 모로코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었다. 이후 2013년 11월 6, 7일에는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알제리와 모로코를 방문하여 양국의 관계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게다가 양국은 UMA의 실질적 리더 국가인데, 이런 분위기에서 UMA의 재결합도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가뜩이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모로코 정부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989년 UMA가 창설된 이후 37개의 조약이 체결되었는데,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모리타니가 각각 29, 28, 27, 25개 조약을 비준한 반면 모로코는 단 8개만을 비준하였다. 이렇듯 모로코의 소극적인 자세와 매번 서사하라 문제로 여론을 악화시키기만 해 사실상 모로코가 UMA의 결성과 원만한 진행에는 관심이 없고 자국 내의 이해관계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케 한다.

 

이번 사건은 국제질서를 무시한 모로코 정부 당국의 도발적인 행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게다가 무함마드 6세 국왕이 내부 단속과 경제적 위기 등을 타파하기 위해 선왕 때와 비교하면 훨씬 자극적인 선동을 하면서 알제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모로코 정부의 뒤에서 늘 프랑스가 손을 들어주었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달라 보인다. 프랑스는 알제리와 전반적으로 화해 분위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사하라 인근 국경지대에서 이슬람 테러 집단의 퇴출을 위해 알제리와의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프랑스의 입장으로서는 선뜻 모로코 편을 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경제 관계 활성화도 프랑스로서는 알제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만큼 이번 모로코 외무부 장관의 돌발 행위는 상투적인 행위를 넘어 마그레브 지역의 안정을 저해하고, 인접국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행위로 평가받고 있다. 제 삼자적인 입장의 모리타니 언론 Rapide Info(2014.07.13) 또한 모로코는 ‘서사하라 폴리사리오’ 관련 알제리에 맞서 새로운 공격 전략을 세우고 있는 듯이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모로코의 행동이 알제리를 비롯하여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UA가 파견한 Joachim Chissano는 사절단장으로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하여 서사하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는 심산인데, 과연 모로코가 전통적인 우방국 프랑스와 미국까지도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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