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브라질 대선에 몰아치는 마리나 시우바(Marina Silva) 태풍

브라질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원장 2014/09/16

브라질이 월드컵보다 더 뜨거운 대통령 선거를 치루고 있다. 올해의 예상과 달리 브라질사회당의 마리나 시우바(Maria Osmarina Marina da Silva Vaz de Lima) 후보 발 태풍이 거세게 브라질 정가를 몰아치고 있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러닝메이트였던 에두아르두 깜뿌스(Eduardo Campos) 대통령 후보가 선거 운동 중에 갑작스러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대통령 후보직을 승계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승계하기로 결정한 이후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많은 여론 조사에서 지우마 호세피(Dilma Roussef) 현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할 것이고, 2차 결선 투표에서 마리나 시우바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DataFolha가 9월 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우마 호세피 후보가 36%, 마리나 시우바 후보가 33%, 아에시우 네비스( Aecio Neves) 후보가 15%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IBOPE에서 12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지우마 호세피 후보가 39%, 마리나 시우바 후보가 31% 그리고 아에시우 네비스 후보가 15%를 각각 차지했다. 노동자당(PT)은 마리나 시우바 후보의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연일 내놓고 있지만, 한마디로 약발이 받지 않고 있다. 현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피의 승리를 예상했던 외신들조차도 이제 조심스럽게 마리나 시우바 후보가 2차 결선투표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왜 마리나 시우바 후보의 태풍이 강력하게 몰아치고 있을까? 언론에서는 1차 토론에서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주었기 때문이라는 보도도 있고, 그녀가 지니고 있는 출신과 성장 배경이라는 지적도 있으며 동시에 개인의 모범적인 삶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요소들은 지지도 변화에 따른 설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 마리나 시우바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경제 환경의 변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은 월드컵으로 세계가 들썩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경제는 월드컵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관광객 유입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하강국면에 접어든 경제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경제발전 모델이 고갈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실제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레시페, 벨루오리존테에서는 실업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월드컵 개최로 전체적인 비교역재부분의 물가가 상승하면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는 훨씬 더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전체적인 국내소비가 위축되고 있는데, 내수시장 성장에 기반하고 있는 경제구조로 볼 때 경제회복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유권자들이 노동자당의 정치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노동자당은 고인 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부정부패 스캔들이 터지고 있다. 룰라 정부시절 의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표를 사는 댓가로 의원들에게 지급했던 사례금이 들통 나는 멘살라웅(mensalao) 스캔들이 불거진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정부 여당의 의원, 주지사 등 40여 명의 정치인들이 브라질 석유공사(Petrobras)로부터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에 지불하지 않은 세금의 약 3% 정도를 상납하는 스캔들이 터졌다. 이 스캔들로 노동자당과 정부여당의 이미지가 급격하게 추락했다. 특히, 브라질 석유공사의 사장이 룰라 정권 이후 지우마 호세피 현대통령과 에너지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 때문에 정부여당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지우마 호세피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에서도 찾을 수 있겠다. 지난해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으로 시작된 월드컵 저항운동이 월드컵 폐막 이후까지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지우마 호세피 대통령은 브라질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했는가? 아니면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국민을 설득했는가? 사실 국민의 요구가 거세지는데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데 실패했다. 외교적인 부분에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브라질과 미국은 이라크 핵개발과 관련하여 마찰을 빚은 후 좀처럼 관계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방문이 예정되었으나 국내 사정으로 인해 일정을 취소하면서 양국 간의 관계 개선은 멀어졌다. 이와 같이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에서 룰라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넷째,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좌파 정당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지금 중남미 경제는 태평양 연안의 서쪽국가들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대서양 연안의 국가들은 경제성장이 낮은 서고동저(西高東低)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와 같이 대서양 연안에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이 좌파정부가 들어서 있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고,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자원경제를 기반으로 한 좌파정부의 한계성이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좌파정부들은 대부분이 자원 경제의 수혜를 입고 복지 증진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세계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자원 수요와 가격이 하락하면서 정부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반발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경향과 일치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하겠지만 중남미 좌파의 실패 경험을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다섯째, 마리나 시우바 후보의 강직하고 부드러운 정치적 리더십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룰라 정부시절 환경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아마존 지역 개발과 관련하여 정부 정책과 자신의 견해에 차이가 났을 때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스스로 장관직을 내놓고 녹색당을 창당하여 환경운동을 계속하였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공약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마리나 시우바 후보는 정치에 입문한 이후 꾸준히 환경문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단정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선거일을 약 3주 정도 앞둔 시점에서 보면 큰 변화 없이 투표가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데, 2차 결선 투표가 박빙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당이 마리나 시우바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룰라 전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고,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대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2차 결선 투표에서는 지지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에시우 네비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