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이슬람국가(IS)로 불안한 중동정세에도 국제유가는 왜 계속 하락하는가?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4/10/16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인가, 석유시대의 종말인가!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국제석유시장은 크게 변했다. 일반적으로 중동정세가 불안하면 국제유가가 폭등하던 것이 상례였다. 걸프전 때도 그랬고 이라크전쟁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연유로 2002년 전쟁 이전 배럴당 2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유가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2010년을 넘어서면서 4배 이상 오른 100달러 고유가시대의 막을 열었다. 어찌 보면 1973년 ‘제1차 석유위기’이후 새로운 석유위기였다. 차이가 있다면 첫 번째 석유위기는 갑자기 발생하여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이번의 위기는 장기간에 걸쳐 발생했기에 큰 충격은 없었다. 그래서 계속 ‘제3차 석유위기’라는 말이 난무하긴 했지만 가시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9/11 사태 이후 중동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국제 석유시장의 변화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아라비아반도를 휩쓸고 리비아 정권의 몰락이 촉각을 다투던 때나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후에도 국제유가가 상승하긴 했지만 큰 충격은 없었다. 금년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가 탄생하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군과 대치하며 IS의 바그다드 점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국제유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지난 10월 14일 기준으로 배럴당 85.04달러를 기록함으로써 2010년 11월 이후 4년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7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110달러를 넘나들던 때와 비교하면 석 달 사이에 무려 20%나 하락한 수치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두바이 원유가격도 201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87달러로 하락했고, 석유수출국기구(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OPEC) 국제유가의 지표인 바스켓가격도 배럴당 85.14달러로 하락하였다(<표1> 참조).

2012년을 정점으로 국제유가는 계속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마치 ‘저유가 시대’같은 착각을 주고 있다.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현재의 국제유가를 저유가로 볼 것인가? 아니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중동정세와 무관한 ‘정경분리 현상’으로 볼 것인지 그 해석이 난해하다. 현재의 중동은 이제 찬란한 석유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소비국들은 저유가 혜택으로 다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석유권력은 무너지고 ‘유가전쟁 3.0’에 맞서야하는 중동산유국
중동에서 석유를 기반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했던 대표적인 인물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카다피였다. 사담 후세인은 이라크전쟁으로, 카다피는 아랍의 봄으로 권좌에서 사라지고 이제 남은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아랍국가들이다.

석유에 국한시켜 볼 때 걸프아랍국가들은 이제 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유문제 분석가, 필립 베르레거(Philip Verleger)는 “이러한 현상을 ‘유가전쟁(Oil Price War) 3.0’으로 부르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점유율의 강점을 계속 고집하고 있어 새로운 유가전쟁을 치러야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WP/10/16/14). 금년 미국의 원유생산량 증가는 원유수입을 감소시켰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 소비국들을 위해 심지어 알래스카 수출업자를 포함하여 서아프리카, 러시아와 함께 보다 강력하게 미국과 경쟁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멕시코와 함께 미국을 위해 큰 폭으로 가격을 할인한 캐나다의 오일샌드 정유회사에 맞서 가격경쟁을 하였다.

국제유가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은 확고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배럴당 100달러를 유가의 적정수준으로 보고 <가격보다는 시장점유율 유지>에 더 신경을 쓰며 증산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OPEC의 최신 월간석유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8월보다 10만 배럴 증산한 9월 하루 평균 970만 4천 배럴을 생산했다.

9/11 사태 이후 중동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제석유시장은 커다란 변신을 하였다. 다름 아닌 대체석유의 개발, 즉 제3의 에너지라 불리는 ‘셰일가스 혁명’이 그것이다. 셰일가스의 등장은 우리가 그토록 외쳐온 녹색성장과는 관계없이 당분간 태양열이나 전기차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인류는 핵에너지를 제외하고 석유보다 값싼 에너지자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의 판도 변화를 앞당길 수 있었던 배경은 중국의 세계무대 등장이다. 1990년대 중반 중국이 석유수입국으로 전락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수출국으로 등장하자 미국의 세계 지배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석유가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조치가 40년 만에 빗장을 푼 ‘초경질원유의 수출허용’이다. 미국은 그동안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원유 수출을 제한해왔지만, 2014년 6월 수출을 허용하였다. 미국의 수출 허용 조치는 곧바로 시장에 반영되어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표 1> 참조). 초경질원유에는 콘덴세이트도 포함되는데,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액체상태의 원유로 휘발유, 경유 등의 주원료가 된다.

미국은 에너지안보를 위해 제1차 석유위기 이후 원유 수출을 제한했다. 그 조치가 1975년 제정된 <에너지정책보호법>인데, 이 법에 따라 미국은 국내에서 생산된 원유 가운데 일부만 캐나다에 수출할 수 있고 나머지는 내수용으로만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서는 대체에너지 개발이 본격화되었고, 최근에는 셰일에너지 개발에 힘입어 초경질유 생산이 급증했다. 2011년~2013년 기간 동안 미국의 일일 원유생산량은 180만 배럴이 증가하였으며, 이 가운데 약 96%가 경질•초경질 원유이다. 초경질원유가 과잉생산 되자 미국의 에너지회사들은 초경질원유의 적정가격 유지를 위해 수출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 미국은 초경질유의 수출을 허용한 것이다.

신기술의 발달로 미국의 산유량은 지난 2년간 전 세계의 원유공급 증가량과 거의 맞먹는 350만 배럴 이상이 증가하였다. 이는 ‘셰일 혁명’에 의한 것으로, 셰일층이라 불리는 퇴적암층에 있는 가스와 원유를 추출하는 신기술이 개발되면서 미국의 텍사스와 북부 다코다 지역에서 셰일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가까운 시일에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제1위의 산유국이 된다는 전망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석유시대는 끝나지 않았지만 제3의 에너지, 셰일혁명이 또 다시 도전
1970년대 이후 국제석유시장에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세계는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의 커다란 석유위기(Oil Crisis)만을 경험하였다. 전자는 원유의 공급부족, 후자는 정세불안으로 인한 가수요(假需要)의 증가가 위기의 주원인이었다. 이제 현실로 다가오는 세 번째의 위기는 원유의 공급과잉이 원인이다.

현재의 국제유가는 1980년대 이후 가장 안정적인 현상이다. 2003년의 이라크 전쟁은 국제유가를 상승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국제유가는 일종의 기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국제유가는 이제 정상으로 회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과정의 커다란 변화는 미국이 석유를 수출하던 1950년대∼1960년대와 비슷한 시장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원유수출이 금지됐던 것은 제1차 석유위기의 영향으로 미국의 안보상 이유였고, 석유위기 이전에 국제석유시장은 공급과잉 상태에 있었다.

<표 2>에서 보는 것처럼, 2012년 이후 OPEC의 유가하락은 미국의 셰일개발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없으며, 이라크에서 미군철수 시기와도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중동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대결이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연료수입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줄어들 수 있었지만, 유가전쟁에서 승리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원유생산량은 러시아가 1,010만 배럴로 세계 제1위이며 그 뒤를 이어 사우디아라비아(970만 배럴)가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이 이 두 나라의 생산량을 추격하는 데는 약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사우디아라비아는 2017년까지는 현재의 산유량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셰일가스의 현 생산수준인 배럴당 75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미국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 장담은 이르다. 만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계속하여 가격경쟁을 하는 한 현재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위와 같은 상황은 향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100달러 수준에서 변동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전망케 해주고 있다. 왜냐하면 사우디아라비아도 무리하게 생산량 증대로 가격경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동의 석유시대 종말은 향후 대체에너지와의 계속되는 도전과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