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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알제리, 새로운 테러집단 IS의 표적이 되고 있는가?

알제리 임기대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2014/10/09

중동지역이 이라크・레반트1) 이슬람 국가(ISIL: Islamic State of Iraq and Levant)의 위협과 국제 사회 개입으로 새롭게 분쟁 지역화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04년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의 산하조직으로 설립된 ISIL은 이제 알카에다의 영향력을 넘어 무차별 테러 자행 및 단일 이슬람 국가 수립 등 극단적 성향으로 알카에다까지 손을 들 정도이다. 이런 와중에 ISIL은 IS(Islamic State)로 이름을 바꾸고 중동지역은 물론 지중해의 마그레브지역을 포함한 거대 이슬람 국가 건설을 꾀하고 있다. 실제 마그레브의 알제리에서도 IS의 동맹단체라고 자처한 테러 집단이 등장하였고, 중동에서와 같이 참수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서 서방과 알제리인을 경악케 했다. 그동안 많은 국가가 IS에 참여하고 있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마그레브 알제리에서 IS의 동맹단체라고 공식적으로 내세우며 프랑스인을 참수한 사례는 없었기에 역내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이 카빌리(Kabylie)2) 지역에서 발생하여 그동안 사하라 혹은 사하라 인근 국경지대에 집중했던 알제리 당국의 대테러 대응이 허점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혹은 서방국가와의 공조가 테러집단의 새로운 표적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알제리의 IS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IS의 동맹단체인 ‘Jund Al Khilafah’(‘칼리파의 병사들’이란 의미)가 지난 9월 21일 카빌리의 티지우주(Tizi-Ouzou)에서 프랑스 남성을 납치해 프랑스의 대 이라크 공습을 중단하지 않으면 이 남성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El Watan 2014.09.21.). 프랑스와 알제리 당국 또한 이 남성이 프랑스 남불(니스) 출신의 55세 산악 가이드 Herve Gourdel로 알제리인 2명과 함께 차로 산악지대를 이동하던 중 납치되었음을 공식적으로 보도했다. 이미 IS는 9월 21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미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등의 국가를 거론하며 IS를 파괴하려는 국가의 국민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이라고 촉구하였는데, 마그레브에서는 ‘Jund Al Khilafah’가 이를 실천한 것이다. 프랑스인을 바로 9월 23일 참수함으로써 프랑스 정부의 비난과 단호한 대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 가운데 알제리 정부 또한 이번 IS 동맹 단체인 ‘Jund Al Khilafah’의 프랑스인 참수를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신조차 양도받지 못하고, 이들 테러 집단의 은신처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Algerie-Focus 2014.09.22.). 올해 프랑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하여 지난 9월 13일 육군참모총장까지 알제리를 방문하여 대테러 공조 방안을 세우고 결실도 보았지만 엉뚱하게 이번(사하라 일대가 아닌) 카빌리 지역에서, 그것도 IS 동맹단체가 버젓이 프랑스인을 참수하는 장면을 본 것이다.

 

그동안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Jund Al Khilafah’의 실체에 대해 유럽과 마그레브 국가들은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실질적인 리더 압델말렉 구리Abdelmalek Gouri(1974~ , 다른 이름으로 Khaled Abou Slimane로도 불린다)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카빌리 지역의 부메르데스(수도 알제서 40km 지점에 있다) 태생으로, 마그레브의 다른 이슬람 테러집단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마그레브 알카에다 지부’(AQIM)에서 활동하였다. 독자 노선을 모색하던 중 이번 사건 발생 일주일 전 ISIL을 선포한 ‘새로운 빈 라덴’이라는 별명의 Abou Bakr al-Baghdadi에게 충성을 서약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카빌리의 산악지대에서 반정부, 반서방을 표방하는 활동을 하다 9월 14일 ‘Jund Al Khilafah’를 창설했다. 20살 때 이후로 이미 여러 번 체포되어 감옥 생활을 했지만 1999년 부테플리카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행해진 <대국민 화합> 알제리에서는 두 번(1999, 2005)의 <대국민 화합>3) 정책에 따라 사면되었다. 정부의 권유로 대부분의 테러범이 투항하여 제도권 안에 들어갔지만, 그는 알제리를 떠나 레바논으로 간 후 그곳에서 본격적인 군사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Jeune Afrique 2014.10.01). 레바논에서 체류하는 동안 알제리 이슬람 테러집단과는 다른 이름의 ‘Jund’(병사, 군대)를 창안하였다. 2007년 5월 레바논군과 지역 내 테러집단 간의 충돌이 발생했을 때 압델말렉 구리는 20여 명의 알제리 전사들과 같이 전투에 참여했다. 전투에서 생존한 구리는 2008년 8월 알제리로 다시 돌아와 압델말렉 드룩델Abdelmalek Droukdel4)이 진두지휘하는 테러집단에 들어가 자신이 배운 전술을 인정받아 AQIM 내 군사령관 중 한 명이 된다. 하지만 2014년 6월 둘 간의 관계가 급속히 깨지고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하는 드룩델의 노선에 반대하며 구리는 독자 노선을 천명하였다. 자신만의 노선과 행동을 추구하고 기존의 AQIM과는 차별적인 노선을 추구하며 결국 ‘Jund Al Khilafah’를 창설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40명가량의 전사들이 이 집단에 가입되어 있는데, 대다수가 실전에서 익힌 전투력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그레브의 테러집단이 분화를 거듭하면서 갱단과 같은 행동을 일삼고 있는 와중에 알제리 정부는 프랑스 및 미국 정부와 협력하여 테러집단을 척결해왔다. 하지만 알제리 국민은 정부가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국가와 긴밀한 공조를 취하고, 대 테러 국제 동맹에 깊이 관여할수록 이번 ‘Jund Al Khilafah’와 같은 국제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고, 자국 내 반서구 세력의 표적이 되어 국가가 혼란한 상황이 될 수 있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가뜩이나 카빌리 지역의 경우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그리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에서 혹시나 파키스탄과 같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이다. 파키스탄은 현재 중앙정부가 자국 영토의 통제를 상실하고 국민들은 종교적 극단주의에 희생되고 있다(El Watan 2014.09.26.).

 

최근 2년 이상 서방국가와의 대 테러 공조(장비 지원, 정보 수집 및 교환)는 말리 사태 및 인 아메네스(In Amenes) 가스전 인질 사태 주도 테러 집단 진압 그리고 리비아와 튀니지 국경 지대의 테러 집단 척결 등에서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미국 정부는 알제리 정부의 이런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만큼 알제리가 서방국가와 긴밀한 공조를 맺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서방국가들이 알제리에 은연중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한 프랑스의 국방부장관, 외교부장관, 합참의장, 경찰총장 등이 올 중순 연이어 알제리를 방문하여 사하라 일대의 테러집단 척결에 알제리의 군사적 개입을 요구해왔다. 알제리 정부가 이를 끝내 무시하지 못하고 동참해왔지만 이에 대해 알제리 내에서도 반론이 만만치 않다. <대국민화합> 정책 이후 알제리가 엄청난 고생 끝에 테러를 퇴치했지만 국경지대의 혼란이나 이번과 같은 카빌리 사태, 음자브지역의 분쟁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치안이 불안정해지고, 게다가 프랑스의 노골적인 알제리와 아프리카의 개입으로 다시 이슬람 테러집단의 공격 표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현재 알제리 야당과 시민단체, 이슬람정당 등이 이에 대해 공식적인 이의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향후 알제리 정부의 대응 수위가 어떨지, IS의 활동 범위는 어떻게 확산되어갈지 주목된다.

 

1) 레반트는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을 포함하는 국가를 일컫는다.
2) 수도 알제에서 70km 동쪽에 위치해 있는 베르베르어권 지역이다. 험준한 산악지대와 지중해 인근에 도심이 있다. 산악지대의 경우 오랜 기간 외부 세력에 대해 저항을 했던 지역으로 지금도 중앙 정부에 맞서 간간히 테러가 발생하곤 한다. 인구는 대략 7백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3) 정책을 통해 반정부 투쟁을 일삼는 테러범을 집단 사면해주곤 했다.
4) 압델말렉 드룩델(1970~ )은 AQIM의 창시자이며 알제리 정부는 물론 프랑스와 미국의 FBI, CIA에서 현상 수배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인물이다. 테러 이외에도 인질과의 협상, 마약과 무기 밀매, 지하조직 등의 운영에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Jeune Afrique紙가 선정한 아프리카의 가장 영향력 인물 50인으로 테러범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201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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