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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아프리카 도시의 성장과 어둠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 나이지리아 이한규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2014/09/01

아프리카는 전체 인구의 50%가 도시에 밀집되어 있는데 2050년의 아프리카 도시인구는 현재 1억 명에서 10억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세기 초 아프리카 도시인구는 전체 인구의 4%밖에 되지 않았으나 1960년대는 14%로 증가하였고, 21세기 초에는 50%까지 상승하였으며 2050년에는 70%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기구와 인구학자들은 한결같이 2050년에는 아프리카 인구가 20억 명이 될 것이라면서 도시인구가 그중 50%에 해당하는 10억 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 도시가 1980년에는 13개였는데 현재 18개로 증가하였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인구는 세네갈 전체인구의 60%를 이미 넘어섰다. 탄자니아의 다르살람에는 연소득 5,000~20,000 달러의 중산층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도시집중 현상을 두고 어느 도시의 사회학자는 아프리카 도시민들을 호모 어버너스(Homo urbanus), 즉 인류 기원설 학명을 빗대어 ‘도시 인류’라고 한다.

 

 영국 총리 집무실에서 43개국의 96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030년에는 15개의 아프리카 도시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도시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중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봉의 리브르빌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한다. 2000년 이후 연간 경제 성장률 5%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볼 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2030년은 아프리카의 도시 경제가 세계 다른 지역에 비해 중요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전망 도시로는 요하네스버그에 이어 탄자니아의 다르살람, 앙골라의 루안다가 주목되고 있다. 이처럼 아프리카 도시들이 다른 대륙의 도시들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머지않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영국 총리 집무실은 아프리카 도시 발전이 아프리카 경제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시티 인덱스(Global Cities Index)는 2008년에서 2013년까지 5년간 경제 활동성, 인적 자원, 정보교환, 문화 서비스, 정치적 영향을 기준으로 국제화 수준에 맞는 9개의 아프리카 도시를 선정하였다. 물론 2008년을 기준으로 할 때 아프리카의 어느 도시도 세계 상위 10위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티 인덱스가 2014년에 발표한 아프리카 도시들만의 국제화 수준 순위를 보면 아디스 아바바, 나이로비, 요하네스버그, 케이프, 튀니스, 카사블랑카, 카이로, 라고스 순으로 되어 있다. 2008년을 기준으로 요하네스버그, 나이로비, 라고스 도시들은 다른 아프리카 도시들에 비해 일찍 국제화된 도시로 인정받았는데, 이때 세계 순위 80위에 있던 아디스 아바바가 2014년에는 아프리카 도시 중 1위로 올라섰다. 이와 같은 아프리카 도시들의 중요성은 ‘도시발전과 주거환경’을 위한 제3차 아프리카 장관회의에서도 이미 거론된 바 있으며, 앞으로 10년 이내에 아프리카 경제발전은 도시발전과 직접 더 연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나이지리아는 수도 라고스 9㎢ 대지 위에 대서양 에코 시티(Eko Atlantic City)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대서양 에코 시티에 여러 개의 호화 고층 빌딩을 건설하고 서아프리카의 새로운 금융 중심가로 만들어 25만 명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약 600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갈 이 시티는 2020년에 완공될 예정이며 나이지리아 발전의 상징이 될 뿐만 아니라 서아프리카 발전의 현대적 모습이 될 것이라고 정부는 장담하고 있다. 알제, 라바트, 나이로비, 요하네스버그, 아비장 등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잘 알려진 도시들도 ‘스마트 도시’ 혹은 ‘똑똑한 도시’를 표명하며 경쟁하듯이 도시화 프로젝트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건설된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250억 달러의 비용 지출이 추산되고 있어 거대도시 건설이 아프리카 현실에 과연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은 도시의 발전이 소비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즉 구매력 증가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강조한다. 실질적으로 최근 들어 아프리카 구매력이 1조 억 달러에 달하였고, 이런 현상이 계속 유지된다면 2030년에는 아프리카 주요 도시들의 구매력도 현재보다 4~5배 정도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아프리카 대도시들이 아프리카 국민 총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도시 경제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리스크도 크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코트디부아르 국가 예산의 54%가 경제 수도 아비장을 위해 지출되고 있다.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는 전체인구의 20%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지만,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50%나 된다.

 

이러한 것은 아프리카 일부 도시 생활비가 파리, 런던, 뉴욕 못지않게 비싸다는 것에서도 잘 입증되고 있다. ECA International에 의하면 2012년 현재 앙골라의 루안다(4위), 남수단의 주바(14위), DR 콩고의 킨샤사(19위), 가봉의 리브리빌(30위), 나이지리아의 아부자(34위), 세네갈의 다카르(48위) 등 6개의 아프리카 도시가 세계에서 도시 생활비가 가장 비싼 50위 안에 들어가 있다. 루안다, 주바, 킨샤사, 리브리빌, 아부자는 국제도시라고 하는 파리(42위)와 런던(58위)보다 물가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프리카 도시들은 외적 성장에는 치중하고 있는 반면 도시의 빈부 격차, 실업 증대, 범죄 증가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도시들은 유럽의 식민지배 과정에서 기형적으로 건설되어 1950년경부터 빠르게 성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도시에서는 독립 이후 최근까지 큰 변화 없이 도시 인구만 증가하였을 뿐 늘어나는 인구와 관련하여 정부의 신도시 건설 계획―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을 제외하고―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도시가 유럽이나 아시아 몇몇 도시들처럼 산업화와 함께 성장하지 못해, 1차 산품을 수출하고 내륙지역을 통제하기 위한 권력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교통, 통신, 제조품 생산 및 시장 형성과 같은 산업화의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에 종사하는 아프리카 도시 인구는 10% 미만이며(마그레브 도시들은 20% 정도 됨) 수공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생산직이 아닌 공무원과 같은 서비스 중심의 3차 산업이 도시 경제의 70~80%를 차지하고 있고 도시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인구의 3분의 2가 비정규직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일부 도시 경제학자들은 국가 재정이 과도하게 도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도시는 국가 재정을 축내는 괴물이라고 비난한다.

 

아프리카 도시의 효율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도시 외 지역의 가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동시에 제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도시화로 밀려나거나 도시 생활에서 소외된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 근교 빈민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라고스에 조성될 대서양 에코 시티 주변에는 2,000만 명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사하라 이남 도시 근교들에는 도시민의 20%가 위생시설과 상수도가 없는 빈민촌과 다름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물론 빈민의 수가 연평균 5%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이 수치는 도시 인구 증가에 비해서 미미하다.

 

 필자의 생각으로 아프리카 도시들이 건강한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첫째, 우리나라,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국가와 같이 인프라 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아프리카 정부가 다른 무엇보다도 국민 건강과 교육, 상수도 시설 확보, 대중교통 등의 기초 공공 서비스 개발에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셋째, 도시 발전 정책에 대한 현실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도시 개발 계획에는 재정, 인프라 구축, 도시 근교 발전 전략 같은 구체적인 도시화 플랜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도시발전 계획이 순전한 국내 자본이 아닌 해외투자 유치와 자본 및 차관으로 건설되기 때문에 도시민이 정작 필요로 하는 시설 투자에는 관심이 없거나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시개발로 인해 본래의 거주지와 토지를 상실하게 될 주민들의 도시 거주가 용이할 수 있게 서민 주택의 건설을 현실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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